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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K팝과 J팝 … 노멘과 하회탈 … 문화는 서로 오가야 맛이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덕수. 대한민국을 넘어 많은 지구촌 팬을 거느린 사물놀이의 명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연희과 교수라는 직함이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정도다. 그는 만 5세 때인 1954년 남사당패 무동(舞童)으로 전통예술 무대에 처음 데뷔했다.



 다쓰미 만지로(辰巳滿次郞). 일본의 3대 전통예술 중 하나인 노(能)의 명인이다. 노의 여러 유파 중 시테가타 호쇼류(寶生流)의 맥을 이어받은 그도 뉴욕 유엔본부 앞 광장,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홀, 이집트 스핑크스 앞 특설무대 등 전 세계를 다니며 공연했다. 다쓰미씨 역시 네 살 때 처음 무대에 섰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2일 저녁 서울 성북동 일본대사관저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 집주인은 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대사이고 한·일 양국 관계자 몇 명도 참석했지만 자리가 빛을 발한 것은 어디까지나 두 정상급 예술가 덕분이었다. 이날 다쓰미씨는 거실 한쪽에 마련된 공간에서 문하생들과 함께 노의 한 대목을 연기했다. ‘하고로모(羽衣)’라는 작품. 줄거리가 우리 ‘선녀와 나무꾼’과 놀랄 만큼 닮았다. 나무꾼 대신 어부가 등장하며, 어부가 선녀의 눈물 어린 호소에 마음이 약해져 동거(?)도 하지 않고 옷을 돌려준다는 게 다를 뿐이다.



 노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지만 같은 유네스코 유산인 판소리·남사당과 달리 나에게는 어렵게만 느껴진다. 극도로 절제된 움직임과 소리 때문일까. 무대장치나 소품도 거의 없다. 공연 후 다쓰미씨에게 “도대체 노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흥미로운 대답이 돌아왔다. “현대인은 미리 재미있게 꾸민 볼거리에 익숙하다. 그러나 노는 관객 스스로 상상력을 발휘해 재미를 터득하게 한다. 참고 상상하면서 자꾸 보다 보면 물리지 않는 재미가 난다.” 김덕수씨는 “중학교 2학년 때 도쿄에서 처음 노 공연을 보면서 ‘유령 같다’고 느꼈는데, 나이 50이 넘어서는 ‘이건 참는 연극이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짧은 공연 후 노에 쓰이는 가면, 즉 노멘(能面)들을 살펴볼 기회가 생겼다. 무려 800년 된 가면도 있었다. 재질은 히노키(노송나무). 사람의 손때·기름이 밴 덕에 상하지 않고 전승됐다고 한다. 고려 중기 것으로 추정되는 국보 121호 ‘안동 하회탈 및 병산탈’과 얼추 비슷한 나이다. 생각해보니 일본 고대 가면극인 기가쿠(伎樂)는 7세기에 백제인이 일본에 전해준 것이었다.



 소녀시대·카라 등 K팝(pop)이 일본 연예계를 휩쓰는 시대다. 그러나 일본 대중문화는 2004년 4차 개방 이후 남은 장벽이 아직도 걷히지 않았다. 양국 전통예술 교류는 우리 쪽 심리적 이질감이 장애물인 것 같다. 문화는 서로 오가고 흘러야 맛이다. 인류가 낳은 문화유산, 판소리의 흥과 노의 절제미가 앞으로 더 자주 만났으면 한다.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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