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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의 행복’ 이렇게 클 줄이야

1만원의 행복을 실천하는 ‘여성장학클럽 홀씨’. 회원 250여 명은 매월 1만원씩 회비를 내 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다. 해마다 ‘일일카페’를 열어 수익금으로 교복도 선물한다.



1만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비싼 점심 한 번 먹으면 없어지는 돈이다. 마트에서 물건 몇 개밖에 못 사고 책 한 권 구입하기도 어렵다. 이렇게만 보면 작은 돈일지 모른다. 그러나 각자의 1만원이 모이면 큰 사랑이 된다.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여성장학클럽 홀씨’의 회원 250여 명이다.

여성장학클럽 ‘홀씨’
회원 250명 월 1만원 회비 … 고교생 16명에 140만원씩 지원



조한대 기자 , 사진=김진원 기자



여성장학클럽 홀씨 회원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고일식 회장, 제갈순애·정지윤씨, 남명희 부회장, 이기화씨.




월 1만원의 회비를 모아 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한다. ‘여성장학클럽 홀씨’ 회원들이 하는 일이다. 홀씨는 2006년 고일식(45) 회장을 포함해 42명의 회원으로 출발했다. 회원들이 모은 돈으로 2008년 학생 5명에게 장학금을 준 게 시작이었다. 이후 해마다 장학생은 늘었다. 8명, 9명, 12명을 거쳐 올해 16명에게 장학증서를 줬다. 장학금은 1인당 연간 140여 만원이다.



 홀씨는 지역·성별 구분 않고 차상위계층 고교생에게 장학금을 준다. 고 회장은 “기초생활수급자는 정부 지원을 받는다. 오히려 차상위계층 학생이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학생 선정은 총 3단계로 나뉜다. 먼저 회원들이 대상 학생을 추천한다. 다음으로 추천서·생활기록부·의료보험영수증·주민등록등본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홀씨 임원들이 학생의 집을 찾아가 실사를 한다. 회원 신재숙(45)씨는 “실제로 찾아가 환경을 보면 추천 받은 모든 학생에게 주고 싶다. 우리가 줄 수 있는 금액에 한계가 있어서 선정되지 못했다고 통보할 때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홀씨는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학생에게 교복을 맞춰준다. 교복 구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매년 10월 ‘일일카페’를 연다. 홀씨가 출범한 2006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연례행사다. 2010년부터는 카페 아이모나디아 서초점이 장소와 주방기구를 무료로 빌려주고 인력도 지원하고 있다. 행사날 회원들은 돈가스·스파게티·김치볶음밥·샌드위치 등을 만들어 판다. 판매 수익금으로 지난해 10월에는 기초생활수급 가정 학생 12명에게 교복을 선물했다.



 홀씨를 만들자고 처음 생각한 사람은 고 회장이다. 그는 강원도 영월에서 7남매의 여섯째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가 자녀들을 돌봐야 했다. 중학교 진학을 앞둔 시기, 입학 문제로 어머니와 6개월을 싸웠다고 한다. 그는 방학 동안 서울에 올라왔다. 미싱점에서 일을 해 번 돈으로 입학금을 마련했다. 마침내 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중학교를 거쳐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학비 때문에 자주 교무실에 불려 다녀야 했어요. 그때 생각했어요. 나중에 밥만 먹고 살 정도가 되면 학비를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요.” 고 회장의 어린 시절 꿈이었다.



 생각만 하고 있던 그가 실제로 홀씨를 만든 이유는 아들 때문이다. 경제적인 부분만 해결되면 공부는 당연히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들은 달랐다. 죽어도 공부하기 싫다고 했단다. “귀 뚫고 노랑머리 하고…아들이 중3 때 마음을 바꿨죠. 차라리 경제적으로 어려워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단체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죠.”



 회원 이선자(48)씨도 어린 시절 꿈꿨던 일을 이뤘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어요. 조부모님·어머니와 함께 살았죠. 나중에 크면 학생들에게 좋은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죠. 선뜻 못하고 있다가 고 회장의 권유로 시작했어요.”



여성장학클럽 홀씨 회원들이 장학금으로 쓸 월 회비 1만원을 손에 쥐고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김인숙·신재숙씨, 고일식 회장, 제갈순애·이기화씨.


 회원 이기화(41)씨는 대한적십자사에서 15년간 근무했다. 2010년 자녀를 키우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 그 무렵 우연히 고 회장을 만나 홀씨를 알게 됐다. “회장님과 코드가 딱 맞았어요. 힘들게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고 도와주고 싶었죠.” 그는 대한적십자사 근무 경험을 살려 홀씨의 봉사활동 기획에 도움을 주고 있다.



홀씨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에게 변화가 생겼다. “제 전부였던 아들을 내려놓으니 아들이 돌아오더라고요. 엄마가 더 이상 자기에게 신경 쓰지 않으니 스스로 고민하더군요. 전문대를 다니던 아들이 오전 5시에 전화해 세 시간 동안 걸으며 진로 문제를 고민했다면서요.” 고 회장의 아들은 올해 서울예대 연기과에 입학했다. 그는 홀씨를 한 이후 아들과의 관계가 좋아졌다고 한다. “3년 전부터는 ‘홀씨 꼭 하세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처음엔 ‘그걸 왜 하냐’고 말했었죠. 대학 입학을 앞두고 홀씨 알뜰매장에서 옷을 사기도 했어요. 이제 저와 아들은 다정다감한 사이랍니다.” 고 회장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조금이나마 남을 위한 활동을 하니 그래도 인생을 잘못 살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해요.” 남명희(45) 부회장이 말했다. 회원 김희옥(66)씨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전 했던 말을 기억한다. “이런 단체가 많아지면 나라가 바뀌겠다고 말하더군요.” 회원 제갈순애(45)씨도 거들었다. “여기서 활동한 이후 행복감과 자부심을 느껴요. 이런 모임을 널리 알려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할 기회를 주고 싶어요.”



홀씨 회원들은 한 가지 원칙을 정했다. 회비는 모두 등록금 지급에만 사용하기로 했다. 홀씨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선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회원 정지윤(44)씨가 귀걸이를 만들어 팔아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액세서리를 만드는 일을 좋아하던 그는 ‘귀걸이 봉사교실’을 열었다. 매주 화요일 10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한다.



 교실에 참가한 사람은 무료로 귀걸이와 목걸이 제작 기술을 배울 수 있다. 만든 귀걸이와 목걸이는 홀씨가 운영하는 ‘홀씨 알뜰매장’에서 판매된다. 정씨는 “회원들도 귀걸이 같은 액세서리에 관심이 많다. 우리 또래에게 맞는 귀걸이 스타일을 함께 연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회원 8~10명이 모여 돈가스를 만든다. 장소는 고 회장의 집이다. 돈가스 맛을 본 회원들이 주로 주문을 한다.



 사무실 겸 매장인 홀씨 알뜰매장에선 중고품을 판매한다. 물건은 셔츠·바지·원피스 같은 옷가지에서부터 구두·가방·액세서리까지 다양하다. 모두 기증 받은 것이다. 돈을 주고 사오진 않는다. 대신 물건만 준비해 놓으면 회원들이 직접 받으러 간다. 한 보따리를 받으면 알뜰매장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3000원 교환권을 선물한다. 그러나 고 회장에겐 걱정거리가 있다. “요즘엔 물건을 기증하는 분이 많지 않아요. 주시는 입장에선 그냥 버리는 것이 편하잖아요. 저희에게 주시려면 다 정리를 해야 하니 … 그런데 저희는 물품이 필요하답니다.”





홀씨 알뜰매장



기증 받은 의류·신발·가방

2000~8000원에 판매




기증 받은 물건을 판매하는 ‘홀씨 알뜰매장’은 서초구 서초동에 있다. 토·일요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문을 연다. 물건 가격은 ▶민소매 티, 반팔 티, 바지, 스커트, 운동화, 구두, 가방 3000원▶원피스, 자켓, 롱 가디건 5000원▶스카프·목도리 2000~3000원▶부츠 5000~8000원 등이다.



 이 곳에선 물건 판매 외에도 부모상담교실과 귀걸이봉사교실을 연다. 부모상담교실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귀걸이봉사교실은 매주 화요일 10시30분~오후 3시까지 무료로 진행한다. 홀씨 알뜰매장은 여성장학클럽 홀씨의 사무실이기도 하다. 홀씨에 가입하려거나 교실에 참가하고 싶은 사람은 방문 또는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문의 010-8937-7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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