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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걸음걸이, 도도한 눈빛 … 애견계 F4 ‘블랑’은 나의 분신

핸들러 정진훈씨가 스탠다드 푸들 ‘블랑’과 신사동 도산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블랑은 국내 스탠다드 푸들 랭킹 1위로, 각종 도그쇼를 휩쓸고 있는 스타견이다.
지난 1일, 봄볕이 좋은 도산공원. “어머, 너무 예쁘다” “어쩜 이렇게 얌전해?” 탄성을 지르며 모여든 사람들 사이에 흰 털을 나부끼며 우아한 자태의 개 한 마리가 서있다. 스탠다드 푸들 ‘블랑’이다.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블랑의 곁을 지키며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그의 주인 정진훈(34·강남구 도곡동)씨다.

쇼견 핸들러 정진훈씨



하현정 기자 , 사진=황정옥 기자



공원을 산책하는 블랑의 모습은 여느 개들과는 확연히 달라 보인다. 곧게 뻗은 다리로 우아하게 내딛는 걸음걸이 하며, 많은 사람들의 손길에도 아랑곳 없이 주인이 이끄는 대로만 행동하는 것이 여간 귀족적인 게 아니다. 수컷인 블랑은 지난해 국내 스탠다드 푸들 중 랭킹 1위다. 캐나다와 중국이 공동 주최하는 국제 도그쇼 출진 자격이 주어지는 ‘KKC 캐나다 중국 한국 대표견 선발 도그쇼’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뒀고, ‘월드 도그쇼’와 ‘크리스마스 BIS’에서도 스탠다드 푸들 중 1위를 차지했다. 전체 견종 중 랭킹은 16위. 도그쇼 성적을 포인트로 합산했을 때의 순위다.



타고난 체형과 성격에 체계적 훈련이 낳은 걸작



압구정동에서 타이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정진훈 씨의 또 다른 직업은 애견 핸들러. ‘핸들러’는 도그쇼에서 애견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일을 하고, 쇼 현장에서 개의 목줄을 잡고 뛰면서 개를 핸들링 하는 역할을 한다. 다른 사람의 개를 훈련시키기도 한다. 뉴질랜드 이민 1.5세인 정씨가 개와 인연이 된 것은 뉴질랜드에서 생활하던 16살 때부터다. “멋진 개를 키우고 싶었어요. 아는 분께 스탠다드 푸들을 분양 받았는데, 그 분이 내건 조건이 ‘쇼견으로 키워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분의 바람을 실천에 옮겨 전문 핸들러에게 핸들링을 배웠고, 결국 그 개를 뉴질랜드 내 스탠다드 푸들 랭킹 1위로 만들었죠.”



 정씨가 블랑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해 5월. ‘한국에서 생활하고 싶다’는 바람을 안고 2010년 서울에 왔는데 어딘가 한쪽이 허전했다. 인연이 되는 개를 찾던 중 지인의 스탠다드 푸들이 새끼를 낳았다고 해 가보니, 여덟 마리 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강아지가 있었다. 여기 저기 활발하게 뛰노는 강아지 사이로 얌전하게 서 있는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던 것. 바로 ‘블랑’이다. 블랑의 우아한 자태는 우연히 나온 것은 아니다. 혈통 자체가 스타견인 것. 아빠는 4개국 이상에서 챔피언을 휩쓴 글로벌 챔피언이고, 엄마는 한국 그랜드 챔피언 출신이다.



 블랑이 처음 참가한 대회는 2011년 7월, 애견협회 주최로 열린 도그쇼. 2개월여 훈련을 하고 출진했었는데 성적이 좋았다. 가장 좋은 성적을 뜻하는 BIS(Best In Show)를 차지한 것. 각종 대회를 휩쓸며 유명세도 많이 탔다. “지난 해 ‘도그쇼’를 다룬 한 정보 프로그램에서 유명 쇼견 네 마리를 엮어 애견계의 F4로 소개했었는데, 블랑이 구준표 역할이었어요. 블랑이 잘 생기긴 했죠. 하하.” 이렇게 유명 쇼견으로 알려지면 해외 유명 견사에서 구입 문의가 온다. 훌륭한 견종을 영입해 좋은 혈통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현재 블랑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자면 2000만~3000만원 정도. 물론 팔 생각은 없다.



도그쇼 입상은 표준 규격 맞는 개 인정받는 셈



블랑이 이렇게 승승장구 하는 것은 좋은 체형과 침착한 성격 덕분이다. 우아한 걸음걸이는 블랑만의 장기다. 거기에 핸들러의 정성과 체계적인 훈련이 더해져 훌륭한 쇼견이 됐다. 물론 비용과 시간 투자도 만만치 않다. 블랑을 위해 들어가는 돈만 매달 400만~500만원. 미용 한번 받는 데만 50~60만원이 들어, 얼마 전부터는 미용을 직접 배우고 있다. 목욕하고 털을 말리는 데만 7시간이 걸린다. 체력도 필요하다. 매일 반포한강공원에서 잠실까지 5km를 개와 함께 달리려면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최근 정씨와 블랑은 8일에 있을 ‘FCI 인터내셔날 도그쇼’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 만 1살이 된 블랑이 성견 자격으로 출전하는 첫 대회라 더욱 의미가 크다. 더욱 멋진 근육을 만들기 위해 산을 타고 수영을 한다. 모질을 좋게 하기 위해 영양제도 바르고 머즐(주둥이) 색을 검게 만들기 위해 태닝도 한다. 곧고 예쁜 다리를 위해 마사지도 한다. “미스코리아 대회를 앞둔 여성들의 준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요. 가장 예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자리니까요.”



도그쇼에서 수상하면 상금을 꽤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블랑의 누적 상금은 0원. 큰 대회 출진 자격을 얻기 위한 도그쇼 위주로 나갔었기 때문이다. 수익은 없고 목돈만 드는 일을 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 정씨가 계속해서 도그쇼에 참가하는 이유는 블랑의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다. 도그쇼는 개 본래의 표준 규격에 얼마나 잘 부합하는지, 얼마나 좋은 태도를 갖추고 있는지가 심사 기준으로, 높은 점수를 받으면 ‘가장 표준이 되는 개’로 인정받는 셈이다.



 “푸들은 스탠다드 푸들·미디엄 푸들·미니어처 푸들·토이 푸들로 나뉘는데, 스탠다드 푸들이 원래 오리지널 푸들이에요. 사람들이 편하게 키우기 위해서 개를 변종 시킨 거죠. 이 과정을 통해 개에게 유전병이 많이 생겨요. 사람의 생활과 밀착되면서 개의 습성도 변하구요. 이것은 개와 사람 모두를 위해 건강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블랑처럼 표준이 되는 개들을 길러서 오리지널 견종을 유지하고 확산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정씨는 언젠가 ‘스탠다드 푸들 전문견사’를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 전문견사는 개의 보육과 사육, 교배, 분양을 하는 곳으로, 우수한 혈통의 개를 전문적으로 취급해 가장 표준에 가까운 상태의 개를 기른다.



 “국내에는 스탠다드 푸들을 별로 선호하지 않죠. 사이즈가 커서 애완용으로 키우기 힘들다는 점을 알지만 이 개의 진가를 알면 많은 사람들이 키우고 싶어 할거라고 확신합니다. 좋은 견사를 만들어서 한국에도 제대로 된 스탠다드 푸들 전문 견사가 있다는 것을 외국에 알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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