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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와 기자 현장 동행 … 격전지에서 총선 코드를 읽다 ⑨ 제주갑 현경대

4·11 총선 제주갑에 출마한 새누리당 현경대 후보와 민주통합당 강창일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제주시 노형로터리에서 유세하고 있는 현경대 후보(왼쪽)와 지난 2일 제주시 오일시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강창일 후보. [연합뉴스·뉴시스]


제주 해군기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함께 여야 간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전국 유세 현장의 단골메뉴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제주에선 반응이 미지근하다. 제주도민들에게 해군기지는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10년 넘게 지속돼온 이슈다. 단순히 찬반 여론에 따라 선거에서 당락이 결정되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연동에 사는 하고은(40)씨는 “(해군기지 문제는) 너무 오래됐고 이 지역에서는 이미 민감도가 떨어져 버렸기 때문에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시청 앞에서 만난 고월용(74)씨도 “해군기지에 대한 도민들의 입장은 각자 정리된 지 오래다.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사안”이라 했다. 식어버린 과거의 핫이슈라는 얘기다.

“이당 저당 해도 제주선 궨당이 최고”



 박빙의 승부처인 제주갑의 후보들도 이런 분위기를 잘 읽고 있다. 2일 실시된 중앙일보와 한국갤럽·한국리서치·엠브레인 공동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 현경대 후보(30.7%)와 민주통합당 강창일 후보(30.1%)의 지지율 격차는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두 후보 모두 해군기지를 핵심 쟁점에서 제쳐 놓은 상태다. 강 후보는 “해군기지는 도민들이 식상해하는 문제”라며 “MB정권의 제주도 멸시를 보여주는 일종의 사이드 이슈”라고 말했다. 현 후보도 “2009년 체결된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개발협약대로만 진행된다면 총선에서 주요 쟁점이 될 일은 없다고 본다”고 했다.



 두 후보 간의 날선 공방은 제주 4·3사건에 쏠려 있다. 시기도 묘하게 겹쳐 4·3의 분위기가 총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4·3은 지금껏 야당이 선점해 오던 이슈였다. 하지만 최근엔 새누리당이 4·3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총력전에 나선 모양새다. ‘4·3을 극복하지 못하면 승리가 힘들다’는 당내 분위기가 반영돼 있다.



 현 후보는 “강 후보가 18대 국회에서 4·3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정작 상임위에 불참한 이유를 알고 싶다”고 공격했다. 그는 4·3 위령제에 참석하고, 자신의 어머니가 희생자임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선 “열 살 때 고아가 됐다. 제 어린 시절의 한과 고통은 모두 4·3에서 비롯됐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제주 곳곳에는 ‘4·3 영령들이여 영면하소서’라는 새누리당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강 후보도 4·3으로 반격 중이다. 상임위 불참에 대한 현 후보의 주장에 대해 “당시 한·미 FTA로 인한 제주지역 감귤산업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가 있어 서면 제출로 대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이 3월 30일 제주를 방문했음에도 선거유세만 하고 평화공원에 참배하지 않았다”며 “진심으로 4·3을 끌어안고 싶다면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참배부터 제대로 하라”고 날을 세웠다.



 제주 특유의 ‘궨당 문화’도 큰 변수다. ‘궨당’은 친척, 가까운 사람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이다. 후보의 고향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에 유리한 지지가 조성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노형동에 사는 오재섭(45)씨는 “좁디 좁은 제주 바닥에선 한 다리 건너면 친척이고 두 다리 건너도 아는 사람이다. 지금껏 출신지에서 몰표를 받지 못하고 당선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나”고 했다. ‘이당 저당 해도 궨당이 최고’라는 제주 지역의 우스갯소리를 농담으로 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현 후보의 고향은 제주시 노형동이고, 강 후보의 고향은 한경면이다. 두 후보 모두 출신지에서의 선전을 자신하고 있다. 결국 무소속 장동훈 후보의 고향인 한림에서 두 후보가 얼마나 표를 얻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제주=제주대 고경민 교수·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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