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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피해 40% 깎아준다더니 … 말 바꾼 카드사들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자인 주부 장정원(42)씨는 5개월째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그가 사기를 당한 것은 지난해 11월. “카드가 범행에 이용된 것 같다”는 전화에 속아 가짜 금융감독원 사이트에 카드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범인은 순식간에 4개 카드사에서 모두 5000만원의 카드론을 받아 챙겼다.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장씨는 “우리도 책임이 있으니 피해액의 최대 40%를 감면해 주겠다”는 카드사의 약속에 한숨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였다. 일부 카드사가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피해금액이 가장 컸던 카드사에서 “본인 과실도 있으니 10%만 감면해 주겠다”고 나온 것이다. 장씨는 “본인 확인을 제대로 안 한 카드사도 책임이 있다는 걸 인정한다면 피해자에게 90%를 부담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사마다 감면 폭 달라 분규 잦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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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자와 카드사가 피해액 감면 폭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일부 카드사는 피해액의 40%를 감면해 주는 반면, 일부는 “10%만 감면해 주겠다”고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피해자 중 일부는 “감면 폭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합의를 거부하고 카드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카드업계가 보이스피싱 피해액 감면을 약속한 것은 올 1월 중순. 지난해 카드론 피싱 피해액이 200억원을 넘기며 사회문제화하면서다. 모두 6개 신용카드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대 40%까지 피해금액을 감면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4일 업계에 따르면 이 중 신한·롯데카드는 피해자 다섯 명 중 한 명에게 ‘10% 감면’을 제시했다. 삼성카드는 구체적인 감면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해당 카드사는 “말을 바꾼 건 아니다”라고 해명한다. “최대 40%를 감면해 준다고 했지 일괄 40%를 감면해 준다고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공인인증서 암호를 범인에게 전달하거나 문자메시지 인증번호를 보낸 경우는 본인 과실이 크다고 보고 피해금액의 10%만 깎아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범행 수법에 따라 피해자 구제 수준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지태 카드론 피싱 피해자모임 대표는 “카드사가 손실을 줄이기 위해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집단소송을 맡고 있는 김계환 변호사는 “카드론은 일반 보이스피싱 피해와는 달리 카드사가 본인 확인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과실이 큰 만큼 적정한 수준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뾰족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여신전문감독국 오홍석 팀장은 “카드사의 책임이나 소송으로 인한 비용을 감안하면 대다수의 피해자에게 40% 감면을 해주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송전이 시작되면 회사보다는 개인이 불리하게 마련”이라며 “금융회사의 보안 시스템이 보이스피싱의 진화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문제인 만큼 카드사가 전향적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혜미 기자



카드론 보이스피싱



신용카드사의 대출서비스인 카드론을 이용한 전화금융사기. 먼저 사기범은 주요 금융회사의 인터넷 사이트를 가짜로 만들어놓고 이용자로부터 계좌번호와 카드번호·비밀번호·카드유효성검사코드(CVC)를 입력하도록 유도해 개인정보를 알아낸다. 이 정보로 이용자 몰래 카드론을 신청해 들어온 돈을 대포통장(타인명의의 예금통장)으로 빼돌려 직접 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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