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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FC, 꿈꾸는 다락방

프로축구 광주 FC 선수들이 숙소 바로 옆에 마련된 식당에 둘러앉아 밥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광주는 전용 식당이 없어 3층짜리 건물을 개조해 임시로 사용 중이다. 그래도 선수들은 “밥맛이 꿀맛”이라며 불평하지 않는다. [광주=김환 기자]


광주 선수들이 묵고 있는 숙소의 모습.
구단 버스가 들어오기조차 힘든 좁은 골목으로 덩치가 산(山)만 한 축구 선수 서너 명이 터벅터벅 걸어온다. 어깨에는 축구공과 유니폼을 담은 가방이 걸려 있다. 그러고선 원룸 건물로 쏙 들어간다. 따라 들어가 보니 5평(16.5㎡)짜리 좁은 방에 선수 2명이 각자 침대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2일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동에 있는 프로축구 광주 FC 선수들의 숙소 풍경이다.

5연속 무패, K-리그 2위팀의 숙소



 광주 선수들은 올 시즌 좁디좁은 방에서 바다보다 넓은 꿈을 꾸고 있다. 그리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광주는 지난 1일 강원과 홈경기에서 1-1로 비겨 개막 후 5경기 연속 무패(3승2무)를 이어갔다. 프로축구 16개 팀 중 유일하게 한 차례도 지지 않은 팀으로 수원 삼성(4승1패)에 이어 단독 2위다. 선수 대부분이 고교·대학 시절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보지 못했다. 대기업이 후원하는 구단 운영비(250억~300억원) 3분의 1 수준(90억원)의 시민구단이 기적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최만희(56) 광주 감독은 “가난하다고 1위 하지 말라는 법 있나요”라며 넉넉하게 웃었다.



 선수들은 4층짜리 원룸 건물 두 채에 나눠 산다. 2인 1실인 방은 턱없이 좁다. 침대 두 개와 옷장, 24인치 벽걸이 TV가 전부다. 신인 이한샘(23)은 자신의 방에 들어오자마자 “아우, 이 골방. 만날 이 방에서 지내지만 진짜 좁아요”라면서도 “좀 불편하지만 잘나가는 광주에 있어서 행복합니다”라고 했다.



 광주는 전용 식당도 없다. 숙소 바로 옆 3층짜리 건물을 개조해 임시로 사용 중이다. 하숙집 식당과 비슷한 구조다. 식탁과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프로 2년 차 유종현(24)은 “대학 때 식당보다 좋지 않아요. 그래도 식당 아주머니 음식 솜씨는 아주 좋습니다. 꿀맛입니다”라고 했다.



 숙소 앞에 있는 고깃집과 포장마차는 광주 선수들의 전용 매점이다. 저녁 때면 삼삼오오 몰려가 국수를 먹는 게 유일한 낙이다. 수다를 떨고 싶으면 100m 정도 떨어진 커피 전문점으로 가면 된다. 이곳에서 컴퓨터를 하거나 책을 보며 여가를 즐긴다.



 숙소에 별도 샤워실이 없어 훈련 후에는 5분 거리에 있는 목욕탕으로 몰려 간다. 입장료는 공짜다. 목욕탕 사장의 배려로 광주 선수들은 언제든지 가서 씻을 수 있다. 커피보다 사우나를 좋아하는 ‘목욕파’도 생겼다. 밤 늦은 시간이면 숙소 1층에 있는 치료실로 모인다. 선수들은 이곳을 사랑방이라고 부른다. 마음을 툭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누구 하나 불만 없이 잘 지낸다. 주장 김은선(24)은 “솔직히 대학 기숙사 시설의 반의 반도 안 됩니다. 그러나 우린 여기서 꿈을 꾸지요. 밝은 미래를 찾는 겁니다”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팀 막내인 김수범(22)의 책장에는 작가 이지성이 쓴 『꿈꾸는 다락방』(국일미디어)이 꽂혀 있다. 김수범은 “광주와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이라며 자랑스럽게 표지를 보여줬다. 어려운 시절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어떤 점이 비슷하냐’고 물었다. “꿈꾸는 다락방. 꿈꾸는 5평짜리 광주 숙소. 비슷하지 않나요. 전 오늘도 이 좁은 침대에 누워서 성공하는 꿈을 꿉니다.”



광주=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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