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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적절한 조치’와 ‘충분한 경고’

장달중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처칠이 말했다. 2차 세계대전은 ‘불필요한 전쟁’이었다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히틀러에게 ‘충분한 경고’를 줄 수 있었을 것이란 거다. 하지만 유화정책과 갈팡질팡 정책으로 히틀러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비슷한 얘기가 지금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를 앞두고 우리 사회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우리와 미국의 대북 유화정책과 갈팡질팡 정책이 오늘의 사태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적절한 경고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이 북한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왜 적절한 조치가 확보될 수 없었을까? 처칠은 영국과 미국 민주주의의 ‘결함’ 때문이라고 보았다. 물론 그의 경고는 히틀러에게 권력을 넘겨준 바이마르 공화국의 결함에 대한 고발이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북한문제도 남남갈등으로 지새운 우리 정치의 결함과 결코 무관치 않다. 여기에 3대 세습 북한 체제의 문제가 결부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북한사회는 거의 붕괴 직전에 있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전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북한을 “핸들과 브레이크가 고장 난 채 언덕길을 내리 달리는 자동차”에 비유했다. 급한 대로 방어막이라도 쳐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종북(從北)’ ‘반북(反北)’ 논쟁에 휘말려 있는 총선 정국을 보면 적절한 경고를 발하는 것은 차치하고, 응급조치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는 어떤 형태로든 북한 변수로 내부적 갈등을 경험해 왔다. 격세 유전적으로 등장하는 색깔논쟁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주체사상’ 품고 국회 입성하는 첫 의원 나오나”라는 한 신문 사설의 제목이 말해주듯 대북 문제를 둘러싼 정치판의 격돌이 예전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데 있다. 자연 처칠이 말하는 적절한 조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지금 한국과 미국의 정치 환경을 보면 이런 전망이 전혀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니다. 오바마 정권은 대북 강경책을 폈던 2009년과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선기간 중 북한문제가 더 이상 이슈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에서도 4·11 총선을 통해 주사파 진보세력의 원내진출이 보다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나라 안은 엉망인데 나라 밖은 대북 경고조치를 가시화하고 있는 느낌이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국제적 포위망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정상외교의 결과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북한에 로켓 발사를 포기하고 민생 발전에 집중하도록 촉구하는 기대 이상의 발언을 이끌어냈는가 하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는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지적도 얻어냈다. 북한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국제적 압박 상황을 만든 셈이다.



 그러나 이런 포위망도 충분한 경고가 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적처럼 북한이 현 상태에서 핵을 포기하고 로켓 발사를 중지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워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충돌은 피할 수 없단 말인가? 회의적이지만 절망적이지는 않다. 그 이유는 북한이 지금 김일성 주석의 ‘비핵화 유훈’과 김정일 위원장의 ‘핵보유 유산’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 포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핵 포기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권위를 구축해야 할 김정은의 딜레마이기도 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이 4월 중순 광명성 3호를 발사하려는 데는 여러 의도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11일에 열리는 당대표자 대회에서는 김정은의 당 총비서직 취임이 예상되고 있다. 3대 세습 후계체제의 제도적 완결이다. 이 때문에 김정은 체제에 의한 대내적 안정과 대외적 과시용으로 광명성 3호의 발사가 필요한 것이다.



 3월 25일 최영림 총리는 ‘김정일 위원장 서거 100일 추모대회’에서 “조국을…핵보유국의 지위에 올려 세우신 것은…민족 만대를 위한…공적”이라며 핵보유와 인공위성 발사를 김정일 위원장의 ‘혁명유산’으로 떠받들었다.



 하지만 김정은은 머리 모양에서 정책에 이르기까지 할아버지 김일성을 흉내 내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도 그중 하나다. 다만 문제는 김정은 체제가 의지할 것이라고는 핵무기와 미사일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북한 핵과 미사일 포기를 위한 길은 험난할 것이다. 인내심을 갖고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정치로 외교적 해결을 이끌어낼 처칠의 적절한 조치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밖으로만 돌지 말고 안을 챙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달중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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