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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두배' 1000억대 땅 국가에 기부한 '개성갑부' 아들

“아무 조건도 없다. 단 하나, 내 신상은 공개하지 마라.”



얼굴 없는 고미술계 큰손
50년 동안 손수 가꾼 숲
“개발 유혹 많은 용인지역
국가가 보호하도록 맡겨”

 서울 남산 면적 두 배의 임야(662㏊)가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일 산림청에 기부됐다. 조건 없이 임야를 내놓은 손창근(83)씨는 산림청 관계자를 붙잡고 조용히 처리해줄 것을 다짐받았다. 공시 가격으로 400억원, 시가로는 1000억원대의 개인 숲은 그렇게 모두의 숲이 됐다. 손씨가 기부한 임야는 경기도 용인시 시궁산 일대 천주교 미리내 성지에 인접한 곳이다. 이곳은 1960년 초 손씨가 관리인과 함께 산에서 먹고 자며 직접 가꾼 자식 같은 숲이다. 산길 16㎞와 천주교 성지를 보호하기 위한 사방댐도 개인 돈으로 만들었다.



 기부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지난달 19일 손씨의 대리인이 산림청을 찾아왔다. 방문 약속도 하지 않은 채였다. 산림청 담당자는 처음엔 긴가민가했다. 그러나 서류를 확인할수록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손씨는 “수도권 지역의 끈질긴 개발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재산을 국가에 기부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숲이 다음 세대까지 온전하게 잘 보호되고 관리되기 바란다”고도 당부했다. 그의 임야 앞뒤로는 두 개의 골프장이 있다.



 세상에 알리자는 얘기는 산림청이 먼저 꺼냈다. 기부를 알리는 것도 사회 기여라고 설득했다. 신상 노출을 걱정한 손씨는 보도자료까지 직접 점검했다. 그리고 딱 한 구절을 추가했다. ‘아들딸 등 가족도 손씨의 뜻에 적극 동의했다’는 문장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기부가 가족 모두의 결정이며, 재산 분쟁이 아닌 순수한 의도라는 걸 강조하려는 뜻”이라고 전했다. 그의 얼굴 없는 기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에 미술사연구기금 1억원을 냈다. 서강대에 조석진, 안중식 등 유명 화가의 작품 100여 점도 기증했다. 손씨는 유명 고미술품의 소장자이기도 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인 추사 김정희의 대표작 ‘완당세한도’(국보 제180호)도 그의 소유다. 한 미술계 인사는 “서울 을지로의 개인 사무실은 화려한 가구가 없는 작은 크기”라고 전했다. 고미술품은 주로 손씨의 아버지 손세기씨가 사들였다. 아버지 손씨는 개성 갑부로 알려져 있다. 산림청은 손씨가 기부한 임야를 손씨 선친의 호를 따 ‘석포 숲’으로 부를 계획이다.



◆세한도(歲寒圖)=조선 후기 추사 김정희(金正喜)가 그린 것으로 국내 최고의 문인화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김정희가 1844년 제주도 유배 시절 잊지 않고 찾아와준 제자에게 답례로 건네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조의 상징인 소나무와 잣나무가 두 그루씩 대칭을 이루며 묘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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