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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중국 의존도를 낮추자



유상철


중국연구소 소장




한·중 관계가 편치 않다. 올해로 수교 스무 돌, 성년을 맞지만 분위기가 영 뜨질 않는다. 양국은 올해를 ‘한·중 우호교류의 해’라 정했다. 수교 15주년인 2007년은 ‘한·중 교류의 해’였다. ‘우호’ 두 글자가 추가된 건 그만큼 ‘우호’가 더 필요하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한·중이 합의한 기념행사는 45개다. 청소년 방문과 각종 문화행사 등. 올해 수교 40년을 맞는 중국과 일본의 300여 개 행사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물론 행사가 많다고 좋은 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내용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출발부터 불안하다. 한국은 당초 수교 기념 개막식 행사를 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를 전후해 하기를 희망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방한이 예정된 터라 한·중 정상이 참가한 가운데 개막 행사를 성대하게 치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수교 15주년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참석한 바 있어 ‘격(格)’을 한 단계 더 높이자는 바람이 있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은 지난해부터 중국과 관련 문제를 협의했다. 협상 초기 중국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어젯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개막 행사에 중국 차관급 인사가 참석하는 수준으로 끝이 났다.



 후 주석이 불참한 이유는 무얼까. 일정이 맞지 않았거나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한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측면이 더 커보인다.



 한국에선 그동안 중국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해 우리 해양경찰 피살에 이어 올해 초엔 중국의 탈북자 북송 조치와 이어도 관할권 문제가 잇따라 터지며 중국에 대한 감정이 나빠졌다. 후 주석의 개막식 불참 결정은 이런 시기에 이뤄졌다.



 교류가 많아지면 마찰은 늘게 마련이다. 한국의 한 언론사가 올해 초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2005년 20%에서 지난해 말 12%로 줄었다. 반면에 중국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24%에서 40%로 늘었다.



 중국과 수교한 지 40년을 맞는 일본도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일본인이 중국에 대해 가장 친근감을 가진 게 1980년, 반대로 가장 친근감을 느끼지 않은 해가 2010년이라 한다. 접촉이 증가하며 혐오감은 오히려 늘었다.



 무슨 이유일까. 고쿠분 료세이(國分良成) 일본 게이오대 교수에 따르면 초기엔 양국 정·재계 리더들이 여러 채널을 갖고 있어 문제가 발생하면 쟁점을 축소하고 사태를 해결 방향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이후 접촉면이 넓어진 것과 달리 리더 간 채널은 급격하게 축소돼 갈등을 조율할 힘을 잃게 됐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이와 함께 우리가 중국을 상대하면서 간과하는 한 가지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집요한 실리 추구와 이에 대한 우리의 이해 부족이다. 좋은 예로 중국의 탈북자 처리를 들 수 있다.



 중국은 탈북자 문제를 국내법, 국제법, 인도주의 등 세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고 말한다. 중국 국내에서 발생한 일이라 국내법을, 탈북자가 외국 공관에 들어가면 국제법을, 제3국으로 탈북자를 보내는 일은 인도주의 원칙을 적용한 결과란 것이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본지가 2월 21일 보도한 ‘중국, 탈북자-불법 선원 교환 요구’ 기사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한국에 탈북자를 보내주는 대가로 한국에 불법행위로 구속된 자국 선원의 석방을 요구했다.



 탈북자와 범법자는 별개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철저한 실리 추구 차원에서 한국과의 협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감싸고 돈 이유 또한 실리 취하기와 연결돼 있다.



 북한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중국이 북한 비난에 동참했을 경우 중국에 돌아오는 실리가 무엇일까를 따진 결과인 것이다. ‘중국인은 불의(不義)는 참아도 불이익(不利益)은 못 참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앞으로 한·중 관계는 접촉 면이 계속 넓어지며 각 분야에서 부닥치고,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시로 협상하는 일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중국과의 논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중국이 인권이나 대의(大義) 등 보편적 가치보다 실리 추구를 철저하게 앞세우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과의 실리 주고받기 게임에서 우리가 중국보다 더 많은 패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자세가 필요하다. 교역을 포함한 전 분야에 걸쳐서다.



 2000년 우리가 약 900만 달러의 중국산 마늘 수입을 금지했다가 그 50배가 넘는 5억 달러어치의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을 중국으로 수출하지 못하는 보복을 당했던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에 압력을 넣어달라고 중국에 부탁하는 대신 북한과 직접 대화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중국 없이는 살 수 없는 시대다. 그러나 중국이 중요하면 할수록 중국을 넘어서는, 즉 중국 이외의 대안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중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길이다. 또 ‘다가오는 중국의 시대’를 맞아서도 우리가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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