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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잘못 책임지는 사람, 남에게 떠넘기는 사람 … 누가 더 합리적일까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당신은 그래도 프랑스에 살아봤으니 와인에 대해 좀 알 것 아니냐”며 포도주를 고르는 나의 감식안에 기대를 거는 사람이 가끔 있다. 이럴 때면 와인 리스트를 꼼꼼히 살피며 제법 진지한 척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내가 쏘는 경우라면 4만원대, 남이 내는 경우에는 5만원대에서 대충 하나를 골라잡을 뿐이다. 현지 출고가를 생각하면 그 이상은 ‘돈짓’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불합리한 선택이란 걸 나도 잘 안다.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가격뿐만 아니라 품질과 맛, 기호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선택의 폭을 넓힐 것이다.



 하긴 나만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포도주 선택을 도와주는 소믈리에들의 말을 들어보면 레스토랑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잘나가는 와인은 리스트에 적힌 최고가 와인보다 20% 정도 저렴하거나 가장 싼 것보다 20% 정도 비싼 와인이라고 한다. 돈 걱정 없는 손님은 바가지 안 쓰면서도 최상급 와인을 골랐다고 좋아하고, 지갑이 얇은 손님은 최대한 저렴하게 와인을 즐기면서도 최악은 피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근거 없는 자기만족이 선택의 기준이라면 이 또한 불합리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번역 출간된 『생각에 관한 생각』이란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심리학자 출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대니얼 카너먼(프린스턴대 명예교수) 박사가 작년에 쓴 책이다. 그는 인간은 합리적 선택을 하는 존재라는 주류 경제학의 기본 전제를 부정하고, 인간은 불합리한 결정을 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하고, 이론으로 체계화함으로써 ‘행동 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의 대부가 됐다.



 그에 따르면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빠른 사고(fast thinking)’가 논리적인 ‘느린 사고(slow thinking)’를 지배하면서 대부분의 인간이 불합리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고 한다. 빠른 사고 탓에 사람들은 ‘당신이 보는 것이 세상의 전부(What you see is all there is)’라는 ‘와이스티(WYSTI)의 함정’에 빠져 근거 없는 낙관주의의 노예가 된다는 것이다.



 세상을 온통 시끄럽게 하고 있는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도 빠른 사고가 낳은, 근거 없는 낙관주의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충성심으로 무장한 별동대의 힘으로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봤을 수 있다. 법을 살펴가며 사려 깊게 행동했더라면 이런 풍파를 막을 수도 있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고 떳떳하게 책임을 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고 뒤로 숨는 사람이 있다. 남을 끌고 들어가는 물귀신 작전으로 책임을 모면하려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 합리적인지는 책임질 사람이 판단할 문제다.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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