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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네 가지’ 없는 기업은 망한다

김종갑
한국지멘스 대표이사·회장
경기(景氣)는 천기(天機)라고도 한다. 미래 경제 상황의 호황·불황을 예측하기는 천지조화의 비밀을 알아내는 것처럼 어렵다는 것이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금융위기를 예측해 명성을 얻었지만 그의 전망이 항상 적중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1980년대 초 소련의 붕괴를, 98년에는 9·11 테러를 예측했던 피터 슈워츠도 “미래를 ‘정확하게’ 예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과거의 경험에 의존한 판단이 행동의 준거가 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17세기 말 호주에서 목격된 검은 고니(Black Swan)는 ‘백조는 곧 흰색’이라는 경험법칙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1000일 동안 ‘친구’로서 먹이를 가져다주던 주인이 1001일째 되던 추수감사절 전날 갑자기 목줄을 조이는 ‘돌발사건’은 주인에 대한 칠면조의 믿음이 최고조에 달한 때에 벌어진다.



 하지만 미래는 대체로 현재의 연장선상에 있고 어렵지만 예측도 가능하다. 지멘스는 미래를 준비하고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주로 두 가지의 예측방법을 활용한다. 현재의 트렌드가 지속된다는 전제하에 추세치를 취하기도 하고(extrapolation), 미래에 전개될 정치·경제·사회·문화·기술적 환경을 예측하고 이런 환경을 가능하게 하는 산업군을 역추적(retropolation)하기도 한다. 기업들은 특히 인류의 미래와 사업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네 가지 메가트렌드-인구 변화·도시화·기후 변화·세계화-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첫째, 세계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될 것이다. 이에 대응하는 기반시설 확충, 자원수요 충족, 운송수단 건설, 의료서비스 확대 등이 사업 포트폴리오 후보가 된다.



한국은 특히 출산율 제고, 청년실업 해소, ‘젊어지는’ 고령 인력의 생산적 활용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정규직 과보호 문제 개선 등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다른 제조업에 비해 취약한 제약 및 의료기기 산업 육성도 큰 숙제다.



 둘째, 도시화가 진전돼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70%가 도시에 살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건물·교통·에너지·물 공급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지속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생활환경을 유지하는 가운데 경쟁력도 확보해야 한다. 한국은 도시화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인구의 83%, 국내총생산(GDP)의 50%를 차지한다. 지역 균형발전도 고려해야 하지만 경제의 심장부인 수도권을 포함한 도시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셋째, 기후 변화로 인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2100년까지 대기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억제하려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발전·배전·전력소비 효율을 높이고, 탄소를 분리 보관 활용하며, 풍력과 태양광, 열·수력·지열·바이오매스 등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 화석연료 발전설비 개선만으로도 유럽연합의 연간 배출량에 해당하는 연 40억t의 탄소 배출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22년까지 대체에너지 발전 비중을 1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설정했지만 이의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전력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해야 에너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



 넷째, 세계화는 계속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기술 변화가 세계화를 촉진하고, 세계화의 진전이 다시 기술 촉진에 기여하면서 전례가 없던 부가 창출되고 중산층이 증가하고 있다. 100여 년 전과 같은 세계화 역전현상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지금의 추세는 유지될 것 같다.



한국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해외 대학·연구소·기업들과의 개방적 혁신을 촉진하는 한편 해외 첨단기업의 흡수합병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국산화는 당연히 가야 할 길이지만 국내외 기업들이 협력해 서로의 강점을 활용하도록 외국인 투자환경도 더욱 개선해야 할 것이다.



 케인스는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고 없다(In the long-term we are all dead)”고 했다. 시간개념을 무시하는 그의 ‘일반이론’을 옹호하는 취지의 언급이긴 하지만 장기예측이 쓸모없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이 2050년 1인당 GDP 세계 2위가 된다는 예측만큼은 실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기예측이 경영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만큼 기업들은 예측의 정확도를 최대한 높임으로써 경쟁자 없는 ‘블루오션’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김종갑 한국지멘스 대표이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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