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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425> 볼리우드 영화의 매력

이후남 기자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다면 인도엔 볼리우드가 있다. 세계적인 영화 강국 인도의 영화는 국내 관객에게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지난해만도 ‘내 이름은 칸’ ‘세 얼간이’ 등이 흥행에 성공했다. 그중 인도 수재 대학생들의 고민을 그린 ‘세 얼간이’는 볼리우드 영화의 매력을 담뿍 보여줬다. 학업 때문에 괴로워하던 대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심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곳곳에 노래와 춤 장면을 삽입했다. 인도 영화에 익숙지 않은 관객은 ‘느닷없다’고 할 법한 이 같은 노래와 춤 장면이야말로 볼리우드로 불리는 인도 상업영화의 핵심적 매력이다.



느닷없는 춤·노래 기본 … 로맨스·액션·코미디 다 들어간 ‘종합선물세트’

볼리우드는 힌디어로 만든 인도상업영화 지칭



인도 명문 공대생들의 고민을 그린 볼리우드 영화 ‘세 얼간이’. 볼리우드의 대표적 스타 ‘아미르 칸’(가운데)이 주연을 맡았다. 인도에서 2009년 개봉해 역대 최고의 흥행성적을 거뒀다.


볼리우드는 할리우드(Hollywood)와 인도 영화산업의 중심지 봄베이(Bombay, 현재 이름은 ‘뭄바이’)를 합성한 말이다. 1970년대 인도 현지 언론에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다소 빈정대는 뉘앙스였다. 이제는 인도의 대중적 상업영화를 이르는 말로 널리 쓰인다. 2001년부터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도 수록됐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볼리우드는 인도 상업영화 중에도 힌디어로 만들어진 영화를 뜻한다. 인도는 공식 언어가 22개나 된다. 이 중 가장 널리 쓰이는 힌디어도 사용자가 전체 인구의 40% 정도에 그친다. 자연히 힌디어만이 아니라 타밀어, 벵골어, 텔루구어 등 다양한 언어로 각 지역에서 영화가 만들어진다. 그중 힌디어 영화산업의 중심지가 봄베이다. 타밀어는 첸나이(옛이름 마드라스), 벵골어는 콜카타(옛이름 캘커타), 텔루구어는 히데라바드 등 각각 산업의 중심도시가 있다. 그렇다고 볼리우드에서 힌디어만 쓰는 것은 아니다. 지역색이 없다는 점은 힌디어 영화가 전국에 배급되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매년 인도에서는 1000편이 넘는 장편 상업영화가 만들어진다. 이 중 엄밀한 의미의 볼리우드 영화, 즉 힌디어 영화는 20% 남짓이다. 흥행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보다 크다. 여러 언어 중에도 전국에 배급되는 것은 주로 힌디어 영화다. 해외시장에 선보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흥겨운 노래와 춤 장면이 예외 없이 등장하는 힌디어 상업영화의 특징은 사실 다른 언어 상업영화에도 나타난다. 한국에서 2000년 개봉한 ‘춤추는 무뚜’(1995년작)가 좋은 예다. 국내 관객들이 볼리우드의 매력에 눈을 뜨게 만든 이 영화는 실은 타밀어 영화다. 이런 점에서 볼리우드는 힌디어만이 아니라 인도 상업영화의 전반적 스타일을 이르는 말로도 통용된다.



동시녹음 대신 춤·노래 따로 찍어 넣은게 관행돼



춤과 노래가 등장하는 영화를 할리우드에서는 뮤지컬로 부른다. 볼리우드에서는 따로 뮤지컬이라고 부를 게 없다. 모든 상업영화엔 뮤지컬이 기본이다. 여기에 로맨스, 액션, 드라마 등의 장르가 대부분의 작품에 다 들어 있다. 볼리우드 영화를 할리우드식 장르로 나누기 힘든 이유다. 이런 특징을 서구에서는 ‘마살라 영화’로 부르기도 한다. 마살라는 인도 고유의 복합적인 향신료를 뜻한다. 잘 만든 볼리우드 영화 한 편은 달콤한 로맨스, 호쾌한 액션, 감동적 드라마의 맛이 고루 난다. 그중에도 빼놓을 수 없는 맛은 역시 노래와 춤 장면이다.



인도 영화에는 30년대 유성영화가 나온 초기부터 노래가 등장했다. 당시 기술로는 춤추며 노래하는 장면을 동시녹음으로 담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곧 해결책이 나왔다. 사전에 노래를 따로 녹음하고, 촬영 현장에서는 이를 립싱크하는 것이다. 이처럼 노래를 사전 녹음하는 것을 플레이백(playback)이라고 부른다. 볼리우드의 화려한 노래와 춤 장면은 지금도 이렇게 만들어진다. 플레이백 가수는 얼굴 없는 존재가 아니라 유명인이다. 노래와 춤은 영화 홍보에도 요긴하다. 볼리우드 영화는 개봉 두어 달 전에 먼저 노래가 출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덕분에 이제 막 새 영화를 개봉한 극장에서도 관객들이 노래를 따라 부른다. 영화에 등장하는 노래는 한때는 인도 대중음악의 전부였다. 지금도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노래만이 아니라 춤 장면도 홍보용으로 미리 찍곤 한다.



노래 장면 미리 배포, 상영때 따라부르는 관객 많아



샤룩 칸과 디피카 파두콘이 주연한 ‘옴 샨티 옴’(2007년 작)은 70년대 영화계의 청년이 현대의 수퍼스타로 환생하는 이야기다.


볼리우드의 노래와 춤 장면에서는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이 군무를 펼친다. 안무, 의상, 세트가 고루 어우러져 영화에서 가장 화려한 장면을 빚어내곤 한다. 이런 화려한 장면은 관객들의 반복 관람과 상호작용을 낳는다. 인도에서는 영화 한 편을 10번, 20번 보는 일이 흔하다. 거꾸로 관객들이 이렇게 거듭 영화를 보게 하자면 그만큼 푸짐한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볼리우드의 노래와 춤 장면에는 영화의 맥락과 관계없는 배경이 등장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인도의 도시에 사는 주인공들이 초원은 물론이고 전 세계 유명 도시나 관광지를 배경으로 노래와 춤을 펼치곤 한다. 이 같은 이국적인 배경은 그 자체로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런 효과 때문에 각국 유명 관광지는 볼리우드 영화의 촬영을 반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인도 영화 중에는 아예 중국의 만리장성, 이집트의 피라미드 등 세계 7대 불가사의를 등장시킨 경우도 있었다. 최근에도 페루의 마추픽추처럼 촬영 스태프의 접근이 쉽지 않은, 또 촬영 허가를 얻기도 쉽지 않았을 배경에서 군무를 펼치는 영화도 있다.



영화 한 편에 많게는 10곡 이상의 노래가 등장한다. 복수극 등이 인기를 끌었던 70년대에는 영화 한 편당 3~4곡으로 노래가 줄어들기도 했다. 로맨스물이 많아진 80년대 이후로는 6,7곡 이상 등장하는 것이 보통이다. 노래 한 곡의 길이는 3~10분 남짓까지 다양하다. 노래와 춤 장면 덕분에 볼리우드 영화는 상영시간이 길다. 극장에서 상영할 때는 중간에 휴식시간이 등장한다. 중간 휴식까지 감안하면 영화 한 편 관람에 3~4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볼리우드 영화는 처음부터 전반과 후반이 나뉜 형식으로 제작된다. 한국에서 141분으로 상영된 ‘세 얼간이’는 본래 170분짜리 영화다. 국내 관객들의 부담을 우려해 수입사가 30분쯤을 편집했다.



볼리우드의 또 다른 특징은 스타 파워다. 스타, 특히 남성 주연배우는 영화의 흥행은 물론 제작 성사 여부에도 관건으로 작용한다. 배우가 감독이나 제작자를 겸하는 것도 흔하다. 감독, 배우,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 등 여러 영역에서 인력을 배출해 손꼽히는 영화인 가문들도 여럿이다. ‘세 얼간이’의 주연배우 아미르 칸(47)은 삼촌이 제작자이고, 사촌이 감독이다. 칸은 1999년 직접 제작사를 차렸다. 그가 처음 제작을 맡고, 직접 주연을 한 영화 ‘라간’은 2001년 아카데미 외국어상 후보에 올라 볼리우드의 위력을 과시했다. 반면에 아미르 칸과 동갑내기 샤룩 칸(47)은 영화계 친인척이 없이 성공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까삐꾸씨 까삐깜’, 지난해 국내 개봉한 ‘내 이름은 칸’ 등의 주연으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낯익다. 그도 ‘옴 샨티 옴’ 등의 출연작에서 제작자를 겸했다. TV 출신으로 볼리우드에서 성공한 드문 이력도 갖고 있다. 아미타프 바흐찬(70)는 이들에게 한 세대 앞선 대스타인 동시에 스타 가족이다. 70년대 부모의 원수에 복수하는 경찰 역할로 스타덤에 올라 수십 년간 인도 영화계를 주름잡았다. 그의 아들 아뷔섹 바흐찬(36)도 스타급 배우다. 아뷔섹 바흐찬과 미스월드 출신의 스타 아이쉬와라 라이(39)의 2007년 결혼은 인도 안팎에 큰 화제를 뿌렸다.



영화와 관계 없는 도시·장소 배경으로 노래하기도



2000년대 초부터 볼리우드에는 세계적인 조명이 쏟아졌다. 2001년 아미르 칸이 주연한 ‘라간’이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상 후보에 오른 것이 시작이다. 볼리우드 영화로는 57년 ‘마더 인디아’ 이후 처음이었다. ‘라간’은 영국 식민지배 시절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던 인도 농부들이 세금을 탕감받기 위해 영국인들과 크리켓 대결을 벌이는 이야기다. 2002년 프랑스 칸 영화제에는 샤룩 칸과 아이쉬와라 라이가 주연한 ‘데브다스’가 초청됐다. ‘데브다스’는 집안의 반대로 사랑하는 여인과 맺어지지 못한 남자가 비극적 세월을 보내는 이야기다. 1910년대 소설이 원작으로, 인도에서는 무성영화 시대부터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소재다. 뮤지컬의 제왕 앤드루 로이드 웨버도 뮤지컬 ‘봄베이 드림’을 2002년 내놓았다. 볼리우드는 영화산업의 본산인 할리우드 영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뮤지컬 영화 ‘물랭 루즈’가 한 예다. 인도 작가의 원작소설을 2008년 영국 감독 데니 보일이 스크린에 옮긴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볼리우드식 노래와 춤 장면을 더 극적으로 보여줬다. 가난한 인도 소년이 퀴즈쇼에서 우승하는 과정을 빌려 그의 인생 역정을 그린 이야기다. 작품상, 감독상, 음악상, 안무상 등 아카데미 8개 부문을 휩쓸었다. 그중 음악은 볼리우드 출신인 A. R 라흐만의 솜씨다. 라흐만은 뮤지컬 ‘봄베이 드림’에도 참여했다.



타밀어 영화 ‘로봇’ 등 2편 이달 국내 개봉



이번 달 국내 개봉하는 ‘로봇’(2010년 작)은 천재과학자가 만든 로봇이 과학자의 연인을 사랑하면서 벌어지는 파국을 그린다.


볼리우드의 전체 규모에 비하면 최근 한국에 소개된 인도 영화의 숫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중에는 볼리우드 영화로 부르기에 이례적인 영화도 적지 않다. 2009년 한국에서 흥행 성공을 거둔 ‘블랙’은 인도판 헬렌켈러 이야기다. 대사가 영어 위주인 데다 볼리우드식 춤과 노래는 등장하지 않는다. 지난해 ‘내 이름은 칸’에도 노래는 배경음악 위주로 등장한다. 9·11테러 이후 미국 내 무슬림들의 고단한 삶을 그렸다. 제작에는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 폭스의 계열사가 참여했다. 이들 영화를 두고 한국인도영화협회 정광현 회장은 “전형적인 볼리우드 영화라기보다는 세계시장을 겨냥한 인도 영화”라고 지적한다. 국내 극장가에는 이번 달에도 ‘하늘이 보내준 딸’ 등 인도 영화 두 편이 개봉한다. 공교롭게도 두 편 모두 타밀어 영화다. 그중 ‘로봇’은 블록버스터급 특수효과를 곁들인 SF영화다. ‘춤추는 무뚜’의 스타 라지니칸트와 아이쉬와라 라이가 주연했다. 노래와 춤 장면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볼리우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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