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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의 시시각각] 참 희한한 총선

이철호
논설위원
이정희 통합진보당(진보당) 대표의 후보 사퇴를 두고 말들이 많다. 진보 쪽은 “그녀의 눈물이 야권연대를 되살렸다”고 칭송하고, 보수 쪽은 “경기동부연합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비난한다. 온 사방에서 ‘경기동부’ ‘경기동부’라는 소리가 들린다. ‘경기동부’ 출신 후보를 분석한 민주통합당의 야권연대 비밀문건까지 공개됐다. 이쯤 되면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진보당이 경기동부를 분석보도한 언론사의 출입까지 금지시켰다니 아프긴 매우 아팠던 게 분명하다.



 진중권씨에 따르면 경기동부연합은 비밀스러운 주체사상파의 한 갈래라 한다. 북한 인공기를 꽂아놓고 입단식을 하고, 김일성 부자의 사진 앞에서 묵념하는 관행도 일부 남아 있는 모양이다. 옛 민노당에서 탈당한 진씨는 이 대표를 경기동부가 내세운 아바타로 지목했다. 이 대표의 사퇴도 비밀 조직이 노출된 데 따른 꼬리 자르기란 것이다. 그러면서 대타로 내세운 경기동부 쪽 후보를 “얼굴마담이 물러나고 몸통이 나서는 격”이라고 말했다.



 과연 경기동부가 만천하에 드러나 희대의 자살골로 끝나는 것일까. 순진한 생각이다. 오히려 정반대일 수 있다. 워낙 이번 총선 지형이 희한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내심 크게 이길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전체 300석 가운데 내부적으로 120석, 많으면 140석이 목표다. 훨씬 중요한 12월 대선을 의식하는 것이다. 과반 의석을 넘기는 대승은 오히려 부담스러운 눈치다. 대선에서 상대 진영의 결집을 초래하고 중도파의 견제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구도가 현실화되고, 진보당이 20석 안팎을 차지하면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나게 된다. 완벽하게 캐스팅 보트를 움켜쥔 진보당의 의도대로 국회 권력은 4년간 왼쪽으로, 왼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진보당과 민주당 사이에 샛강이 흐르면, 진보당과 새누리당 사이에는 한강이 흐른다. 19대 국회는 총체적으로 좌향좌할 게 분명하다. 진보당엔 기가 막힌 황금분할이다. 또한 진보당을 지배하는 경기동부가 이런 꽃놀이패를 놓칠 리 만무하다.



 요즘 진보당은 오히려 민주당이 과반을 넘을까 경계하는 분위기다. 캐스팅 보트가 쓸모없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동부는 진보당이 지나치게 약진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진보당 내부의 실권이 다른 경쟁파에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동부는 자파 출신의 성추행 후보를 끝까지 우기고, 이 대표의 사퇴도 무모하게 만류했다. 뒤집어 보면 그만큼 정파적 욕심이 앞선 것은 아닐까.



 선거 판도는 의도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 하지만 경기동부가 꽃놀이패를 즐길 가능성은 열려 있다. 우선 조직 노출이라는 돌출변수에도 불구하고 ‘MB 정권 심판’이란 상수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이 아무리 MB 색채를 희석시키더라도 정권 심판의 바람을 완전히 잠재우긴 어렵다. 민주당도 공천 과정에서 뒤뚱거렸지만, 야권 연대 효과를 누릴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경기동부의 꽃놀이패가 장기간 득세할 수 있을까? 그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요즘 주사파 운동권은 확대재생산이 약화된 것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모임에 나가 보면 대부분 40대이고, 20대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1980년대 후반 한때 주사파 이론에 홀린 대학생들은 40대에 접어들었다. 주사파 운동권은 이들의 ‘미안함’과 ‘부채의식’에 기생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요즘 20대는 주사파에 거부감이 엄청나다. 탈북자들의 폭로로 북한의 비참한 현실에 눈을 뜬 것이다. 연평도 포격 사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20대는 “남북한의 체제 경쟁은 끝났다”고 여긴다. 북한은 지원 대상이지 추종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19대 국회는 매우 생경한 이력을 남길 듯싶다. 해방 이후 처음으로 친북파가 좌지우지하는 국회로 기록될지 모른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주사파의 그 음습한 비밀주의와 패권주의가 햇볕 아래 드러나면서 힘을 잃든지, 아니면 추종 세력이 확대재생산되지 않아 소멸의 길을 갈 수 있다. 다만 놀라운 점은 80년대 대학가의 언더(지하서클)가 여전히 경기동부로 되살아나는 장면이다. 이번 총선에서 유심히 살펴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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