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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 명 홀린 카퍼필드, 집에 든 도둑 홀린 마술은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마술은 구약성서 시대부터 내려온 유대인의 장기 중 하나다. 이들은 오랜 유랑 기간에도 마술을 그들의 대표적 오락으로 발전시켰다. 진부함을 천박하게 여기는 유대인의 창의성은 다양한 마술을 개발하고 발전시켰다. 마술의 종류도 다양하다. 있는 것을 안 보이게도 하고 없어진 것을 다시 보여주기도 한다. 신체를 절단하기도 한다. 관객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물체를 옮긴다. 사람을 공중에 뜨게도 만든다. 어린이는 물론 성인도 모두 마술에 열광한다.

유명한 마술사 중엔 유대인이 많다. 헝가리 태생으로 20세기 초 미국에서 활동한 해리 후디니는 마술계의 전설이다. 이스라엘 태생 헝가리계 유대인 유리 겔라와 푸에르토리코-러시아계 미국 유대인 데이비드 블레인 등 쟁쟁한 마술의 대가들이 있다. 이에 더해 뛰어난 창의성과 개인기로 오늘날 세계 마술계를 제패한 인물이 있다. 유난히도 검은 머리와 검은 눈썹의 신비한 인상으로 최근 우리 스마트 TV 신상품 광고 모델로 등장했다. 미국 유대인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사진)다.

진부함을 천박하게 여기는 유대인의 장기
카퍼필드(본명 코트킨)는 1956년 뉴저지주 메투첸에서 태어났다. 우크라이나 유대인 가계다. 열 살 때부터 혼자 마술을 배웠다. 12세에 미국 마술가협회에 가입했다. 16세에 이미 뉴욕주립대에서 마술 강연을 했다. 수줍은 성격의 외톨이였던 그는 고교 시절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극장가를 서성거렸다. 안무가이며 뮤지컬 감독인 밥 포스(영화 ‘카바레’ 감독)의 작품을 자주 관람했다. 73년엔 뉴욕 포드햄대학에 진학했다. 다음 해 하와이 호놀룰루 한 호텔에서 마술 공연을 하면서 본격적인 직업 마술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1977~2001년 ABC-TV 마술 코너에 고정 출연했다. 96년엔 명감독 프랜시스 코폴라(영화 ‘대부’ 감독), 특수의상 제작자인 일본 여성 에이코 이시오카와 합작으로 브로드웨이에서 ‘꿈과 악몽’이란 마술 공연을 무대에 올려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카퍼필드는 라스베이거스 MGM 호텔을 기지로 전 세계를 돌며 공연한다. 2011년 미국마술사협회는 그를 ‘마술의 왕’으로 추대했다.

카퍼필드는 감각적이고 환상적이며 때로는 초능력에 가까운 예술적 마술을 선보인다. 손수건으로 물건 감추기나 동전 앞·뒷면과 카드 알아맞히기 등 초보적 수준의 동네 마술사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그는 요란한 제스처 대신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매우 스케일이 큰 특이한 마술을 고안했다. 중국 만리장성을 걸어서 통과하는가 하면 미국 그랜드캐년에서 공중 유영도 한다. 뉴욕 자유의 여신상,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열차, 페라리 스포츠카, 제트기가 갑자기 사라진다. 나이애가라 폭포도 관통한다. 인간은 도저히 탈출할 수 없다는 앨커트래즈 형무소에서도 빠져나왔다. 환상적인 무대와 현란한 조명 그리고 폭발적인 음향 장치를 동반한 그의 공연엔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다. 대부분 TV 방송용으로 녹화된다. 간혹 관객을 무대에 올려 관객과 일치된 호흡을 이룬다. 그는 연평균 1억 달러(약 1100억원)의 수입을 올린다. 약 3000만 명이 그의 무대 공연을 관람했으며 TV 공연 시청자도 30억 명을 넘었다. 에미상도 여러 차례 수상했다. 최근엔 장애인 재활치료에 마술을 도입한 ‘프로젝트 매직’ 사업도 하고 있다. 마술은 몸을 유연하게 만들며 기억력이나 의사소통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마술 관련 11개 종목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최고 수입, 최다 TV 출연, 연간 최다 공연, 가장 다양한 종목의 마술 개발 등이다. 90, 2004, 2011년 등 세 차례 내한공연도 했다.

신출귀몰(神出鬼沒)하기 짝이 없는 카퍼필드도 84년과 2008년 두 차례 공연 중 실수로 중상을 입은 적이 있다. 그는 94~99년 독일 출신 수퍼모델 클라우디아 시퍼와 약혼 관계에 있었다. 시퍼는 프랑스 원로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를 닮았다는 세평을 받은 90년대 초 세계 1위의 패션 모델이었다. 97년 프랑스 파리 마치지가 이들의 관계는 위장 약혼이란 보도를 하자 카퍼필드는 파리 마치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고 배상도 얻어냈다. 2010년 4월엔 모델 출신의 한 미국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곧 무고였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자신의 집에 침입한 강도를 마술로 속여 위기를 모면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귀중품이 들어 있는 주머니 속을 순간적으로 비워 강도를 속였다는 것이다. 마술을 호신술에 이용한 것이다.

개인 박물관 차리고 바하마엔 별장용 섬
카퍼필드는 라스베이거스에 개인 마술박물관을 차렸다. 약 8만 점의 마술 관련 소도구, 사진, 영화 등을 전시했다. 일반인에겐 비공개되며 마술인과 골동품 수집가에게만 출입이 허용된다. 전설의 마술사인 유대인 해리 후디니 관련 자료를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 2006년엔 바하마 제도의 섬 하나를 별장용으로 구입해 그곳에서 유명 인사를 초청해 파티를 연다. 구글의 창업자인 러시아 태생 유대인 세르게이 브린의 결혼식도 이곳에서 치러졌다.

카퍼필드는 관객에게 꿈과 환상을 주면서 교감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마술이 단순한 오락이 아닌 생활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세계 모든 관객은 비싼 관람료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술을 보기 위해 모여든다. 사실 마술은 정교한 눈속임이다. 속지 않으려고 정신을 바짝 차려도 한순간에 속아 넘어간다. 이런 점에선 정치와도 많이 닮았다. 그렇지만 정치도 잘만 하면 엄청난 마력을 지닐 수 있다. 카퍼필드의 마술처럼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킬 수도 있다. 모든 형태의 정치적 부조리가 마술에서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기는 하지만.

전 외교부 대사 jayson-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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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