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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한명숙 대표, 공천에 사심 없었는데…"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민주통합당 박영선(52·사진) 의원은 지난 1월 15일 전당대회에서 이변을 만들었다. 당시 박 의원은 39세 이하 모바일 투표에서 ‘시민후보’ 문성근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이런 결과에 힘입어 한명숙 대표, 문성근 최고위원에 이어 3위로 최고위원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두 달여 만인 21일 “당이 공천 과정에서 국민에게 실망을 줬다. 우리 당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며 최고위원직을 내놨다. 친노(親노무현)ㆍ시민단체 주축의 ‘혁신과 통합(혁통)’ 측 일부 인사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23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박 의원은 보이지 않는 손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는 것을 피했다. 하지만 그는 “정치는 오케스트라다. 어느 한쪽 현의 소리가 너무 커지면 음악이 깨지듯이 정치도 그렇다”며 공천 문제점을 지적했다.

-왜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나.
“민주통합당이 존재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민들은 기대를 가졌었다. 그런데 공천 과정을 겪으면서 당은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죄송하다고 밝히고 책임져야 했다. 실망한 국민들에게 저라도 용서를 구한 뒤 총선만큼은 우리 당을 지지해 달라고 간절히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당 지도부는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한다.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엔 어디든 돕겠다. 그러나 최고위원까지 사퇴한 마당에 선대위 참여는 적절치 않다.”

-‘보이지 않는 손’이 누구인가. 혁통 쪽이 아니냐는 관측이 돈다.
“더는 얘기하지 않겠다. 보이지 않는 손이 나 아닌가라고 생각이 드는 분이 있다면 앞으로 당을 위해서 목소리를 낮춰주실 것으로 기대한다.”

-한명숙 대표의 리더십이 약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있는데.
“한 대표는 공천에서 원칙을 가지고 하려 했다. 공천에 한 대표 사심이 작용한 것도 전혀 없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상하게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지 않다. 한 대표는 분명히 이렇게 했는데 결과물은 다르게 나왔다. 그래서 내가 이런 상황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니 (한 대표를 보면) 안쓰럽다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많다. 한 대표는 어머니 같은 리더십이다. 강인하면서도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굉장히 노력한다. 그런데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하다 보면 때론 밀고 나가야 하는 결정적인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가끔 있을 수 있고….”

-공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국민들이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느끼는 분들을 많이 모셔오지 못했다. 모셔오고도 탈락한 분들도 있다. 또 (공천에서) 진보의 가치는 많이 반영됐다고 보는데 보편적 국민이 생각하는 중도적 가치가 과연 많이 반영됐는가는 좀 더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 더 반영됐어야 했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더 필요했다고 본다.”

-비례대표 공천 등에서 선명성만이 너무 강조됐다는 얘기도 있는데(※민주통합당 비례대표 공천에선 노동계ㆍ시민단체 인사들이 대거 입성했고,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 유재만 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제도권 전문가들은 탈락했다).
“그래서 조화가 필요하다. 선명성을 강조하는 그룹도,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해결할 그룹도 필요하다. 정치는 결국 조화를 만드는 것이다. 조화가 돼야 당도 잘된다. 새누리당처럼 지나치게 현실에 안주하면 부패한다. 반면 너무 이상만 좇다 보면 구름 위의 산책이 된다. 민주통합당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키는 일이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원로그룹들은 오랜 기간 많은 정치 경험이 있는 분들이다. 이분들이 뭔가를 주장하기보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방향을 제시하고 양보도 시키게 하고 배려도 해주는 그런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그러려면 당이 이분들의 말씀을 존중해야 하고 원로 분들도 더 크게 마음을 비우는 게 필요하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며 ‘우리는 과거 10년 정부를 운영하며 성공도 있고 실패도 있었다.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는데.
“국민의 대다수가 생각하는 보편적 가치보다 한쪽으로 치우쳤던 경험들이 좀 있었다. 국민들은 여기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예컨대 민주통합당이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지만 지나치게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우리와 전혀 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였다. 국회 과반을 차지했던 열린우리당 시절을 돌이킬 때 제가 가장 후회하는 게 야당을 포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실패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당의 정체성은 진보를 상당히 수용하지 않았나.
“진보로 가는 것은 맞다. 국민 다수가 보편적 복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고, 대북 정책도 힘으로 북한을 누르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통일로 향해야 한다는 생각 아닌가. 세금ㆍ경제 정책에서도 현 정부가 강조한 낙수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진보의 가치를 지향하면서도 지나치면 때로는 근간이 훼손될 수 있다. 경제력에 비해 복지 부문 예산을 너무 강하게 늘리면 보편적 복지라는 축이 흔들리는 것이 그 예다.”

-야권연대를 위한 정책공조에선 통합진보당을 따라가는 게 아닌가.
“따라간다기보다는 그분들의 목소리를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분들이 추구하는 방향은 일종의 파라다이스, 어떤 이상적인 방향이다. 민주통합당은 진보를 추구하지만 현실이 감안됐다. 그런 차이점이 있다.”

-공천 논란으로 통합민주당 지지율이 빠진 것 아닌가.
“통합하며 국민 기대치를 올려놨는데 계속 (공천 등으로) 불협화음이 나오니 국민들은 짜증이 났다. 반면 새누리당은 기대가 없는 상태에서 출발했으니 (민주통합당보다) 상승하기에 더 유리했다. 하지만 이번엔 야당이 과반 의석을 해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열린다. 새누리당은 이름을 바꾼 것 외엔 변혁을 보여준 게 없지 않은가. 지금부터 우리 당이 잘하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

채병건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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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