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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대선 후보 베스트 없어, 박근혜는…"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19대 총선 공천은 유난히 후유증이 크다. 민주통합당 박영선 최고위원이 21일 ‘부실 공천’을 들어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더니 다음 날엔 새누리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이 비대위원직을 내놨다. 박 의원은 물러난 김 전 위원에게 “안 되고 추워 보인다”고 전화했다고 한다. 김 전 위원은 “그만뒀으니 밥이나 먹자”며 서로 웃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김종인(72·사진) 비상대책위원은 4·11 총선 공천에서 자신이 요구한 ‘경제 민주화 인사’들이 배제된 채 성장주의·친재벌로 집약되는 보수 성향의 ‘MB노믹스’ 상징 인사들이 대거 공천된 데 반발해 왔다.

23일 김 전 위원의 개인 사무실 ‘대한발전전략연구원’에서 그를 만났다. 김 전 위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돼 이명박 정부 출범 뒤 매달 한 번쯤 그를 만나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었다”는 개인적 인연도 소개했다.

-왜 그만뒀나.
“나는 새누리당 당원이 아니라 외부에서 고용된 목수였다. 지난해 12월 15일 디도스 사건으로 한나라당 지도부가 무너지자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내게 ‘나라를 위해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집이 무너질 것 같은 분위기에서 집을 고쳐 달라니 목수로서 지붕을 얹고, 벽도 털어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걸 못하겠다고 하면 목수가 더 일할 이유가 없다. 특히 공천자 중엔 새누리당의 새 정강 정책이나 국민과의 약속을 실행할 능력 있는 사람이 확보돼야 한다고 기대했다. 박 위원장도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았다.”

-공천 불만인가.
“박 위원장의 얘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람이 공천된 게 납득이 안 된다. 공천 과정을 보면 새누리당은 정권심판론에 스스로 끌려갈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런 대상이 될 인물이 그대로 살아 있고, 정책을 쇄신할 인물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정당이란 그저 20~30명이 제대로 일할 수 있으면 된다. 그런데 이번 공천에선 그런 사람들이 확보되지 않았다.”

-왜 그렇게 됐나.
“정치가 아직 미숙해서다. 공천이란 게 어느 지역의 당선 여부보다 포괄적인 선거 전략을 갖고 가는 전략적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도식적이고 기계적인 공천을 했다. (새누리당) 공천에 무슨 컨셉트가 있었느냐. 여론조사 하고 대충 성향을 파악해 공천한 것 아니냐. 거기에다 박 위원장은 당 화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주변 인사들은 당과 현재 정권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갖고 가야 한다고 권하는 사람이 많았다. 결국 그쪽으로 흘렀다. 1월 말에 나와버렸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다만 그때 나오면 박 위원장에게 줄 대미지가 너무 클 것 같아 인내하고 견뎠다.”

-한때 대선 유력 주자로 떠오른 안철수 교수의 멘토였지 않나.
“안 교수와는 지난해 5월 얘기다. 기존 정당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함께 새로운 세력의 당을 하나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나이가 많은 우리는 조언 그룹으로 뒷선에 서고 30~40대의 국민 지지가 많은 사람을 내세워 정당도 만들고 새로운 세력을 의회에 내보내고 싶었다. 30~40석 정도가 목표였다. 안 교수가 젊은 세대에게 신망이 많다고 해서 정치를 권했다. 지난해 5월부터 권했는데 결심을 못했다. 자기는 인생의 모든 것을 홀로 결정했는데 정치는 남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결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종적인 답을 듣기 위해 지난해 8월 31일 만났는데, 만나자마자 서울시장 보선에 나가겠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이 그대로 믿고 언론과 인터뷰했다. 그런데 나중에 말을 뒤집고 사람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안 교수가 정치할 사람은 아니라
고 보게 됐다. 정치하려면 적극성이 있고 자기 희생을 각오해야 하는데 그럴 각오가 전혀 안 돼 있다.”

-안 교수가 결국 정치에 나설까.
“박원순 서울시장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총선 기간 중 어떤 정치적 제스처를 쓸진 모르겠다. 총선 때 아무런 모션이 없으면 정치에선 완전히 배제된다는 인식 정도는 하고 있을 게다. 주변에선 아마도 무소속으로 나오면 야당 후보와 단일화 과정에서 여론조사로 이길 수 있겠다는 착각을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정도의 사고로 대선에 나서긴 힘들다. 정치란 자기를 완전히 던져 헌신할 생각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정치인이 누가 있나.
“차기 대선 후보를 놓고 보면 베스트는 없다. 세컨드(2nd) 베스트도 없는 것 같다. 서드(3rd) 베스트 중에서 누구라도 한 사람 찾아 내야 하는데. 그렇다면 박근혜 위원장이 아닐까 싶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갑작스레 부각된 데 비해 박 위원장은 준비를 많이 하지 않았나 하는 측면에서다.”

-박 위원장의 정치 스타일을 놓고 비판도 있는데.
“비민주적이란 말도 있는데, 주변 사람이 스스로 박 위원장에게 겁을 먹고, 말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지 못하고 박 위원장의 눈만 쳐다보는 사람이 더 많다.”

-총선 전망은.
“박 위원장이 2004년 탄핵 정국의 어려운 선거에서 121석을 확보했다. 이번에도 121석 이상 얻으면 박 위원장 입장에선 성공한 선거이고, 그건 가능하다고 본다.”

-새누리당은 개혁과 변신에 성공했나.
“그렇지 않다. 과거에도 보면 당이 선거 패배 후 한두 달간 굉장히 긴장한 것처럼 하다가 원상으로 되돌아가곤 했다. 이번에도 그런 것에 불과하다. 새누리당은 지금 모두 정상 상태라고 느낀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있자니 너무 불편해서 나온 거다.”

-그런데도 121석 이상이 가능한 이유는.
“민주통합당이 총선 후보 공천, 선거연대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에게 눈살을 찌푸리는 행동을 거듭해 반사 이익이 있다. 박 위원장이 들어와서 종전에 한나라당이 주장했던 것과는 새로운 측면을 보인 점도 있다. 한나라당은 부자 정당인데 경제 민주화를 얘기하지 않았나. 우리나라에서 소득세를 납부하는 사람의 97%가 연간 6000만원 이하 소득이다. 그중 절반 이상이 3000만원밖에 안된다. 경제 민주화 문제는 총선·대선에선 가장 중요한 이슈인데 새누리당은 그런 공천을 못했다. 어쨌든 민주통합당이 1당이 될 게다. 역대 총선에서 야권 단일후보는 처음이어서 파급효과가 간단치 않다. 거기에 정권심판론 논쟁이 불붙으며 민주당이 130석쯤 할 것으로 본다.”

최상연 기자 chois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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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