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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발한다, 고로 존재한다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Photo by Mariano Vivanco
21세기 팝의 여왕, 레이디 가가가 온다. 4월 27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본 디스 웨이 볼 투어(Born This Way Ball Tour)’ 월드 콘서트가 시작되는 것이다. 레니 크라비츠, 모리세이, 라디오 헤드 등 역사적인 첫 내한공연이 줄을 잇고 있지만 최고의 빅쇼라면 역시 레이디 가가다. 4만 석인 주경기장의 1, 2차 티켓 예매가 10여 분 만에 마감됐다.

2008년 첫 번째 앨범 ‘The Fame’을 발표하고, 제목처럼 단숨에 유명세를 탄 그는 진작 ‘현상’으로 여겨졌다. 싱어송라이터로 음악적 평가를 받으면서도 그 밖의 것들로 더 주목 받았고, 그래서 그냥 팝가수가 아니다. 이를테면 기괴하리만치 독특한 패션 말이다. 그의 머리카락은 리본과 모자가 되고, 얼굴 전체는 레이스로 덮인다.

굽이 40㎝에 이르는 구두를 신은 가가를 만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약간 겁이 났다”고 나중에 털어놓았다. 투명 플라스틱으로 만든 비누방울 옷, PVC·라텍스로 만든 옷 등 생각지 못한 소재도 등장한다. 구글에서 이런 가가의 패션이나 스타일로 검색을 하면 연관 검색어로 등장하는 형용사는 주로 ‘미친(crazy)’ ‘기이한(weird)’ ‘너무 충격적인(outrageous)’ 같은 것들이다. 반대로 ‘정상적으로 입은 레이디 가가(lady gaga dressed normal)’도 있다. 남들처럼 입는 것이 화제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는 “곡을 만들 때 무대에서 입을 옷까지 생각한다. 공연예술과 패션은 함께하기 때문이다”라는 정답을 말한다. 어떤 시간,장소,상황에서 왜 그 옷을 입었는지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는다. 2010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 생고기 드레스를 입고 나왔을 때도 그랬다. BBC가 전문가를 동원해 페미니즘 시각인지, 동물보호에 대한 역설적 주장인지, 아무 의미도 없는지 분석했을 때도 가가는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고만 말했다.

다만 다른 대화에서 언급된 내용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점이 있다. 뉴욕대 재학 중의 일화가 그중 하나다. 술을 한잔 걸치고 친구들 앞에서 들려줄 노래가 떠올랐을 때다. “목청을 가다듬고 조용해지기를 기다렸다. 애들이 떠드는 가운데 노래하고 싶지 않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옷을 벗고 속옷 차림으로 피아노 앞에 앉았다. 모두 입을 다물었다.”

가가는 “도발은 단순히 주목받기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에게 도발이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뭔가를 얘기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최근 그가 ‘본 디스 웨이 재단(Born This Way Foundation)’을 설립한 이유에서도 드러난다.
“미온적인 음악이나 적당한 자선활동엔 관심 없다. 모금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단체에 줘버리고 싶지 않다. 아픈 곳을 계속 건드려서 결국 당신이 말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싶다. 그래서 당신이 메시지의 일부가 되고 바꿔나가는 것이다.”

극단적인 가가의 패션은 베끼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1970년대 모델로도 활동했던 가수 그레이스 존스는 “나를 따라 하는 게 불쾌하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당시 충격적인 패션 아이콘이었던 그레이스 존스는 앤디 워홀의 뮤즈였고, 키스 헤링과 보디페인팅 작업을 하는 등 팝 문화를 예술로 확장시켰다.

이외에도 마돈나,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가가가 베꼈다고 언급되는 팝스타는 여럿이다. 이에 대해 가가는 “내 모든 것이 전에 시도됐던 것이라고 말한다. 넓은 의미에서 맞다. 하지만 그것들이 한데 모아진 적은 없다”고 한다. 자신과 늘 비교되는 마돈나에 대해서도 “건방지게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나는 팝의 혁명을 가져오고 싶다. 마지막 혁명은 25년 전 마돈나가 이뤘다”고 말한다. 영향을 받은 건 인정하면서도, 음악잡지 ‘롤링스톤’이 명명했듯 21세기 팝의 여왕은 자신이라는 자신감으로 보인다.

안타깝게도 가가는 지난 18일 미국에서 방송된 오프라 윈프리쇼에서 “앞으로 꽤 오랫동안 인터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 달 뒤 한국에 와서 그의 입으로 이런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는 없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파격적이고 멋진 공연을 통해 가늠해 볼 일만 남았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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