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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그림 보는 자리… 非경제 인사 불리하지 않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백악관 공식 브리핑에서 세계은행 총재로 미국이 지명한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가운데)을 소개하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저는 세계은행 총재에 나서 달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요청을 고민 끝에 받아들였습니다. 세계은행은 가난과 싸우는 개발도상국에 원조하는 중요한 국제기구입니다. 지금은 다트머스대 총장입니다. (세계은행으로 옮겨갈 때까지) 학교를 위해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짐 용킴(Jim Yong Kim), President, Dartmouth College.”

미국이 23일(현지시간) 세계은행(World Bank)의 차기 총재 후보자로 단독 지명한 한국계 김용(53) 미 다트머스대 총장의 첫 공식메시지다. 총재 지명 직후 교직원과 재학생들에게 e-메일을 보내 짤막한 소회를 전했다.

세계은행은 이날 차기 총재 후보자로 김총장을 포함해 3명을 발표했다. 미국이 단독지명한 김 총장과 남미에서 추천한 전 콜롬비아 재무장관인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미컬럼비아대 교수, 아프리카에서 내세운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이다. 세계은행은 다음 달 초부터 워싱턴DC에서 이들 후보자에 대한 면접을 한 뒤 같은 달 20∼21일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여는 연차총회에서 신임 총재를 선출한다. 사실상 총재 지명권을 쥔 미국이 김 총장을 단독 후보로 지명해 그의 선임이 확실시된다.

미국이 후보 물망에 없던 김 총장을 전격 지명한 것은 아시아계 인물을 내세워 중국과 신흥국들의 지지 기반을 보태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트머스대 출신으로 김 총장을 잘 아는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을 비롯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김 총장을 천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이 차기 총재로 임명되면 로버트 졸릭 총재의 뒤를 이어 7월부터 5년 임기를 맡게 된다. 아시아계 최초의 아이비리그 총장인 그는 20여 년간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하며 중남미 빈민지역에서 결핵 퇴치와 의료활동에 앞장서 왔다. 2004년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국장을 맡았고, 2009년 다트머스대 17대 총장에 선출됐다. 1959년 서울태생으로 5세 때 부모를 따라 아이오와주에 이민 갔다. 브라운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의학 박사와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지 언론은 비경제 분야 인사인 김 총장을 ‘깜짝 카드’ ‘의외’ 등으로 평했다. 신임 총재를 맞을 세계은행은 아직은 ‘원 오브 뎀(one of them, 세 후보 중 하나)’이라며 조심스러운 표정이다. 다트머스대와 한국인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트머스대의 전범선(역사학 2년)씨는 “봄방학 중이라 학교에 가지 않았지만 인터넷·전화로 소식을 주고받으며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을 지내고 워싱턴DC에 나간 조인강(54) 세계은행 대리이사, 국제통화기금(IMF) 한국인 첫 상임이사였던 오종남 서울대 교수와 연결됐다.

▶조인강 세계은행 대리이사
-세계은행 분위기는 어떤가.
“한국인으로서 대단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이 곳 세계은행 내부 분위기는 다소 조심스럽다. 경제 분야 인사가 아니라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있다. 아직은 ‘원 오브뎀’ 분위기까지 있다. 다음 달 인터뷰도 까다로운 분위기가 될지 모른다.”

-미국이 단독 지명하면 되는 것 아닌가.
“물론 그렇다. 인터뷰를 앞두고 세계은행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이다. 경제는 물론 금융·세계정세·행정 분야까지 꿰뚫어야 이사회에서 만족할 것이다. 마지막에는 이사진이 투표를 한다. 무난히 통과해 취임하길 바란다.”

-비경제 인사는 세계은행을 이끌 수 없나.“아니다. 세계은행은 개도국에 교통·수도·식량·교육·의료 같은 기초 인프라 구축을 지
원하는 일을 한다. 빈곤을 퇴치하고 인간다운 삶을 되찾도록 다양한 정책을 펼친다. 김후보자가 그동안 헌신한 국제 결핵퇴치나 의
료활동도 세계은행의 고유 업무다. 세계은행 총재는 경제를 포함해 큰 그림을 봐야 한다.”

-아이비리그(하버드 등 미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인 다트머스대 총장으로 일했는데.
“다트머스대 총장 활동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학 총장으로서 미국 내에서 어떻게 재원을 조달하고,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썼느냐가 중요하다. 세계은행 총재 역시 각국 지도자들과 만나 재원을 조달하고 비전있고 의미 있는 사업을 펼쳐야 한다.”

▶ 오종남 서울대 교수

-김 총장의 후보 지명을 어떻게 보나.
“대단히 환영한다. 세계은행은 IMF와 함께 세계 경제·금융을 이끄는 양대 국제기구다. 한국은 이제 원조 수혜국에서 지원국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더욱 자랑스럽다. 한국이 여전히 원조 대상국이었다면 김 총장이나 한국 모두 거리를 두었을 것이다.”

-한국에는 무슨 도움이 되나.
“한국이 돈을 내는 원조 지원사업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세계은행의 대주주인 선진국의 눈으로 보기에는 원조 우선 순위가 다를 수 있다. 이번에 총재 후보를 놓고 아시아·아프리카·남미 신흥국들이 미국 등 선진국을 견제한 이유다.”

-미국이 왜 김 총장을 지명했을까.
“세계은행 정책에 대해 개도국과 신흥국의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미국은 미국인이 맡았던 세계은행 총재 자리를 다른 나라에 넘기긴 싫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개도국이나 신흥국의 불만을 잠재우면서 미국인인 김 총장을 지명하는 카드를 꺼냈다.”

-경제를 잘 모른다는 지적이 있다.
“건설·교육·의료·식품 등 다양한 인프라를 지원하느라 세계은행에는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리더십을 발휘해 재원을 조달하고 사업을 원활히 펼치면 된다. 꼭 경제·금융 전문가가 총재가 될 필요는 없다.”



세계은행(World Bank) 총재는…
세계은행은 매년 후진국·개발도상국에 500억~600억 달러의 경제발전 원조 자금을 집행한다. 재원은 회원국(187개)에서 자본금을 증액받거나 상환된 원조자금을 통해 마련한다.

총재는 5년 임기에 연임이 가능하다. 외국 방문 때는 국가원수급 의전을 받는다.

세계은행의 역사는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에서 시작됐다. 제2차 세계대전 44개 연합국이 미국 뉴햄프셔주의 소도시 브레턴우즈에서 작성한 이 협정에는 세계 통화·무역의 안정을 위해 세계은행과 IMF를 창설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45년 IMF가, 46년 세계은행이 출범했다.

역대 11명 총재 모두 미국에서 나왔다. 납입자본 기준으로 미국은 지분율 15.85%를 가진 최대주주다. 2∼5위가 일본(6.84%)·중국(4.42%)·독일(4%)·프랑스(3.75%) 순이고, 한국은 1.57%로 16위다. 지분율에 비례해 투표권을 가져 미국의 입김이 강하다.

로버트 졸릭 현 총재를 포함해 4명은 고위 관료 출신이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졸릭 총재는 85년 미 재무부에 들어가 제임스 베이커 재무장관의 자문역을 거쳐 조지 H W 부시 정권에서 백악관 참모로 활동했다. 조지 W 부시 정권에서는 무역대표부 대표와 국무 부장관을 지냈다. 5대 총재인 로버트 맥나마라는 베트남전 당시 국방장관이었고, 10대 총재인 폴 울포위츠는 국방 부장관을 지냈다.

금융계 출신이 6명으로 가장 많다. 초대 총재인 유진 메이어는 은행가 출신으로 워싱턴포스트 발행인을 거쳤고, 3대 총재인 유진 로버트 블랙은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지냈다. 국회의원출신은 미 하원의원 출신의 7대 총재인 바버 코너블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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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