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대형 교회, 헌금 규모와 사용처부터 밝혀야”

BC 586년. 바빌론에 끌려간 이스라엘 백성은 성전세(헌금)를 내기 시작한다. 나라는 잃었지만 제사장을 중심으로 교회를 유지하는 한편 전쟁 고아와 과부 등을 돌보며 민족으로서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그로부터 2600여 년이 지난 오늘, 대한민국에선 종교인 과세 여부가 논란이다. 이 문제는 성전세, 즉 교회헌금을 어떻게 볼 것인가와 연결돼 있다. 논의는 19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인터뷰에서 “종교인에 대한 과세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대부분의 개신교 교회는 교인이 내는 헌금으로 운영되며 목회자의 월급도 여기서 나온다. 2006년 국세청이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가능한지 유권해석을 의뢰했지만 정부는 여태껏 답변을 미뤄왔다. 그러다 박 장관의 발언으로 종교에 대한 과세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이정배(57·사진) 감리교 신학대 교수를 22일 서울 냉천동 연구실에서 만나 교회와 세금을 둘러싼 쟁점에 대해 물었다. 이 교수는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종교인의 세금 징수 논의를 헌금을 사유화해 온 일부 대형 교회의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회자이기도 한 이 교수는 감신대를 졸업하고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신학자다.

-성직자는 근로자가 아니고 종교활동은 근로가 아니기 때문에 세금을 낼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이스라엘 민족의 성전세는 상당 부분 사회 유지를 위해 쓰였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교회의 현실에서 교회 헌금은 교회를 유지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한국 교회가 순수하게 사회를 위해 쓰는 돈은 3% 미만이라는 학술연구 결과도 있다. 헌금을 걷어 대부분 교회의 운영과 확장에 사용하는 것이다. 교회의 건축과 운영 방식, 각종 사업엔 자본주의 논리를 적용하면서 세금 문제에서만 거룩함의 논리를 세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일부 목회자는 이미 소득세를 내고 있다.
“사실 세금이 문제가 되는 교회는 한국 교회의 10% 정도에 해당되는 대형교회다. 대다수의 목회자들은 세금 납부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영세한 교회를 이끈다. 순복음교회 등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들은 소득세를 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대형교회 소속 목회자의 소득세 납부는 지극히 부분적인 문제다. 대형교회는 헌금의 규모가 얼마이고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걷힌 돈은 국가 등 그 어떤 기관으로부터 제약을 받지 않고 사사로이 쓰이는 게 현실이다. 이걸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교회의 운영에 사용되는 헌금의 역사적 함의를 알아야 교회 세금 문제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들의 사회 유지에 필요한 재원을 성전세에서 충당했다. 국가 없는 민족이었지만 교회는 성전세를 통해 수세기 동안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로마시대에 이르러 이스라엘인에 대한 세금 징수가 시작되자 신도들은 로마와 성전에 이중으로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신약 성경의 ‘예수의 성전 정화’는 신의 이름으로 백성의 고혈을 짜는 사제들에 대한 분노를 배경으로 한다. 이 교수는 이 장면과 현재 한국 교회가 처한 현실을 대비했다. 그는 “수조원에 달하는 헌금이 종교의 이름으로 걷히고 있지만 취지대로 사용되지 않는 오늘의 현실에 예수님이 뭐라 하실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금은 기부금이기 때문에 성직자에 대한 과세는 이중 과세라는 지적이 있다.
“성직자가 소득세를 내는 것이 이중과세라는 주장은 논점을 빗겨간 것이다. 종교인은 종교인이자 시민이고 국가의 일원이다. 말하자면 이중국적자인 셈이다. 일반 신도의 입장에서 세금을 내면서 헌금도 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신도가 이렇게 어려운 일을 하는데 교회는 당연히 이 돈을 제대로 써야 하고 어디에 쓰는지를 공개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한국 교회는 이를 하지 않고 있다. 또 가난한 자를 돕는 일 등 성전세의 원목적대로 행해야 할 일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현실에 맞춰 교회가 세금을 내면서 국가를 돕는 것도 성전세의 원취지를 살리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세법에 종교인에 대한 비과세 조항은 없다. 정부의 의지가 있으면 일부 법령 개정을 통해 바로 과세할 수 있다. 다만 과세를 하려면 종교인의 소득을 확인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교회나 사찰의 수입과 지출이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교회가 왜 사회를 위한 일을 하기 힘든가.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지 않나.
“교회는 기본적으로 ‘우리의 구원’을 위한 공간이다. 그러다 보니 이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확장해 간다. 그래서 교회가 교인을 위한 묘지도 만들고, 사회사업도 하고 신문도 만들게 된다. 취지는 다 좋다. 하지만 결국 사기업처럼 운영되고 이 자리에 자식이 가고 친척이 가면서 문제가 생긴다. 교회 중심적인 사고를 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교회가 직접 하지 말고 이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단체를 후원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외국 교회는 세금을 내나.
“소득세는 당연히 납부한다. 국교가 있는 유럽의 국가들은 국교 신도들로부터 종교세를 걷어 목회자 월급과 교회 유지에 사용하고 사회 사업을 한다. 미국의 경우 그해 필요한 예산을 미리 짜서 총회에서 공개하고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부담할 액수를 정한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