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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내부고발자 외면하는 미 금융당국

민사재판에서 핵심 증언에 관한 녹음이 사라졌다면 증거불충분으로 소송을 기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조사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하지만 미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가 대형 투자은행과 전 직원 간에 벌어진 분쟁의 최근 중재 과정에서 보인 행태는 이런 상식에서 크게 벗어났다. FINRA는 미 금융업계 자율규제기관으로 그 결정은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FINRA는 막대한 운영자금을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에서 지원받는다. 월가의 사업자들을 위한 기관인 셈이다.

월가의 한 대형 투자은행 재무 상담역이었던 마크 멘색(49)의 경우를 보자. 그는 2008년 8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이곳에서 일했다. 일을 시작한 지 6개월쯤 됐을 때 회사가 관리하는 40억 달러(4조5000억원) 규모의 기업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불법적인 요소가 있음을 알게 됐다. 그는 결재 라인을 통해 문제점을 보고해 이사회까지 상정됐다. ‘임직원의 행위가 잘못됐다고 확신할 경우 이에 반발하거나 상부에 보고하는 일을 보복해선 안 된다’는 것이 이 회사 사규다. 하지만 사내 기업연금 책임자가 그를 강하게 비난했고 일부 이사도 “좀 달리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멘색은 “회사에서 왕따를 당해 일을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고 술회했다.

멘색은 2010년 3월 뉴저지 법원에 회사를 상대로 내부자고발 소송을 냈다. 이 투자은행의 기업연금 판매 프로그램이 증권거래위원회(SEC)·FINRA와 종업원퇴직소득보장법(ERISA) 규정에 위배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회사는 멘색을 상대로 ‘계약 위반’ 중재 신청을 법원에 냈다. 그를 영입하면서 지급한 75만 달러 보너스를 물어내라는 것이었다. 또 멘색은 금융인이므로 사건을 뉴저지 법원이 아닌 FINRA가 맡아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결국 FINRA가 중재를 맡아 멘색이 졌다.

중재위는 멘섹에게 75만 달러와 중재 비용 등 총 120만 달러를 물어내라고 결정했다. 멘색은 이에 불복해 항고하기 위해 증인 청문 과정을 녹음한 자료를 요청했다. 멘색은 18시간 분량의 녹음을 기대했는데 FINRA가 준 것은 10시간 분량뿐이었다. “빠진 8시간은 대부분 회사 업무처리의 불법성을 지적한 회사 내 다른 인사의 증언이 담겼다”는 것이 멘색의 주장이다. FINRA는 멘색이 120만 달러를 내놓지 않거나 파산신청을 하지 않으면 증권거래인 자격을 취소하겠다고 했다. 녹음의 상당 부분이 사라진 데 대해서는 “기계 결함이나 직원 실수로 녹음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당초 결정을 번복할 수는 없다”고 했다. 멘색이 당초 원한 대로 뉴저지 법원이 항고 사건을 다루게 된 건 유일한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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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