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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투자, 섣부른 시세차익보다 이자수입에 신경 써야

미국 신용등급 강등, 유럽 재정위기 문제로 지난해 8월 급락한 주식 등 위험자산 가격이 회복세다. 그러면서 붙박이처럼 움직이지 않던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 후반을 벗어나 2.4%까지 상승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값은 떨어진다. 국채 가격으로 보면 3.5%가량 하락했다. 연 2%대 이자를 받는데 가격이 3.5% 하락하면 국채 보유자는 원금도 못 건지는 밑지는 장사다. 안전자산이라는 채권의 경우 이 정도면 꽤 큰 가격 변동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연초 3.3%이던 3년 만기 국채금리가 두 달 반 만에 3.6%까지 올랐다.

시장에는 추가 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지난해 초 미국 10년 국채 금리가 3.5%였고, 우리나라 3년 국채 금리가 4%였던 것을 감안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추가 상승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의 금리 상승과 경기회복의 관계다. 금리 상승이 본격적 경기회복의 신호탄인가, 아니면 일시적 현상인가. 지금이 후자의 상황이라면 금리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다.

채권시장은 10년에 한 번꼴로 투자자들을 무장해제시킬 정도의 충격을 줘왔다. 1993년 영원히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기 시작해 그해 10월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3%, 1년 후에는 8%대에 달했다. 채권 가격이 불과 1년 만에 20% 남짓 급락한 셈이다.

그 후 약 10년 뒤인 2003년 6월에는 3.3%이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두 달 만에 4.5%까지 올랐다. 우리나라도 2004년 말 3.2%까지 하락했던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두 달 만에 1%포인트, 1년 후에는 2%포인트 올라 5.2%를 넘어섰다. 2003년을 기점으로 하면 그때부터 10년이 다 돼가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10년 전처럼 국채 금리가 급등할 분위기는 아니다. 본격적인 경기회복기는 아니라는 얘기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의 방향을 과감하게 바꿀 가능성은 작다. 미국 경제는 1929년 대공황 충격 후 1933년 완만한 회복을 하는 듯하다가 재차 추락했다. 여러 세대가 흘렀지만 대공황의 기억은 미국인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경기회복 기미가 보인답시고 금리를 올린다고 하면 대다수 미국인은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둘째, 올해는 인플레이션이 특별한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다. 돈을 많이 푸는 것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에 영향을 주지만 단기적으로는 그 영향을 따지기 힘들다. 그리고 장기가 도대체 어느 정도의 기간인지 불명확하다.

셋째, 부채에 허덕이는 나라가 여전히 많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올라가면 자동적으로 채권 수요에 제동이 걸린다. 빚이 많은 정부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이는 곧 재정 부담으로 이어져 기준금리를 섣불리 올리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위기가 빨리 해결되기 어렵다. 미국은 민간 부채와 금융권 부실을 과감히 도려내고, 이 중 일부분을 정부 부채로 옮겨놓았다. 그래서 정부 부채는 급증했지만 민간은 부채를 덜어내고 활기 회복의 탄력을 지니게 되었다. 반면 유로존은 대수술을 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경기회복 탄력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채권시장은 본격 경기회복 국면으로 접어들 때 금리가 1%포인트가량 단기 급등한 뒤 조금씩 지속적으로 오르는 특징을 보인다. 반면에 경기가 일시 회복일 경우 0.3~0.5%포인트 정도 오른다. 지금은 그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다.

채권은 주식과 다르다. 우리나라 주식은 배당률이 1%대인 데 비해 가격 변동성은 20% 정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보다 주가 상승을 더 기다린다. 이에 비해 채권은 금리가 3.5%인 데 비해 가격 변동성은 3%대이기 때문에 채권을 사고팔아 차익을 얻기보다 이자 수입이 더 중요하다. 매매 차익은 큰 추세 전환일 때 고려해볼 만한 것이고 통상적으로는 꾸준히 이자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

덧붙이자면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은 채권을 주식처럼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채권 금리가 하락해 총 수익률이 높아지면 그때 채권을 산다. 하지만 이런 투자 방법은 수익을 내기 힘들다. 채권 가격은 고평가돼 있고 지급이자는 낮아진 시점에 채권을 사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큰 추세 국면의 전환이 아닌 시점에서 ‘금리가 올라 지급 이자가 많아질 것’이라는 판단 아래 채권형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김경록(50) 2000~2009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채권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와 채권·금융공학부문 대표를 지냈다. 지난해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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