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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도 보지 않고 땅 샀다가 큰 봉변

서울 신촌에서 제과점을 해 꽤 돈을 모은 김장호(46·가명)씨는 주말용 전원주택을 짓는 게 오랜 꿈이었다. 평일에 열심히 일한 후 주말에는 공기 좋은 시골에서 텃밭을 가꾸며 쉴 요량이었다. 그런 그에게 2002년 여름 기회가 왔다. 친구가 강원도 평창의 3.3㎡(1평)당 40만원의 전원주택 부지(1652㎡)를 추천한 것이다. 현장에 가보니 평지에 정사각형 모양으로 큰 도로 옆에 붙어 있어 건축하기 쉽고 교통 접근성도 좋아 보였다. 아름다운 풍광이 병풍처럼 둘러싼 점도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었다. 진입 도로가 제대로 나 있는지도 확인했다. 다만 해당 부지에는 여름철이라 농작물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땅이 실제 어떻게 생겼는지는 눈대중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꿈에 그리던 전원주택을 짓게 될 수 있다는 설렘에 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매매 계약서를 썼다. 며칠 안에 잔금을 치르고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마쳤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건축 인허가 신청을 위해 해당 군청을 찾았다가 어이없는 소리를 들었다. 담당 공무원 말이 “매입한 부지 안에 다른 사람 소유의 구거(溝渠·개울)가 있어 허가를 내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전원주택을 지으려면 개울까지 매입하거나 개울 주인한테서 토지 사용 허가를 받으라는 이야기였다. 김씨는 “현장에서 개울을 보지 못했다”고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그 공무원은 “지적도에는 나와 있다”는 이야기만 했다. 지적도를 떼어 보니 실제로 지렁이 모양의 구불구불한 개울이 해당 부지 안에 떡하니 자리를 잡은 것 아닌가. 결국 개울 소유자를 수 차례 만나 설득해 개울을 사들인 후에야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었다.

김씨는 그때 지적도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알았다. 그로부터 4년 뒤인 2006년 예상치 못했던 땅을 떠안게 됐다. 돈을 꿔준 친구가 사업에 부도를 내고 본인 소유의 땅으로 현물 변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 친구는 “경기도 여주와 용인에 땅이 있으니 둘 중에 고르라”고 했다. 김씨의 선택은 여주였다. 언뜻 보기에 용인이 서울에서 가깝고 개발 가능성도 커 나을 것 같지만 여주를 고른 것이다.

그가 그렇게 한 데는 까닭이 있었다. 용인의 땅은 원래부터 도로에 붙어 있었지만 모양이 길쭉했다. 땅 모양이 이상하다 싶어 지적도를 확인해 본 결과 땅의 일부분이 ‘접도 구역’에 포함돼 있었다. 접도구역이란 도로의 파손이나 미관의 보존 또는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지정한 도로 옆 구역을 말한다. 국도의 경우 도로 경계선에서 20m, 고속도로는 50m 이내로 지정된다. 이렇게 지정된 구역 내에서는 토지의 원형 변경, 건축물과 공작물의 신축·개축·증축 등을 금지한다. 접도구역을 빼고 나니 집을 제대로 짓기가 모호한 크기였다. 제 아무리 용인이라도 이런 단점을 가진 곳의 땅값이 오를 리 없어 보였다. 실제 그곳은 2006년 이후 공시지가가 매년 하락해 왔다.

일러스트=강일구
반면 여주 땅은 상대적으로 싸지만 미래 가치가 커 보였다. 개울이나 접도구역도 없고 사통팔달 한 위치에 있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땅 주인이 된 뒤 몇 년 되지 않아 길이 없던 땅에 새롭게 도로가 생겼다. 지금은 땅값이 3배 이상으로 올랐다.

이처럼 부동산 투자자들은 지적도에 나타나는 땅 모양이나 경계 등을 직접 확인하면서 투자에 나서야 한다. 땅이 도로에 붙어 있다고 무턱대고 유망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땅을 살 때는 일부가 접도구역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도로에서 떨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자칫 접도구역을 빼면 건물 짓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적도에 어떤 내용이 표시되는지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지적도에는 27개의 지목(토지의 사용 목적)이 표시된다. 축척은 500분의1, 600분의1, 1000분의1, 1200분의1, 2400분의1로 한다. 지적도 이외에 임야도라는 것도 있다. 매입할 토지에 산이 있다면 임야도도 봐야 한다. 임야도에는 27개의 지목 중 오로지 임야만 표시한다. 축척은 6000분의1을 사용한다. 지적도와 임야도에는 토지의 소재를 비롯해 지번·지목·경계는 물론 지적도(임야도)의 작성 기준이 되는 구획선인 도곽선이 나와 있다. 이와 함께 도곽선 수치와, 좌표로 계산된 경계점 간의 거리 등이 표시돼 있다.

이를 통해 토지의 모양과 주변 지역의 도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지적도는 현장 확인 때 꼭 필요한 서류다. 이때 지적도를 통해 확인해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은 땅 모양이다. 땅 모양이 직사각형인지, 동그란지 확인해야 한다. 앞서의 경우처럼 땅 속에 다른 사람의 땅이 숨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또 주변 땅과의 인접관계를 따져보고, 도로가 있는 땅인지 아니면 길이 없는 맹지인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땅 모양이나 경계가 지적도와 다른 경우에는 반드시 경계측량을 통해 바로 잡아야 한다. 땅 투자에 성공하고 싶다면 지적도를 떼어 봐라.



고준석(48) 동국대 법학박사로, 전국을 누비며 발품을 판 부동산 전문 컨설턴트다. 이론과 실제에 두루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저서 『강남 부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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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