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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빨리빨리’ 브라질에선 안 통한다

윤영각 삼정KPMG그룹 회장
Q.해외에 진출할 때 무엇에 유의해야 하나요? 중소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킹 비결과 현지화의 요체는 무엇인가요? 그 과정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비결은? 현지인 교육 요령은?

A.‘브라질 코스트(Brazil cost)’라고 들어보셨나요. 브라질에 대기업과 동반 진출한 우리 중소기업 몇 곳이 현지 실정에 어두워 낭패를 본 일이 있습니다. 제품의 양산 또는 판매 단계까지 버티지 못하고 철수한 회사도 있어요. 브라질의 복잡한 법 체계, 과도한 세금, 비효율적 행정과 관료주의, 낙후된 인프라, 경직된 노동 시장 등이 복병이죠. 이런 것들로 인해 브라질에 진출할 때 발생하는 부대비용을 브라질 코스트라 합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이런 비용은 어느 나라에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비즈니스 규제 조항이 불분명합니다. 담당 공무원의 자의적 결정에 좌우될 때가 많죠. 중국도 기본적 법규는 전국 공통이지만 성(省)에 따라, 또 담당자에 따라 법 해석과 적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관시(關係)라는 비공식 협상이 비즈니스의 중요한 요소가 되죠.

베트남은 우리 진출 업체가 많다 보니 새로 진출하는 중소기업들이 교분 있는 진출 업체를 통해 정보를 입수합니다. 그런데 특정 경험을 통해 얻은 정보는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베트남에 진출할 경우 투자 전에 공신력 있는 컨설팅 업체의 도움을 받길 권합니다. 특히 세무는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전 과정을 충실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유럽연합(EU) 국가는 EU의 울타리 안에 있지만 회원국마다 별도의 정책이 있습니다. 그래서 EU는 물론 거래가 있는 해당 회원국의 법도 알아야 합니다. 영국 등 유럽 국가에선 개도국과 달리 한국 기업에 근무한다는 것에 대해 대단한 프라이드를 갖지는 않습니다. 해당 기업의 비전과 합리적 조직문화를 공유하도록 해 동기부여를 해야겠지요.

슬로바키아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C사는 정부 교육지원금을 운영자금으로 썼다가 정부 감사에서 적발돼 대표자가 형사고발 조치를 당했습니다. 현지 브로커의 말을 믿고 법률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죠. 현지인이 지나치게 좋은 조건을 제시할 땐 일단 의심하고 그 내용을 철저히 검토해야 합니다.

해외 진출 기업은 우선 한국 KOTRA 본사와 진출국의 KOTRA 무역관, 한국대사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내 법무·회계법인의 현지 네트워크나 진출국의 투자청과 상담할 수도 있죠. KOTRA는 미국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인큐베이팅(창업보육) 사무실도 운영합니다.

현지 한국대사관엔 상무관·관세관·국세관·노무관 등이 파견돼 한국의 현지 진출 기업을 지원합니다. 글로벌 회계법인의 경우 주요국에 코리아 데스크를 둡니다. 한국에서 파견하는 이들에게서도 현지 법률·세무 등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인베스트 코리아라는 외국인 투자유치 전문기관이 있듯이 다른 나라에도 외국인 투자 지원 기관이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엔 KAZ 인베스트가 있지요. 이들 기관은 지원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고 정보도 풍부합니다. 투자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하죠. 중국의 상하이는 각 구에 소속된 직원도 해외기업 유치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 때 가장 중요한 건 입지를 제대로 고르는 일입니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A중소업체는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자동차 회사에 납품하기 위해 이 두 나라와 인접국에서 공장 부지를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에 자동차 부품회사가 이미 많이 들어서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마침내 폴란드의 기존 대규모 공단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곳은 자동차 회사 공장에서 약 300㎞나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더욱이 공단은 퇴락했고 실업자가 넘쳐났죠.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니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했습니다. A사로서는 공장 근무 경험이 있는 인력도 구하고 기존 건물을 활용함으로써 공장 건설비도 아낄 수 있었죠.

현지화의 걸출한 예는 이런 게 있지요. 중국에 진출한 오리온이 초코파이의 포장지를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붉은 색으로 바꾼 것입니다. 현지화의 어려움은 현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최초 투자 때와 계획이 중도에 달라지는 것,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 기술 유출 가능성, 인력 유출로 인한 구인난, 우수 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사람은 사무실에서 상사가 자신에게 언성을 높이면 바보 취급을 당했다고 여겨 복수를 하기도 한답니다. 브라질에서 우리 식의 ‘빨리빨리’를 요구하는 건 무언의 폭력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요. 멕시코 진출 한국 업체가 퇴근 후 한 시간 동안 땡볕 아래에서 통근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이 안타까워 현지 직원들에게 “에어컨이 가동되는 공장에서 한 시간 추가근무를 하면 어떠냐. 그러면 시간외 근무수당을 주겠다”고 했지만 대부분 응하지 않았다고 해요. 그만큼 초과근무를 싫어한다는 이야기죠. 중국에서는 월급을 100위안(약 1만8000원)만 더 줘도 직장을 옮기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러니 이직률을 낮추기가 어렵죠.

현지인에 대한 교육은 산업연수생 개념으로 한국에 초청해 시키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유럽의 흑해 근교 도시에 자리 잡은 C사의 경우 몇 십 명씩 한국에 보내 한국의 시스템과 업무 노하우를 가르칩니다. 업무 효율도 높이고 사기를 진작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현지화의 요체는 현지인들에게만 업무를 맡겨도 회사가 잘 굴러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자면 현지인에게 권한과 책임을 적절하게 위임해야죠. 현지화 지상주의는 경계해야 합니다. 해외 진출 경험이 풍부한 D중견기업은 경영진의 현지화가 회사의 정책입니다. 한국에서 파견된 소수의 주재원은 감독·관리만 맡고 있죠. 시간이 흐르면서 현지 경영진은 장기근속을 하는데 주재원은 4년마다 바뀌는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그 결과 현지 경영진에게 주재원은 4년 후면 돌아갈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현지 자회사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현지화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인 셈이죠.

해외 진출 하는 기업은 현지인에 대한 인격침해 등 윤리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폭언만으로 거액의 소송을 당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문제를 일으키면 한국인의 이미지는 물론 한국산 브랜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파견 직원에 대한 예방교육이 우선이고 고충신고제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 이런 문제를 차단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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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