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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면 함께 영어놀이 … ‘바짓바람’에 아이들이 달라졌다

이재복(대전 지족고 1)군은 환경에 관심이 많다. 진로도 일찌감치 환경 분야로 정해 관련 봉사와 동아리 활동에 열심이다. 화학연구원인 아버지 이동구(54·대전 유성구)씨는 아들에게 과학 공부를 가르치는 대신 환경에 대한 관심을 넓힐 수 있도록 지원했다. 재복군의 관심 분야인 환경을 봉사활동에 응용하도록 조언했더니 환경정화와 온실지킴이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환경의 소중함을 알리는 홍보물·서명운동·신문기고도 이씨의 조언으로 이뤄졌다. 이씨처럼 자녀 교육에 적극 나서는 ‘헬리콥터 대디’가 늘고 있다. 이들은 자녀와 소통하기 위해 놀이법과 대화법을 배우거나, 주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학교·학원 학부모설명회에 참가해 정보를 모은다. 진학·진로 교육에도 나선다.



자녀교육 팔 걷고 나선 ‘헬리콥터 대디들’

이동구씨는 지난 겨울방학에 어은중 아버지회 회원들과 일주일간 과학교실을 열었다. 맨 오른쪽이 아들 재복군.


책 읽어주며 태교 … 초5 아들 3만 권 독파



미국 듀크대를 졸업한 김빛나래(26)씨는 초등 5학년 때부터 10년 동안 아빠 김수봉(57·서울 성동구)씨에게 영어를 배웠다. 김씨는 외국인 앞에만 서면 벙어리가 되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이런 고통을 자식이 경험하지 않도록 영어를 재미있게 배우게 하겠다고 결심했다. 결혼도 하기 전이었다. 그는 퇴근 후 매일 20~30분씩 남매를 끼고 영어 놀이를 했다. 짧은 회화체로 된 영어 만화책을 골라 매일 한 페이지씩 외우는 놀이였다. 다 외우면 한국어를 영어로, 영어를 한국어로 동시통역하듯 놀았다. "영어 발음에 자신이 없어 교재에 있는 오디오CD를 활용했어요.”



이동구씨는 지난 겨울방학에 대전 어은중 아버지회 회원들과 5일간 과학교실을 열었다. 학생 30여 명이 참가해 화학·원자로·인공위성을 배우고 아버지의 직장을 견학했다. 이씨는 사춘기 아들 때문에 아버지회 활동을 시작해 지금은 소통 잘 되는 부자가 됐다. 어은중은 학기 중에 ‘1일 아버지 명예교실’을 연다. 24개 교실에 아버지들이 모두 들어가 과학기술 동향에 대해 강의한다. 이씨는 “학교가 대덕R&D특구에 있어 이 분야에서 일하는 아버지들을 어려서부터 보고 자라 자녀들도 이공계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며 “이런 흥미를 발전시켜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화(43·대전 유성구)씨는 아내가 아들 재혁(대전 한밭초 5)군을 임신했을 때부터 책을 읽어줬다. 결혼 전부터 결심한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다. 이때부터 지금껏 재혁군이 읽은 책이 3만 권에 이른다. 이씨는 종종 “도서관에 갔다 올게”라고 웃으며 인사하고 출근했다. 그는 “도서관이 즐거운 곳이라고 상상하면 아이 스스로 데려가 달라고 조르게 되기 때문”이라며 아들에게 독서에 대한 흥미를 부여한 법을 설명했다. 그 덕에 재혁군은 생후 19개월에 한글을 읽고 썼다. 이씨는 생후 10개월이던 아들을 무릎에 앉히고 컴퓨터로 일을 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자란 재혁군은 만 4살에 워드프로세스 자격시험에 통과했다. 재혁군은 올해 대전정보교육영재원에 합격해 영재교육을 받고 있다. 이씨는 “재혁이가 7세 때 K-ABC(카우프만 아동용 개별 지능검사)를 했는데 아빠와의 놀이교육에 의한 후천적인 결과로 지능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아빠학교 함께 참가해 자녀와 대화 노력



이런 현상에 대해 이동구씨는 ‘건강한 바짓바람’이라고 표현했다. 부모교육 전문가 박재원 비상공부연구소장은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전통적인 부모의 역할구조가 깨져 아버지의 역할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근무 환경이 개선되면서 생활에 여유가 생긴 것도 원인이다. 웰빙문화가 강조되자 직장보다 가정에 눈을 돌리는 분위기도 한몫했다. 박 소장은 “최근의 자기개발서에는 가정을 잘 꾸리는 것이 성공이라는 내용이 많다”고 설명했다.



아빠 놀이 전문가 권오진씨가 운영하는 아빠학교 카페(cafe.naver.com/swdad)에는 3년 사이에 회원이 3600명으로 늘었다. 권씨는 “좋은 아버지가 되겠다며 선배들을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녀와 가까워지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이런 아버지들에게 이동구씨는 “집에서 하는 한마디는 잔소리로 치부되므로 아버지회 등에서 자녀와 아빠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해 대화를 시도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버지가 먼저 변해야 아이들이 변한다”고 강조했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헬리콥터 대디(Helicopter Daddy)=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아 소통에서부터 학교 활동, 사교육, 아빠가 직접 자녀를 가르치는 ‘아빠표 교육’을 열심히 하는 아버지들. 자녀를 관리한다는 의미에서 ‘헬리콥터’라는 단어가 붙었다.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헬리콥터처럼 주위를 맴돌면서 무엇이든 나서는 엄마들을 의미하는 ‘헬리콥터 맘(Helicopter Mom)’과 달리 ‘건전한 바짓바람’의 의미가 크다. 젊은 아빠들 사이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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