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신장 이어 간까지 떼주려 또 한국에

2000년 7월. 미국 워싱턴 DC에 살던 문성환(56·사진)씨는 5년 만에 고국을 찾았다. 생면부지 30대 남성에게 신장을 떼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수술을 앞두고 문제가 생겼다. 가족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오랜만에 찾아와서 무슨 소리냐. 왜 금쪽같은 장기를 가족도 아닌 남에게 떼 주느냐”며 말렸다. 결국 수술을 한 차례 미뤘다. 하지만 문씨의 설득 끝에 결국 수술은 성사됐다.



재미 사업가 문성환씨
남에게 두 차례 장기기증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난해 12월. 이번에는 40대 생면부지 남성에게 간의 일부를 떼어주기 위해 태평양을 건넜다. 신장을 떼어줬을 때부터 마음먹은 일이었다. 문씨는 간 기증자가 나온 신문 기사를 가족들에게 보여주며 “이 사람도 신장을 기증한 뒤 간도 기증했는데 건강하게 잘 살지 않느냐. 나도 괜찮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아들의 고집을 꺾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어머니도 이번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몸을 남에게 떼주기 위해 태평양을 두 번이나 건넌 문씨가 21일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간 기증 수술을 한다. 수술을 앞둔 그는 “별로 큰 일도 아닌데 주목받아 부담스럽다”며 “이식 받는 사람이 많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1984년. 중학교 때부터 폐결핵을 앓은 그는 28살 허리둘레가 19인치일 정도로 몸이 약했다. 참다 못해 ‘수술이나 한 번 받아보고 죽자’고 생각했다. 결국 폐를 잘라냈다.



 “안 아파본 사람은 몰라요. 그때 폐를 잘라내면서 남이 겪는 고통을 덜어주자고 스스로 약속했죠.”



 워싱턴에서 사업을 하는 그는 이번 수술 때문에 6개월 동안 생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 하지만 그는 “나 때문에 장기를 받을 사람을 생각하면 괜찮다”며 “뒤집어 생각해보면 내가 돈을 조금 덜 버는 대신 받는 사람은 평생을 선물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두 번의 수술로 그의 몸에는 폐도, 신장도 한 쪽 밖에 남지 않았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는 “살아있을 때 신장·간을, 그것도 가족이 아닌 남에게 기증하는 건 흔치 않다”며 “나이가 많아 장기기증을 하기 쉽지 않은데 어려운 결심을 했다”고 설명했다. 문씨는 “기회가 되면 더 기증하고 싶지만 이제는 더 이상 줄 게 없다”며 “이제 나와의 약속을 지켰으니 돌아가 열심히 일할 것”이라며 웃었다.



노진호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