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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카이사르 것은 카이사르에게

서경호
경제부문 기자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의 박종화 담임목사는 군목(軍牧) 시절인 1970년부터 40년 넘게 소득세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근로소득세 360만원과 주민세 36만원을 냈다. 경동교회는 박 목사뿐만 아니라 부목사 등 교회 직원의 소득세를 원천징수해 납부한다. 박 목사는 “국민이 납세 의무를 지키는 건 당연한 일 아니냐”며 기자를 외려 머쓱하게 했다.



 박 목사는 소득을 정확히 신고하고 세금을 내면 좋은 점이 많다고 했다. 우선 교회 재정이 투명해진다. 교인들의 헌금이 제대로 관리돼야 복지사업같이 좋은 일도 더 많이 할 수 있다. 그의 자진납세에 교계 일부는 따가운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느냐”는 불만이었다.



 최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교인 과세 문제를 다시 언급했다. 재정 당국 수장이 이처럼 민감한 이슈를 직접 언급한 건 처음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재정부 내부에서도 “용감한 지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뒷감당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엇갈린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박 장관은 원칙론을 밝힌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종교인 과세는 주기적으로 여론의 관심을 끌다가 사라지곤 했다. 원칙은 옳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복잡한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94년부터 소득세를 내는 천주교는 교구 중심의 단일한 문화 덕분에 납세 결정이 가능했다”며 “개신교나 불교의 경우 교파와 조직이 워낙 다양해 과세가 실제로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사실 종교인 개개인은 소득을 신고하더라도 대부분 면세점 이하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부 당국의 추정이다. 국민이면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 입장에선 의미가 크지만 실제 세수 증대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 하지만 종교인 과세를 통해 종교단체의 불투명한 자금 흐름을 약간이나마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이참에 아예 종교법인법 같은 기본법을 제정해 종교단체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식민지 사람들이 예수에게 물었다. 로마제국 황제인 카이사르에게 세금을 바치는 게 맞느냐고. 예수는 답했다.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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