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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펀드 투자 잣대가 코스피지수뿐인가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벤치마크(benchmark)’라는 단어가 친숙할 것이다. 벤치마크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는 어떤 것을 측정할 때 참조하는 ‘점(点)’을 말한다. 측량술에서는 지형의 고도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 펀드업계는 벤치마크를 펀드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활용한다. 펀드 운용에 있어 벤치마크가 존재하는 이유는 투자자와 펀드매니저가 공통 기준에 따라 투자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서다.



 현재 국내 시장에는 공모펀드와 사모펀드를 포함해 총 9000여 개의 펀드가 설정돼 있다. 하지만 가치주 펀드, 성장주 펀드, 그룹주 펀드 등 종류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펀드가 추종하고 있는 벤치마크는 코스피지수다. 여기에 투자자가 생각해 봐야 할 점이 있다. 저평가된 주식에 장기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가치주 펀드와 미래 성장성이 높은 종목에 투자하는 성장주 펀드가 동일한 벤치마크를 가지고 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투자 리스크를 줄이려고 펀드 성격을 달리해 분산 투자했던 의미는 온데간데없다. 펀드 시장이 다양해지고 커지는 만큼 벤치마크도 다양해져야 하지 않을까.



 1980년대 이후 펀드를 운용하고 그 성과를 측정하는 데 기본이 된 것은 ‘시가총액 가중 벤치마크 지수’다.



현재 대부분의 주식형 펀드 역시 시가총액 가중 방식에 따른 벤치마크를 평가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시가총액 가중 방식은 개별 기업의 투자 가중치가 해당 주식의 주가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시장이 특정 주식에 부여하는 비중이 주식의 내재가치 수준을 반영한다기보다는 주가 상승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곧 소위 뜨는 업종이나 종목에서 발생하는 ‘버블’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다.



 여기서 파생되는 또 다른 문제점은 이러한 시가총액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펀드매니저가 받을 수 있는 영향이다. 시가총액 가중 벤치마크 지수는 소위 잘나가는 대형주에 과도하게 집중하게 만든다. 그 때문에 이를 벤치마크로 삼은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 입장에서는 해당 종목을 편입하지 않을 수 없어, 말 그대로 ‘액티브’한 포트폴리오 구성을 어렵게 한다. 결국 이 펀드나 저 펀드나 비슷비슷하게 변한다.



 그렇다면 똑같은 벤치마크를 따라 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시가총액 가중 벤치마크의 결점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면서 비가격 요인을 고려한 ‘대안 벤치마크’가 개발돼 왔다. 대안 벤치마크는 기존 시가총액 가중 벤치마크와는 다른 기준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해 리스크를 줄이고 성과를 높이려는 목적이 있다.



예를 들어 ‘펀더멘털 인덱싱’이라는 대안 벤치마크는 시가총액 가중 벤치마크의 주가 편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기업의 실질적인 경제 기여도를 바탕으로 벤치마크를 구성한다. 펀더멘털 인덱싱은 주가에 따른 시가총액 비중이 아니라 기업의 매출·수익·이익이나 직원 규모 및 배당금 등 기업의 내재가치와 관련된 지표로 구성된다. 또 포트폴리오 리스크 축소를 추구하는 대안 벤치마크의 경우, 주가 변동성이 낮은 종목에 더 높은 투자비중을 부여(위험가중·risk weighting)하는 방식도 고안됐다.



 그리고 ‘무제약 투자 방식’도 있다. 무제약 투자는 펀드매니저를 벤치마크라는 족쇄에서 해방시켜 우수한 개별 종목 선정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무제약 투자 방식에서 펀드매니저는 각자의 역량을 극대화한 ‘액티브’한 포트폴리오 운용을 추구할 수 있다. 독립적이고 합리적인 투자 환경 하에서 펀드매니저는 본인의 투자 전략과 운용 감각을 발휘할 수 있고, 상대 성과와 상대 위험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다.



 이런 논의는 시가총액 가중 벤치마크에 치우친 현재 펀드 시장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더 합리적인 투자 환경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은 기존의 벤치마크를 각 포트폴리오의 성격에 맞춰 보다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아울러 펀드매니저도 벤치마크 지수 대비 상대 성과와 상대 위험 측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자신의 역량을 바탕으로 더 좋은 펀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른다. 다양한 벤치마크 혹은 투자전략의 개발은 투자자에게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운용사가 추구해야 할 또 다른 도전이다.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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