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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5년째 불황, 하지만 ‘저평가 우량그림’ 숨어 있다

야요이 쿠사마의 ‘호박’. 14X18㎝. 1991년 작. 경매 추정가 2800만~3300만원.
주식 투자를 할 때 우량주를 주로 살 수도, 혹은 저평가된 가치주 위주로 매수하는 전략을 쓸 수도 있다.

미술품 투자도 비슷할까? 아니, 먼저 미술품 투자로 수익을 올릴 수나 있는 것일까.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전에 먼저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20일과 21일 각각 서울옥션과 K옥션 경매에 나오는 세계적인 일본 여류 작가 야요이 쿠사마(83)는 ‘인피니티 네츠(Infinity Nets)’ 시리즈와 ‘호박’ 시리즈가 유명하다.

K옥션이 최근 그의 주요 ‘인피니티 네츠’ 작품의 경매가격을 추적해봤더니 2009월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는 6억2200만원, 2011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10억1400만원에 팔렸다. 이번 국내 경매에 나오는 ‘인피니티 스타즈’(290X523㎝)는 추정가가 12억~15억원으로, 그의 작품 값은 계속 치솟고 있다. 프랑스 미술시장 분석회사 아트프라이스에 따르면 1998년 100에서 출발한 ‘야요이 쿠사마 지수’는 3월 현재 387을 기록하고 있다. 이 인덱스는 야요이 쿠사마 작품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략 14년 만에 네 배 가까이 올랐다.


인기 작가의 작품 값 급등은 외국 작가에 국한한 얘기가 아니다. 국내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김환기(1913~74)의 1970년대 초반 뉴욕시대 작품(100호 기준)은 2005년 6억9000만원에 팔렸다. 국내 미술시장 황금기인 2007년 10억1000만원으로 10억원을 돌파한 후 지난해 크리스티 경매에선 15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극심한 미술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유명 작가의 작품 값은 우상향 그래프를 계속 그려나가고 있는 셈이다. 불황일수록 오히려 초일류 기업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독주하듯 미술시장에서도 소위 ‘우량주’의 수익률이 돋보인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올 초 “미술품 투자 수익률이 주식 투자 수익률을 앞지른다”고 보도하면서 그 이유를 ‘우량주’에서 찾았다.

 지난해 메이 모제스 미술품 가격지수(뉴욕·런던 등 선진국 미술시장의 고가 미술품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지표)는 11%가 올라 1200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한 S&P 500 주가지수를 크게 앞질렀다. 금융위기가 닥친 2008~2009년엔 메이 모제스 지수도 물론 두 자릿수대로 크게 하락했다. 특히 2009년에는 23.5%가 떨어져 미술품 시장의 거품이 터진 91년(-38.7%)에 이어 하락폭이 역대 두 번째로 컸다. 그러나 지난 10년간의 성적을 비교해봐도 메이 모제스 가격지수 상승률(연평균 7.8%)이 S&P 500지수(2.7%)를 크게 앞질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앤디 워홀이나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여전히 비싼 가격에 거래됐기 때문에 미술품 수익률이 주식 수익률보다 더 높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앤디 워홀의 ‘달러 사인’을 예로 들었다. 지난해 감정가의 두 배인 69만8500달러(약 8억1300만원)에 낙찰된 이 작품의 23년 전 가격은 2만7000달러(약 3142만원)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아트프라이스의 ‘미술시장 트렌드 2011’ 보고서에 따르면 앤디 워홀 작품은 지난해 총 3억2588만 달러(약 3643억원)어치나 팔렸다. 전체 순위에서는 중국 작가에 밀려 3위였다. 그렇다면 미술품 투자에서 저평가 가치주 투자는 가능할까.

 가나아트센터 이호재 회장은 “지금이 바로 싼값에 미술품 투자를 할 수 있는 때”라며 “경매에 눈을 돌리라”고 조언했다.

이 회장은 “불경기에다 미술품과 얽힌 비자금 사건 등 좋지 않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미술품 시장이 침체에 빠진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번 서울옥션 봄 경매(20일)에는 예금보험공사가 부실 저축은행에서 거둬들인 압류품 4점 등이 포함돼 있어 싼값에 좋은 작품을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실제로 저축은행이 사들인 작품 중 고영훈의 85년 작품 ‘스톤북’(143.5X99㎝)의 장부가격은 2억3900만원이지만 20일 열리는 제123회 서울옥션에서 6800만원에 경매를 시작한다.

 K옥션 조정열 대표도 “지금이 불황의 끝인 만큼 경매에 나오는 미술품 가격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그러나 국내 경매에서 유통되는, 다시 말해 현금화할 수 있는 작가는 박수근·이중섭 등 작고 작가를 포함해 200여 명 내외에 불과한 만큼 이를 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들 인기 작가의 경우 국내 미술계가 최고 호황을 누리던 2006~2007년 이전에만 구매했다면 지금도 꽤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국대 경제학과 최정표 교수가 만든 한국아트밸류연구소가 주요 작가별로 2002~2011년 10년간 가격 추이를 분석한 결과 이왈종(246%)의 작품 값이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우환(185%), 이대원(158%), 박생광(135%), 도상봉(119%), 김종학(113%), 정상화(108%), 김창열(103%)이 이었다.

 미술품 투자에 대해 이렇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은 미술품이 하나의 투자자산으로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에 주가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선진국 미술시장처럼 확대 발전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동부증권 김승회 애널리스트는 “선진국에선 미술품이 이미 하나의 대안 투자로 자리 잡아 자산 배분 차원에서 미술품 투자를 하는 게 보편화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는 글로벌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의 주가는 전체 증시 흐름은 물론 럭셔리 제품군인 ‘코치’ 등의 주가와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그러나 미술품 경매회사 중 국내에서 유일하게 상장해 있는 서울옥션 주가는 이런 상관관계를 찾아보기 힘들다.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미술품 투자의 큰 단점 중 하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엔 미술품 담보대출을 활용하기도 한다. 경매회사나 저축은행 등에서 미술품 담보대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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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