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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동해를 부르는 ‘제3의 명칭’

서대원
국가브랜드 위원
지난 3월 8일 동해연구회가 주최하는 제18차 ‘동해 지명과 바다 이름에 관한 국제세미나’가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에서 열렸다. 동해와 관련돼 특기할 만한 몇 가지 진전이 있었다. 필자는 1992년 동해 표기 문제를 유엔 지명표준화위원회(UNCSGN)에 최초로 제기했던 때부터 2004년까지 외교 무대에서 직접 다룬 적이 있다. 그 인연으로 이번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번 세미나를 지켜보면서 몇 가지 제안의 필요성을 느꼈다.

 첫째로 세미나는 시간과 장소, 참석자 등 여러 면에서 성공적이었다. 이번 세미나는 외교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열렸다. 국제수로기구(IHO)가 지난 60년간 미뤄왔던 ‘해양의 명칭 및 경계’ 지도책 제4판의 발행 결정을 한 달여 앞둔 시점이다. 동해연구회는 유럽의 수도라 할 수 있는 브뤼셀을 장소로 택했다. 유엔 지명전문가회의(UNGEGN)의 네덜란드·알제리 출신 현직 부의장 2명이 모두 참석했다. 캐나다인 의장은 임기 만료로 곧 퇴임할 예정이다. 그간 비협조적이었던 프랑스 대표가 처음으로 참석했다.

 동해연구회가 지난 18년간 정치적 논쟁을 자제하고 학문적 공동연구와 객관적 토론을 통해 동해 표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함으로써 공감과 신뢰감을 높인 결과다. 브뤼셀 자유대학과 공동으로 개최한 형식도 도움이 됐다. 세미나를 통해 지명 문제에 큰 발언권을 가진 유럽의 전문가들과의 관계를 다진 것도 큰 성과라 하겠다.

 둘째로 주목할 대목은 폴 우드먼 전 영국 지명위원회 사무총장이 동해·일본해 병기 대신 ‘제3의 명칭’을 제의한 점이다. 그 명칭의 하나로서 ‘해결해(Sea of Resolution)’를 제안했다. 제3의 명칭 사용 아이디어가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지명 문제에 관한 세계적 권위자가 정식 논문 형식을 갖추어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기존 동해·일본해 명칭이 자국 내에서 갖는 상징성과 국민정서 등을 감안해 국내적으로는 각기의 기존 명칭을 사용하고 세계지도상의 표기 등 국제적 용도에만 표준명칭으로 제3의 명칭을 사용하자는 제안이다. 기존 명칭을 폐지하거나 대치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지명 표준화의 원칙과 양 당사국의 입장을 적절히 고려하고 있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는 황해가 있으므로 ‘해결해(Sea of Resolution)’에 대한 대안으로 ‘청해(Blue Sea)’ 같은 명칭도 제시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과의 적극적인 협의도 필요하다.

 셋째로 한·일 간에 원만한 타결이 이루어질 때까지 현행 동해·일본해 병기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병기를 주장하는 논리로는 이번 회의에서 결정된 사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오스트리아 학술원이 교과서에서의 병기를 결정했고, 프랑스 라루스 백과사전도 병기를 결정했다. 독일도 교과서의 병기를 검토하기로 했다. 최근 우리의 병기 주장에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커지고 있고, 실제 병기 사례가 착실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이제는 보다 냉철하고 합리적인 논리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과거 병기를 주장하는 논거로 일본의 식민주의 청산, 창씨개명까지 연관지었던 주장은 이제 더 이상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지를 얻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병기를 주장하는 논리로는 “2000년 전부터 불려왔고, 지금도 7500만 한국인이 사용하는 동해 명칭이 1929년 IHO가 처음으로 세계지명을 표준화할 때 우리의 권리 주장 기회가 박탈당한 상황에서 일본해가 표준 명칭으로 채택된 부당성(Injustice)을 시정하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서대원 국가브랜드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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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