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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학생도 못 믿는 일자리 총선 공약

우리는 일자리가 최선의 복지라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일자리만 탄탄하면 정부가 나서서 복지를 밀어붙일 필요가 없다. 한국 경제사가 입증한다. 고도성장 기간 중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종신고용이란 말이 대변하듯 안정적이기도 했다. 일자리가 탄탄했기에 복지에 별로 의존하지 않아도 됐다. 일자리를 통해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는데 복지 같은 재분배과정이 필요할 리 없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거는 기대가 일자리였던 건 이 때문이었다. 복지 확대보다는 일자리를 늘리는 정당에 나라를 맡기는 게 옳다. 중앙일보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들도 일자리 창출 공약을 보고 지지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런 점에서 양당이 내놓은 총선공약은 실망스럽다. 말로는 “일자리를 모든 정책의 중심에 둔다”(민주통합당), “고용률을 경제의 중심지표로 삼겠다”(새누리당)고 했지만 실제론 정반대다. 복지 일색이다. 민주통합당은 보편적 복지국가 실현을, 새누리당은 ‘10대 맞춤 복지 정책’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일자리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나마 공약 내용도 지극히 빈약하다. 양당 모두 러브 콜을 보내는 대학생들도 정치권의 일자리 공약을 못 믿겠다는 판국이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양당의 일자리 공약에 대해 “진짜 문제가 뭔지 모르고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의 스펙 초월 취업센터 설립에 대해 “대학 교육에 옥상옥을 만들겠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럴 돈이 있으면 대학이 하도록 지원하라”고 한다. 민주통합당의 청년 고용의무할당제 공약에 대해서도 “기업 일자리는 뻔한데 표를 의식한 공약”이라고 쏘아붙였다. “청년 고용 늘리겠다고 40~50대 장년층을 내보내겠다는 건가”라고도 했다. 하지만 양당은 이미 정년 60세 의무화 등의 장년 일자리 확대 공약도 발표한 터다. 대학생들도 아는 일자리의 상충 문제를 양당만 모른다는 얘기다. 심지어 “정당들이 고용대책을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쉽게 미룬다”는 지적도 나왔다.

 청년들이 원하는 건 따로 있었다. 단편적이고 허황된 공약이 아니라 고용 없는 경제성장의 고착화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었다. 하지만 양당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내놓지 않았다. 청년들이 공약(空約)이라 보는 이유다. 일자리를 늘리는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정치권이 표(票)만 의식하느라 실행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첫째, 서비스업 육성이다. 제조업은 일자리 늘리기가 여의치 않다. 고용 탄력성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지 오래다. 제조업 생산이 늘수록 일자리는 줄어든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전체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났던 건 서비스업 때문이다. 문제는 서비스업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서비스업을 육성하되, 그중에서도 의료와 법률 등의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이 분야의 규제를 확 풀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정치권은 규제 완화에 극력 반대다.

 둘째, 고용 경직성의 완화다. 우리는 해고비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세 배에 달한다. 전체 회원국 중 3위다.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근로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긴 건 이 때문이다. 노총에 따르면 초과 근로 문제만 해결해도 일자리가 54만 개가 생겨난다. 그런데도 해결하지 못하는 건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장 때문이다. 정치권이 강성 노조의 해결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정치권이 노조는 절대로 건드리려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양당이 퍼주기 공약만 내놓고, 일자리 공약은 빈약한 건 이 때문이다. 그러니 양당이 간판을 바꿔 달고, 이합집산을 해도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양당은 총선 공약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복지 일색에서 벗어나 일자리를 우선해야 한다. 내실 있는 일자리 공약도 내놓기 바란다. 그게 정치가 사는 길이고, 나라가 발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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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