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분수대] 남은 시간이 고통스러운 사람들 영화 속 얘기만은 아니다…노원구의 안간힘이 돋보인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다는 에너지 불변의 법칙(열역학 제1법칙)을 빗대 술자리에서 농담을 하곤 했다. 예를 들면 남성이 일생 동안 방출할 수 있는 정력의 총량은 누구나 똑같다는 ‘총량 불변의 법칙’(대척점에 ‘용불용설’이 있다), 키가 크면 코가 작고 반대로 코가 크면 키가 작다는 ‘총길이 불변의 법칙’ 같은 엉터리 학설이다. 요즘엔 시시덕거릴 수만은 없는 새로운 법칙을 떠올리게 됐다. ‘성격 총량 불변의 법칙’이다. 외향·내향의 두 성격 중 어느 하나가 평생 유지되는 게 아니라 나이에 따라 반대편 성향이 반드시 드러난다는 법칙이다.

 연세를 많이 드신 부모님을 대하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93세의 아버지는 최근 정신이 좀 흐려지셨다. 일평생 조용한 성격이었는데 갑자기 다변(多辯)에 놀랄 정도로 활달해지셨다. 반면 활동적이던 어머니는 조용히 침잠한 상태로 나날을 보내신다. 가끔 아파트 창밖을 하염없이 응시하시곤 해 자식들은 걱정이 크다.

 영화 ‘인타임(In Time)’은 후반부로 갈수록 지리멸렬해지는 탓에 앤드루 니콜 감독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다. 그러나 발상 하나는 참신하다. 미래에는 모든 게 돈 아닌 시간으로 환산된다. 누구나 25세에 성장을 멈추고 1년치 시간만 부여받는다. 그 이상의 시간을 벌기 위해 죽자고 뛰어다녀야 하는 세상이다. 부자는 수천, 수만 년을 소유하고 영원한 젊음을 누린다. 100년의 남은 시간을 갖고 있던 한 남자가 가난한 청년 윌에게 자기 시간을 몽땅 주고 세상을 뜨면서 줄거리가 펼쳐진다. 이미 105세였던 남자는 삶에서 더 이상 의미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영화 속 얘기만이 아니다. 남은 시간이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인데, 그중에서도 고령층 자살이 특히 많다. 80세 이상 자살률은 20대의 5배를 넘는다. 서울 노원구청 내에 재작년 생긴 ‘생명존중팀’이 주목받는 이유다.

 노원구의 65세 이상은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5만7000여 명. 기초생활수급자도 최고 수준(2만2700여 명)이다. 자살률이 높을 조건을 고루 갖춘 데다 설상가상으로 재정자립도는 25개 자치구 중 꼴찌다. 그래도 김성환 구청장은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사업’에 도전했다. 전국 최초로 자살예방조례를 제정하고 6만 명을 골라 우울증 검사도 했다. 통장 677명이 고령자·생계곤란자 등을 직접 찾아가 개별 상담했다. 몸으로 때우는 정성 덕분에 2009년 180명이던 자살자가 지난해엔 128명으로 줄었다. 올해 1~2월도 14명으로 지난해 동기(20명)보다 적다. 다른 지자체들도 벤치마킹했으면 싶다. 사실 고통스러운 건 남은 시간이 아니라 시간의 내용물 아니겠는가.


▶ [분수대] 더 보기
▶ [한·영 대역] 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