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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걸리면 유전자 분석부터 … 맞춤 치료 시대 곧 열린다

같은 질병이라도 사람에 따라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 개인의 유전정보에 따라 치료하는 게 맞춤의학이다. [중앙포토]
서울에 사는 A양은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국가가 지정한 ‘임상유전자검사센터’에 가 혈액을 채취했다. 이틀 뒤 A양의 유전자 검사 결과가 주민등록증에 담겨 배달됐다. A양은 아미카신이라는 항생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병원에 입원하면 투약하지 말아야 한다. 위암·유방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도 발견됐다. 매년 정기검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A양은 위암·유방암 유전자 돌연변이 활동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맞춤 약과 건강기능식품을 처방 받았다.

A양의 사례는 10~20년 뒤 펼쳐질 가상의 시나리오다. 유전자 정보에 따라 맞춤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를 그렸다. 보건복지부 산하 ‘차세대 맞춤 의료 유전체 사업단’ 김형래(이화여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 단장은 “앞으로 질병 치료엔 반드시 개인의 유전 분석 자료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에게는 3만5000개의 유전자가 있다. 이 유전자는 각각 46개의 염색체로 구성돼 있는데 이 염색체의 배열 순서나 이상 여부에 따라 각각 다른 사람으로 성장한다. 인간과 침팬지는 1%, 같은 사람끼리는 0.1%의 유전자 차이가 있다. 이 차이에 따라 같은 질환이라도 증상이 다르고, 약물 반응도 다르다.

유전체를 이용한 맞춤 치료는 10년 전만 해도 꿈의 의료기술이었다. 3만여 개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모두 밝혀내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2003년 인간 지놈지도가 완성되면서 맞춤 치료의 가능성이 열렸다. 김 단장은 “지놈지도로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모두 밝혀냈다. 어떤 질병이 어떤 염기서열에서 잘 일어나는지 알아내는 것만 남았다. 질환이 있는 사람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데이터를 축적하면 된다. 시간과 자본력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서 한 해 220만 명 약물 부작용 입원

한국에서 맞춤 치료 연구는 1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약물 부작용에 관한 연구다. 인제대 부산백병원 약리학교실 신재국 교수는 “한 해 미국에서만 220만 명이 약물을 잘못 써 입원한다. 이 중 11만 명은 결국 사망한다. 약물 부작용은 미국인 사망 원인 4위일 정도로 심각하다. 우리나라도 정확한 집계 자료가 없어서 그렇지 더 많은 약화사고가 발생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1995년 한 어린이가 주의력결핍장애 때문에 ‘프로작’이라는 약물을 처방 받아 복용하던 중 발작이 생겨 결국 사망했다. 당시 부모는 아이에게 약물을 과다 복용하게 해 살해했다는 의심을 받고 구속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 이 아이는 프로작을 대사하는 효소가 없었던 아이였다. 부모는 살해 누명을 벗었다. 신 교수는 “유전자 검사를 미리 하고 약물을 투여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이런 수백만 건의 약화사고를 막기 위해 특정 약물에 특이 반응을 갖는 유전자를 목록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신 교수가 맡고 있는 약물유전체센터의 데이터 베이스에는 150여개의 약물 관련 한국인 특이변이 유전자 정보가 입력돼 있다. 이곳에 의뢰해 유전 정보를 분석하면 자신이 어떤 약물에 과민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 있다. 신 교수는 “여러 질병으로 다양한 약물에 노출되는 환자는 미리 유전 분석을 받아두면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암·폐암 등 유전 정보 200여 사례 DB화

다른 하나는 암 치료 분야다. 한양대병원 병리학과 공구 교수는 “모든 암은 10~15가지 유전자 돌연변이로 생긴다. 암 치료엔 유전자 돌연변이를 파악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 같은 암이라도 인종·성별 등에 따라 조금씩 다른 유전자 변이를 보인다. 같은 암이라도 이 사람에게 잘 듣는 약이 저 사람에게는 듣지 않는 이유다.

현재 한국 정부는 한국인이 잘 걸리는 5대 암(위암·대장암·간암·폐암·유방암)에 대한 유전자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암마다 250례의 암 환자 유전 정보를 분석해 어떤 돌연변이가 나타나는지 목록화한다. 공구 교수는 “현재 간암·폐암에서 각각 200여개씩 유전 정보를 입력한 상태다. 앞으로 4년 내 5대 암에 대한 유전 정보가 모두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개인은 유전자 검사 하나로 암 발생 여부를 알 수 있다. 마구잡이식 암 조기 검사 대신 발병 위험이 높은 암에 대해서만 검사하면 된다. 암이 생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면 20대부터 약·건강기능식품·맞춤 운동을 처방 받아 암 발생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 또 암에 걸려도 조기에 제거해 사망 위험을 줄인다.

표적 치료제 개발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같은 암이라도 사람마다 잘 듣는 약물이 조금씩 다르다. 예컨대 폐암 치료제 이레사는 동양인·여성, 그리고 담배를 피우지 않은 환자에게만 잘 듣는다. 심장병 치료제인 비딜은 흑인에게만 잘 듣는다. 공구 교수는 “지금은 암에 걸리면 이 약 저 약 써보다 잘 듣는 약이 걸리면 그제야 치료가 시작된다. 10~20년 내엔 개인의 유전 정보에 맞는 맞춤 약물도 모두 개발돼 훨씬 쉽게 암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대 암 유전정보 분석을 책임지고 있는 한양대병원은 암센터에 유전정보 분석 연구소와 연계한 치료실을 만들고 있다. 공구 교수는 “암 환자는 자신의 유전정보를 분석 받아 최적의 표적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약 부작용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유전자 검사를 받아 미리 암 위험을 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차세대 맞춤의료 유전체 사업단은=유전자 분석을 기반으로 맞춤의학과 예측의학을 실현하는 게 목적이다.한국인의 질병 위험을 낮추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2011년 4월 발족됐다. 최근 국제 암 유전체 콘소시엄에 가입돼 국제 수준의 연구력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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