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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뽀하고, 눈 맞추고 … 도우미 개 벤지가 불안한 마음 달래줘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권영남(52·충남 서산) 씨가 도우미 개 벤지와 인사하고 있는 모습. 동물을 치료에 활용하면 의사표현과 사회성 향상에 효과적이다. [사진=김수정 기자]
김정숙(43·여·충남 서산)씨는 몸을 웅크린 채 방 한쪽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일곱 살 도우미 개 벤지(골든리트리버)가 방에 들어오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환하게 웃었다. 벤지를 얼싸안고 뽀뽀했다. “벤지야, 그동안 잘 있었어?” 김씨는 벤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인사를 건넸다. 벤지도 기분이 좋은 듯 오른발을 들어 악수했다.

 지난 13일 충남 아산시 에덴애견훈련학교. 정신요양원 ‘파랑새둥지’ 소속 조현병(정신분열) 환자 12명이 모였다. 동물매개치료를 받기 위해서다. 이들은 올해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이곳을 방문해 1시간 정도 도우미 개 네 마리와 시간을 보낸다.

 처음 도우미 개를 만났을 땐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서로 눈치를 봤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의 문을 열었다. 도우미 개를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과감하게 애정표현을 한다. “앉아, 기다려.” 우렁찬 목소리로 명령도 내린다.

 환자 치료를 맡고 있는 봄정신과의원 진성훈(정신과 전문의) 원장은 “대부분 조현병이 만성화돼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돼 있었다”며 “동물매개치료 뒤 불안해 하는 모습이 거의 사라졌다. 환자들의 변화가 놀랍다”고 말했다.

 파랑새둥지에서 환자들의 생활을 돕고 있는 김종순(59·여·충남 아산시)씨는 “요양원으로 돌아오면 언제 다시 도우미견 개를 볼 수 있느냐고 묻는다. (도우미 개에게) 용돈을 줘야 한다며 꼬깃꼬깃 접은 돈을 저금통에 모으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동물매개치료는 환자가 동물과 시간을 보내며 정신적·육체적 재활에 도움을 받는 방법이다. 관절염처럼 신체기능 장애가 있거나 자폐증 같은 발달장애,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이 치료 대상이다.

 동물매개치료에선 조건 없이 사랑을 주는 동물의 특성을 이용한다. 사람은 사회성이 결여된 사람을 꺼리지만 동물은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사람이라도 외톨이로 보지 않는다. 동물은 사람이 어떤 행동과 관심을 보이느냐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일 뿐이다.  

 이 때문에 동물매개치료를 받는 환자는 마음의 문을 쉽게 열고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다. 진성훈 원장은 “동물매개치료는 의료계에서도 보조적인 치료법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승마협회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에 동물치료효과를 확인해달라고 했더니 그 결과가 흥미롭게 나왔다. 송동호 교수에게 의뢰한 동물매개치료의 효과 연구는 흥미롭다. 연구진은 2011년 3월부터 11월까지 40㎏ 이하 발달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8~16주 재활승마 프로그램을 진행해 정서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사회성이 좋아지고 불안·우울 등 불안한 정서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재활승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식욕조절장애·자폐증·광장공포증 등 다양한 정신질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많다.

동물매개치료는 신체 장애인들의 재활에도 도움을 준다. 도우미 개와 같이 달리거나 승마를 하면 평형감각과 허리·다리 근육이 발달한다.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가 뇌성마비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재활승마 효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물리치료와 재활승마 치료를 병행한 아이 중 80%가 걷기·뛰기·눕기·앉기 등 운동기능이 좋아졌다. 미국델타협회(동물매개치료) 펫 파트너인 박승철(혜전대 애완동물학과) 교수는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한 고령자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병원 방문 횟수가 16% 낮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동물을 쓰다듬고 함께 산책하며 놀면 신체의 작은 근육이 자연스럽게 발달해 재활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동물매개치료에 활용되는 동물의 종류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물고기·햄스터·기니피그·토끼·돼지·돌고래·원숭이 등 다양하다. 집에서 쉽게 기를 수 있는지, 신체 접촉이 쉬운지, 사람과 친밀한지, 동물로 인해 감염될 수 있는 질병의 위험도는 낮은지를 평가해 정한다. 동물매개치료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동물은 개와 고양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45개 주에서 의료진·자원봉사자·도우미동물로 구성된 약 1만1000여 동물매개치료팀이 활동 중이다. 일본은 도우미개와 7000여 마리, 고양이 2000여 마리가 연간 900여 회 장애인 시설이나 병원에 보내져 환자의 치료를 돕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 한국동물매개치료복지협회가 설립됐고 이후 원광대, 공주대, 호서대 등에서 관련 학과가 만들어졌다. 한국동물매개치료연맹도 출범했다. 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발달장애 환자를 위한 재활승마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글=권병준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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