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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편 이혼·국적 취득…" 1년 이자 365% 뜯어내

베트남 여성 A(24)는 국제결혼 중개업체를 통해 2005년 한국인 김모(41)씨와 결혼했다. 남편과 자주 다투던 A는 2006년 생후 4개월 된 딸을 두고 가출했다. A는 친구로부터 “이혼 소송·국적 취득까지 한 번에 해결해 주는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서울 목동의 한 법무법인에 찾아갔다. A는 법무법인의 베트남인 직원(48)을 통해 고리대금업자 정모(51·여)씨를 소개받았다. 정씨는 이혼을 한 A에게 연 365%(하루 1%) 이자를 붙여 3000만원을 빌려줬다. A와 같은 ‘결혼 이주 여성’들이 한국인 남편과 이혼한 뒤 귀화를 원할 경우 생계 유지 능력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최소 3000만원 이상의 은행 잔고증명서를 제출한다. 단 이틀만 빌렸는데 이자는 60만원이었다. 변변한 직업이 없는 A에겐 큰돈이었다.

 국적법상 귀화 신청 요건인 ‘3000만원 이상의 예금잔고증명’을 악용한 대부업이 서울 구로·양천·영등포구 등 외국인 밀집지역에서 성행하고 있다. 일부 법무법인과 여행사들이 대부업자들의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다.

 본지 취재팀은 한국인 남편과 이혼을 원하는 중국 동포 여성으로 가장해 이들과 연락해봤다. 외국인들이 밀집한 대림동의 H여행사는 “일단 30만원만 착수금으로 입금하면 이혼 수속부터 한국 국적, 중국 호적 정리까지 패키지로 돕는다”며 “법무법인 변호사가 직접 상담해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중국 동포 소모(32)씨는 “동포신문 광고를 보면 ‘이혼 수속 대행’ 여행사가 자주 등장한다”며 “요새는 이 지역 법무법인에 중국인 직원 없는 곳이 드물다”고 전했다. 여행사가 이혼 수속이나 국적 취득을 대행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더 큰 문제는 상당수 법무법인·여행사들이 결혼 이주 여성들에게 예금잔고증명에 필요하다며 대부업자를 소개시켜준다는 점이다. 전업주부로 지내던 대부분의 결혼 이주 여성들이 생계도 막막한데 국적 취득 때문에 진 빚을 갚아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되는 구조다.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부장 김훈)는 최근 정씨를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정씨는 돈을 빌려준 대가로 하루 30만원씩의 이자를 물렸다. 검찰 조사 결과 44명의 결혼 이주 여성이 정씨로부터 돈을 빌려 귀화신청을 했다. 그러나 관련 규정이 없어 이들의 귀화신청을 무효화하는 방법은 없다고 한다.

 김훈 부장검사는 “결혼 이주 여성들이 불법적 귀화를 통해 우리 국적을 취득하면 대개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국민의 세금이 엉뚱한 곳에 쓰이게 된다”며 “미국·프랑스 등이 영주권 신청부터 재정보증인 제도 등 생계 유지능력을 엄격히 검증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절차상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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