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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은하 (銀河)

은하 (銀河) - 신경림(1935~ )


놈은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는 거대한 고래다

책과 텔레비전과 냉장고를 삼키고 승용차를 삼키더니

종당에는 마을을 삼키고 사람들마저 삼켜버렸다

마침내 우리는 놈의 뱃속에 들어앉았다

놈이 기우뚱대는 대로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고

나둥그러지고 엎어지고 서로 대갈받이하고


감히 누가 쇠꼬챙이를 갈아 장벽(腸壁)을 찌르거나

종이 따위 인화물질을 모아 불을 지를 엄두를 내랴

재채기를 해서 우리를 토해내게 하기에 앞서

놈이 더욱 요동칠 것이 두려운데

그 사이 부패물에 섞여 우리 몸은 서서히 썩어가겠지

하늘 저 높은 데서 또 은하는 더욱 푸르고

농무(農舞)의 시인이 우주공간 안에서 농악대를 편성했나 보다. 꽹과리 치고 날라리 불고 상모를 돌리다가 어지럼증을 느낀 것일까. 정신차리고 보니 은하계라는 거대한 고래 뱃속이다. 쓰나미가 몰려온 듯 모든 것을 휩쓸어 삼켜버리자 인간들 나동그라지고 엎어진다. 누가 고래 뱃속 같은 은하계 밖으로 우리를 토해 내게 할 수 있을까. <최정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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