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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비상발전기도 고장 … 불안하다

고리 원전 1호기의 비상발전기가 고장 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비상 발전기는 지난달 9일 발생한 정전 사고의 핵심 원인이었다.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문제의 디젤발전기 성능을 시험한 결과 공기를 공급하는 솔레노이드밸브가 고장 나 가동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리 1호기는 비상발전기가 먹통인 채로 이달 초 9일간 실제 원자로를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의 하나 이 기간에 외부 전력이 상당시간 끊어졌다면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에 버금가는 대재앙을 피할 수 없었다. 한마디로 아연(啞然)할 따름이다.

 이 원전에는 2대의 비상 디젤발전기가 있다. 1대는 정비를 위해 분해해 둔 상태였다. 먹통이 된 문제의 발전기는 정전 사고 직후인 지난달 16~23일의 성능시험에서 ‘정상 작동’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달 9일 고장 나 원전 정전 사태를 일으킨 발전기가 22일에는 정상 작동했다가 3주도 지나지 않아 다시 먹통으로 드러난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사고 은폐에 이어 부실 점검 의혹까지 비켜가기 어렵다. 복마전(伏魔殿)이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한수원은 2007년 대부분의 부품들을 교체하면서 고리 1호기의 수명을 연장했다. 그러나 34년이나 지난 비상 디젤발전기에 대해서는 “성능에 문제가 없다”며 바꾸지 않았다. 이렇게 안전보다 비용 절감을 앞세워 노후 발전기를 교체하지 않은 것이 사고의 근본 원인이 아닌지 의문이다. 한수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비교하며 “국내 원전에는 일본에 없는 비상대체교류발전기(ACC)를 갖추고 있다”고 자랑했다. 긴급사태가 발생하면 곧바로 수동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장치다. 하지만 지난달 12분간의 정전 사고 때 한수원은 ACC를 가동하지 않았다. 온갖 비상 장치들이 정작 비상 사태에 아무 쓸모조차 없게 된 것이다.

 더 이상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분노는 막기 어렵게 됐다. 지난 수십 년간 원전은 국가 최고 기밀 시설로 분류돼 전적으로 전문가들의 손에 맡겨져 왔다. 하지만 원전 내부의 안전 불감증과 기강해이(紀綱解弛), 정보 은폐, 부실 점검 등이 고구마 줄기 캐듯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 고리 원전 근로자들부터 “기기가 낡아 불안하다”고 실토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마당에 아무리 국민에게 “원전은 안전하다”고 외쳐봐야 소용없다. 오히려 불안과 불신을 자극할 뿐이다.

 총체적인 점검이 불가피하다. 기존의 원전 관련자들에게 맡길 사안이 아니다. ‘한 식구끼리 봐주기’ 관행을 깨뜨리려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전문가들을 투입해 샅샅이 뒤져야 할 것이다. 전국 원전의 42개 비상발전기를 다 돌려보고, 사고 개연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이면 구석구석까지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다. 감사원과 지식경제부의 합동조사는 물론, 검찰과 경찰의 수사도 망설일 필요가 없다. 우리 사회의 한편에서 “이런 원전이라면 무서워 못 살겠다”는 비난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원전을 지켜내고 원전 강국에 오르기 위해서도 다른 길은 없다. 곪을 대로 곪은 원전의 환부(患部)부터 근본적으로 도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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