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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스마트폰 얼간이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야외 식당에 모인 사람들, 갑자기 손을 주머니에 넣어 뭔가를 찾는다. 이들이 꺼낸 건 스마트폰. 일제히 이 첨단 기기를 테이블 가운데에 놓고 약속한다. 가장 먼저 스마트폰에 손을 내민 사람이 계산서를 챙기기로. 동료를 만나 식사할 때도 스마트폰에 코 박고 사는 요즘 사람들의 세태를 묘사한 미국 CBS 방송의 ‘스마트폰 얼간이(jerk)가 되지 말자’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다.

 오죽했으면 이런 내기까지 할까. 이렇게 비웃으면서도 “이건 내 얘기”라고 무릎 칠 사람들이 이 땅에 더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을 게다. 물론 나도 포함이다. 손에 잡히는 감촉이 남달랐던 요 전화기, 처음 집었을 때 “와우”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걸로 친구를 사귀고(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보라), 신문을 보고, 여기에다 길을 묻고…. 처음엔 비서였다. 곧 24시간 떨어질 수 없는 친구로 변했다. 지금은 상전이 돼 위세가 대단하다. 난 이 상전 모시느라 하루종일 머리털이 곤두선다. 종종 커버를 바꿔 단장시켜야지, 화면 보호 테이프도 갈아야지. 만약 이 상전을 잃어버리기라도 한다면 난 불안·초조·공포에 빠져 공황장애에서 헤어나지 못하리라.

 소설가 성석제씨는 최근 커피전문점에 들렀다가 목격한 장면을 이렇게 그렸다. ‘커플은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켜고 거기에 빠져 있었다. 이따금 전화나 문자가 오면 오히려 표정이 풍부해지고 활기가 솟았다. 외부에서의 자극이 중단되면 다시 좀비처럼 각자의 기계에 몰두했다. 둘은 왜 만났을까’.

 인간과 인간을 연결한다는 첨단 기계가 이쯤 되면 소통을 끊는 몬스터로 돌연변이한 셈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간 존엄의 상징인 ‘지식 탐구’라는 두뇌활동도 무뎌진다. 뭔가 막히기만 하면 우린 손가락으로 화면을 밀고 톡톡 두드리는 걸로 할 일 다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얻은 지식이란 게 얇디얇다는 거 안다. 하지만 효율과 실용이라는 마약에 길든 우리는 중독의 편리함을 찬양할 뿐이다.

 벗어나고 싶지만 어렵다. 용기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19세기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처럼 월든 호숫가 숲 속에서 홀로 살 수 있는 시대도 아니지 않은가.

 결국 필요한 건 균형이다. 미국의 미디어 생태학자인 수전 모샤트는 10대 세 자녀와 함께 6개월간 스마트폰 등을 쓰지 않는 도전을 했다. 이때의 좌충우돌을 그린 책 『로그아웃에 도전한 우리의 겨울』에서 그는 디지털 해독을 위한 10계명을 제안했다. 이 중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두 개에 먼저 귀를 기울여 보자. ‘식사 자리에 미디어를 가져오지 말지어다. 이웃의 업그레이드를 탐하지 말라’.

 부끄럽지만 난 고백한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문자가 왔는지, 트윗이 떴는지 궁금해 슬며시 스마트폰에 손을 내밀었다. 아! 이런 얼간이 모습이 인간의 본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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