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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삼성 고시’ 몰린 5만 명 … 최고 직장이라지만 누구에게나 그럴까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요일이던 18일 아침 서울 대치동 단대부고 앞. 수많은 젊은이들이 교문으로 꾸역꾸역 밀려들고 있었다. 삼성그룹 직무적성검사(SSAT), 일명 ‘싸트’를 보러 온 이들이었다. 한 명에게 “컨디션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는 “긴장된다. 우리 과에서만 열 명 가까이 치는데 경쟁률이 너무 높아 걱정”이라고 했다.

 그럴 만도 했다. 이날 SSAT에 응시한 사람은 5만여 명이었다. 전국 46개 시험장에서 동시에 시험을 쳤다. 취업정보업체들에 따르면 상반기 대졸·초대졸 취업 예비군은 15만~20만 명이다. 그중 상당수가 응시한 셈이다. 덕분에 한두 달 전부터 각 대학 도서관은 SSAT 준비생으로 넘쳐났다. 취업학원들은 특별 강좌를 앞다퉈 개설했다. ‘삼성고시’라는 말이 실감 나는 상황이다.

 이렇듯 응시자가 많은 건 문호가 넓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학점과 공인 영어 점수가 일정 수준 이상인 모든 이에게 기회를 준다. 서류 심사에서부터 이른바 ‘스펙’을 따져 인·적성 검사 응시자 수를 확 줄이는 대다수 기업들과 방식이 좀 다르다. 지방대나 비(非)인기학과 출신, 성적이 살짝 처지는 이들도 도전이 가능하다. 시험 관리에 큰 돈이 들지만 삼성으로서도 밑지는 장사는 아닐 게다. 서류심사만으론 놓치기 쉬운 ‘숨은 보석’을 발견할 수 있다. 준비 과정에서 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커질 개연성도 높다.

 이렇듯 기업과 취업 희망자들의 이해가 맞물려 벌어진 휴일 아침의 진풍경이, 그러나 나는 좀 불편했다. 삼성은 분명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보람도 크고 배울 점도 많을 것이다. 하나 누구에게나 그럴까?

 취업은 자신의 삶터를 찾는 일이다. 잘하고 좋아하는 것, 자신의 지향과 가치관에 맞는 곳을 찾는 게 정석이다. 사회에 첫발 들이는 젊은이라면 긴 장래를 위해 그 원칙에 더욱 충실해야 하리라 믿는다. 돌이켜 보면 지금 우리가 자랑하는 벤처기업 상당수는 1998년 외환위기 가운데 태동했거나 성장의 기반을 다졌다. 불안감을 뚫고 안정된 직장 대신 꿈과 야망을 택한 젊은이들 덕분에 우리 경제와 사회는 한 단계 진화할 수 있었다.

 지난해 초 모바일 혁명이 본격화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제2 벤처 붐이 시작됐다. 고대 경영대 졸업을 한 학기 앞둔 김준수(26)씨도 지난겨울 신생 벤처기업 아블라컴퍼니에 입사했다. 부모님 염려가 컸지만 소신을 꺾지 않았다. 동기들 상당수가 SSAT를 치러 간 18일, 그는 새 서비스를 위한 전략 짜기에 골몰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회사의 핵심 인력이다. 비단 벤처뿐이랴. 작은 공방이든, 사회복지단체든, 배고픈 예술가의 길이든 ‘다른 선택’을 하는 청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그것이 한 날 한 시 수만 젊은이가 같은 회사 시험을 치르는 모습보다는 아무래도 활기차고 자연스러운 풍경 아닐까.

이나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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