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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이상하다, 기억나는데? … 나의 뇌는 기억을 날조한다

[중앙포토]<사진 크게보기>

미국의 전직 형사였던 63세의 조지 플랭클린(사진)은 1990년 그의 딸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20여 년 전 딸의 친구를 강간하고 살해했다는 죄목이었다. 프랭클린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그를 돕기 위해 증인으로 달려온 심리학자도 오래전 기억이 온전히 남아 있을 수 없다고 했으나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프랭클린은 유죄 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혔다. 그로부터 항소가 받아들여져 무죄로 풀려나기까지 6년여 동안 영어의 생활을 해야 했다.

 전혀 사실이 아닌 날조된 기억이 프랭클린 딸의 뇌에 이식된 것으로 밝혀진 사건이었다. 뇌에 날조된 기억을 심는다? 사실 같지 않은 사실이었다. 지난 한 주는 세계 60여 개국 뇌 관련 연구기관이 정한 세계 뇌 주간이다. 이를 계기로 뇌 기억의 진실을 살펴본다.

 사람의 경험은 뇌의 해마에 잠시 저장됐다가 대뇌로 옮겨져 영구 기억으로 저장된다. 만약 해마가 손상을 입으면 새로운 기억을 만들지 못한다. 그래도 옛날 기억은 말짱하게 살아 있기 때문에 친구를 만나면 알아 보지만 돌아섰다 다시 보면 그날 처음 만난 사람처럼 인사를 다시 하게 된다.

 기억이 해마와 대뇌로 옮겨져 저장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날조된 기억을 뇌 스스로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사실은 프랭클린 사건을 통해 밝혀지기 시작했다. 프랭클린 사건의 증인으로 나섰던 미국 워싱턴대학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교수는 “기억은 식품처럼 세월이 지나면 오염되고, 부패돼 원형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거기에다 어떤 동기만 제공하면 뇌 스스로 기억을 날조해 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미국 경찰이었던 폴 잉그램 사건도 날조 기억의 피해자로 유명하다. 그의 딸이 폴 잉그램을 자녀 강간, 폭행죄로 고발해 15년을 복역했다. 날조 기억의 이식 실험을 하기 위해 심리학자가 감옥을 방문해 잉그램에게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딸을 강간했다’는 사실이 아닌 장면을 꾸며 대며 자백하라고 강요했다. 잉그램은 그런 장면 묘사를 들을 당시에는 그런 일이 없다고 답했으나 다음날 그런 죄를 실제로 지었다는 자술서를 써 냈다. 밤새 그 장면을 계속 상상한 나머지 진짜처럼 뇌가 기억을 만들어낸 것이다. 나중에 심리학자가 그것을 꾸며낸 이야기라고 해도 잉그램은 믿지 않았다.

 한 심리학자는 기억의 엉성함을 입증하기 위해 하나의 실험을 했다. 텅 빈 거리에 복면을 한 사람이 지나가는 영상을 피험자들에 보여 준 뒤 그 사람의 얼굴에 수염이 있었나 없었나를 질문했다. 대부분의 피험자들은 영상에 등장한 사람이 복면을 했었는데도 수염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실험은 피험자들이 어렸을 때 쇼핑몰에서 놀다 길을 잃은 사실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추억을 떠 올려 보라고 했다. 물론 그 피험자들은 그런 사실이 없었다. 그런데도 피험자의 25%가 추억을 가공해 만들어 냈다. 어떤 사람은 길을 잃고 헤맬 때 수염이 달린 할아버지를 만난 이야기 등 실제보다 더 실제처럼 기억을 만들어 냈다.

 또 다른 학자의 실험은 어린 시설 열기구를 타 본 적이 없는 피험자에게 열기구를 탄 적이 있다면 추억을 떠올려 보라고 했다. 그런데도 마치 자신이 열기구를 타고 놀았던 것처럼 생생한 묘사와 함께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이 피험자의 25%에 이르렀다. 열기구를 타고 있는 사진을 포토숍으로 조작해 피험자의 어릴 적 얼굴을 넣으면 스스로 추억을 만들어 내는 비율이 50%을 넘었다.

 아주대 의과학연구소 정민환 교수는 “어떤 사건을 자꾸 되 뇌다 보면 그 기억의 틈새들이 부정확한 것으로 채워지고, 나중에는 사실처럼 왜곡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뇌 과학과 심리학계에서는 기억을 무조건 신뢰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조작과 왜곡·변형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뇌는 기억에서뿐 아니라 사물을 분간하는 데 특별하게 설계돼 있다. 사람의 얼굴만을 알아보는 부위, 움직임만을 알아보는 부위도 따로 됐다. 이 때문에 사람의 사진을 거꾸로 보여주면 사람의 얼굴이 아닌 일반 사물로 인식을 하기도 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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