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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고객 정보 빼돌려도 ‘너그러운’ 나라

이수기
경제부문 기자
식품회사와 이동통신회사. 업종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일반 국민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전형적인 내수산업이란 점이다. 그러나 차이가 분명한 게 있다. ‘잘못된 서비스’에 대한 대응이다.

 일례로 식품회사 제품에서 벌레가 나오면 난리가 난다. 소비자들은 벌레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고, 회사는 소비자 항의에 응대하느라 진땀을 빼기 일쑤다. 반면 이동통신회사에 대한 항의와 해명은 다르다. 최근 국내 굴지의 이동통신업체들과 관련한 개인정보 누출사건이 그렇다. 경찰에 따르면 이동통신업체의 협력사 직원 A씨는 임의로 이동전화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19만8000여 건의 개인정보를 조회했고, 이 중 일부를 건당 40만원까지 받고 브로커에게 넘겼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은 “협력업체에서 벌어진 일이라 알 수 없다”며 변명으로 일관한다.

 이동통신사들은 협력업체를 탓하지만, 소비자가 통신사를 고를 때 협력업체까지 감안하지는 않는다. 식품회사에서 산 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오면 해당 회사에 항의하지, 협력업체에 항의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소비자들이 매월 비싼 전화료를 내는 것도 ‘대형통신사들이 알아서 개인정보도 잘 보호해 주리라’고 믿어서다.

 일반 소비자 역시 정보 누출사고와 관련해서는 유난히 너그럽다.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다 보니 그러려니 생각하거나, 정보기술(IT) 관련 내용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 내 지갑에서 주민등록증을 빼갔다고 하면 지금과는 대응이 확 달라질 것이다.

우리나라와 사정은 다르지만 일본 NTT도코모는 신규 가입 때 필요한 고객정보만 스캐너로 컴퓨터에 저장한다. 해당 정보는 책임자만 볼 수 있도록 암호화해 놓았다. 가입 신청서 원본은 고객에게 돌려준다.

 미국 신용정보제공사 초이스포인트사는 2004년 고객 14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이유로 벌금 1000만 달러와 손해배상금 500만 달러를 부과받았다. “재발 방지”만 외치는 우리와는 큰 차이다.

일부 전문가는 “개인정보 유출사건 방지를 위해 징벌적 배상제도의 도입을 고려할 때가 됐다”고 말한다. 협력업체 잘못이건, 본사 잘못이건 결국 피해는 일반 국민이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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