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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기업, 착해져야 산다

박대혁
리딩투자증권 부회장
인간의 본성이 선한가 아니면 악한가. 2300여 년 전 맹자는 성선설을 얘기했고 순자는 이를 비판하면서 성악설을 주장했다.

 그 후로도 논쟁의 역사는 이어졌다. 영국의 유물론 철학자 토머스 홉스와 프랑스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가 유명한 논쟁을 벌였다. 17세기의 처참한 제1·2차 영국내전을 직접 겪은 홉스는 자연상태의 인간은 생존에 목숨을 걸고 생존이 걸린 일이면 타인의 희생도 마다하지 않으므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악설을 전제로 각자의 이익을 위해 계약으로서 국가를 만들어 자연권을 제한하고 복종하는 전제군주제를 이상적인 국가 형태라고 생각했다. 인간이 타고나지 못한 공감과 나눔 정신을 가르치고 국가에 복종시키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낙관적인 루소는 만물은 창조주의 손에서 나올 때 선하며 인간도 근본적으로 선하고 공감은 자연적인 감정이라고 보면서 성선설을 주장했다. 그런데도 세상이 평화롭지 못하고 타락한 건 사회가 썩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렇게 인간의 본성이 원래 선한지 악한지를 알아내기 위한 논쟁은 인간이 선하게 살아가도록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그 본질이라고 본다. 그래서 성선설이 맞는다면 그냥 내버려두면 스스로 정화작용을 해 착하게 살 것이지만 성악설이 맞는다면 누군가 제도와 법률을 따르도록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보의 비대칭이 크게 존재하는 사회에선 더욱 중요해진다. 서로 상대의 의도와 본질을 모르는 상황에서 만나고 교류하고 약속하고 거래하면 선한 사람은 악인으로부터 항상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그런 사회에선 이타적인 행동은 인정받지 못하고 이기적인 행동만 조장되게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이 모여서 만들어진 유기체인 기업의 본성은 과연 어떨까. 기업의 창업에서부터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 원래 선한 목적으로 만들었는데 혹독한 세상에서 경쟁하다 보니 타락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처음부터 피도 눈물도 없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우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성선설과 기업성악설 논쟁은 시장 자율에 맡기자는 시장주의와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해야 한다는 반시장주의 논쟁으로 발전했다.

 그런데 한 가지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그것은 정보혁명이다. 20세기 말부터 컴퓨터와 인터넷의 민주화로 시작된 정보혁명으로 이제는 정보가 모든 사람에게 투명하게 공유되는 세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를 알 수 없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선한 사람이 억울하게 벌을 받고 악한 사람이 오히려 잘사는 것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런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아무리 큰 권력과 재력이 있는 국가 수반이나 재벌가라도 어떤 잘못을 저지르면 그것이 밝혀지고 순식간에 온 세계에 알려진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 전 세계 곳곳에서 거의 날마다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져가고 세상은 점점 투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 대가를 치를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할 때 악행을 저지르게 되지만 그 행위가 적나라하게 밝혀질 확률이 높을 때는 하지 않게 되니, 투명도가 높아지면 악행은 점점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이타적인 행동을 할 때 인정받고 사랑받게 되어 사람이나 기업이나 서로 더 착하게 살기 위해 경쟁하는 세상이 오는 것 아닌가.

 앞으로 다가오는 투명한 세상에선 기업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야만 한다. 기업의 본성이 얼마나 착한가가 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정직한 마음으로 내가 고객이라면 어떤 제품을,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가에 대해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그러한 제품과 서비스를 환경친화적이면서도 경제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제공할 수 있는가에 대해 몰두해야 한다. 투명한 세상의 고객은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지 않고 자신의 이웃, 못사는 국민, 고통받는 이방인, 더 나아가 다음 세대의 지구인까지도 모두 걱정하고 사랑하는 선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나아가는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개혁해야 할 것이다.

박대혁 리딩투자증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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