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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원재료비 덜 들어 반색 … 자동차, 가격경쟁력 하락 우려

서울 금천구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모(56) 사장은 지난달 은행에서 엔화대출 1000만 엔을 받았다. 그는 “일본산 기계를 들여와야 하는데 전문가들이 엔화값이 더 떨어질 거라고 전망하는 걸 보고 원화가 아닌 엔화로 빌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앞으로 엔화가치가 추가로 내려가면 갚아야 할 돈의 원화 환산액이 줄어들어 이익을 보게 된다. 하지만 아직까진 이런 생각을 하는 기업은 극소수다. 주요 5개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의 지난달 말 기준 엔화대출 잔액은 7381억 엔(약 9조96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되레 26억 엔 감소했다. 최근 엔화값 하락을 돈 빌릴 기회로 생각한 회사보다 기존에 빌린 돈을 갚을 시점으로 본 기업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중기가 엔화대출을 꺼리는 것은 100엔당 원화값이 800원대 안팎에서 움직이던 2006~2007년 엔화로 돈을 빌렸다가 ‘수퍼 엔고’에 당한 경험 때문이다. 충남의 한 제조업체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에 걸쳐 시설자금 등으로 빌린 3억1000만 엔 때문에 아직도 골치를 썩이고 있다. 그간 일부를 갚아 빌린 돈이 2억9000만 엔 정도로 줄었는데 원화 환산액은 약 27억원에서 약 39억원으로 오히려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회사 재무팀장은 “엔화값이 더 떨어지기만을 기도하는 심정”이라며 “최근 엔화가치가 내려가고 있다고 해서 엔화대출을 받겠다는 중기가 있으면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은행도 조심스러워졌다. 한 시중은행 간부는 “2008년 지점장으로 일할 때 엔화가치가 급등하는 와중에 엔화대출을 회수하러 갔다가 중기 사장에게 멱살을 잡힌 적이 있다”며 “현재는 일본 수출을 통해 계속 엔화를 벌어들이는 기업을 중심으로 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대기업의 셈법은 좀 더 복잡하다. 일본 경쟁업체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게 반길 일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업종별 온도 차는 확연하다. 반도체의 경우 일본 업체의 수익성이 다소 나아질 순 있겠지만 한국 기업과 본격적인 점유율 경쟁을 벌이기엔 무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LIG투자증권 최운선 투자전략팀장은 “일본산 부품 구입 비중이 높은 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등은 원재료비가 줄어 되레 실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업종도 일본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낮고, 자국 내 수주가 많아 큰 타격은 없을 전망이다.

 문제는 세계를 무대로 일본 업체와 진검승부를 펼치고 있는 자동차다. 양국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미국 시장의 경우 지난해 팔린 일본 자동차 445만9000대 중 142만2000대가 일본에서 만들어 수출한 물량이다. 단순 계산하면 미국에서 팔리는 일본 자동차의 3분의 1이 엔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생산설비와 부품공급망 재정비를 마치고 올해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었다”며 “여기에 엔저라는 날개까지 달게 되면 일본 차의 약진이 두드러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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