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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The End, 엔고?



요즘 일본 도쿄 외환시장은 부산하다. 로이터통신은 “역습을 당한 분위기마저 느껴진다”고 전했다. 예상치 못한 사건 탓이다. 엔화 가치 하락이다. 미국 달러와 유럽의 유로화, 한국 원화 등과 견줘 올 들어서만 7~10% 정도 떨어졌다.

엔화 가치, 올 원화 대비 10% 넘게 떨어져
4년 반 이어온 ‘2차 엔고시대’ 저물고 있다
국제시장 포트폴리오 재편 중



 지난해 말 서방 금융그룹들의 통화 전략가들은 엔화 강세를 전망했다. 유럽 재정위기, 일본의 꾸준한 무역수지 흑자, 일본 중앙은행·정부의 엔화 가치 떨어뜨리기 실패 등이 이유로 꼽혔다. 올 1월까진 그들의 예상이 맞는 듯했다. 엔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76엔 선까지 이르렀다. 여차하면 지난해 10월 세워진 역사적 기록(75.82엔)이 곧 깨질 듯했다.



 외환시장은 2월 들어 돌변했다. 일본의 주요 무역 상대국과 견준 엔화 값이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2월 한 달 동안 엔화 가치가 오른 날은 엿새에 그쳤다. 보름 동안 미끄러지기만 했다. 엔화 약세는 3월에도 이어졌다.



 도쿄 크레디트스위스의 수석 통화전략가인 후카야 고지는 15일 월스트리트 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사건은 커다란 변화”라며 “수면 아래 흐름이 뒤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엔고(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엔고는 2007년 7월 시작됐다. 4년 반이 넘는 긴 상승세였다. 그사이 엔화 가치는 미 달러화 대비 38.8% 정도 올랐다. 한국 원화와 견줘선 오름폭이 50%를 넘기도 했다. 이렇게 가파르게 오르기는 1995년 이후 처음이다. 이전에도 가파르게 오른 적은 있었다. 1985년 플라자 합의(Plaza Accord) 이후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플라자 합의 이후가 ‘1차 엔고시대’로, 최근 엔화 강세는 ‘2차 엔고시대’로 불리는 이유다.



 최근 엔화 약세 원인으로 세 가지 요인이 꼽힌다. 첫째 글로벌 시장의 리스크 식성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 기미를 보이면서 엔화 등 이른바 ‘안전자산(Safe Haven)’에 대한 식욕이 줄어든 것으로 외환 전문가들이 분석했다”고 전했다.



 엔화는 미국 달러, 스위스 프랑 등과 함께 핫머니들의 임시 피난처로 꼽혔다. 그 바람에 일본이 동일본 대지진 등으로 실물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데도 엔화 가치는 고공 비행했다. 베리 아키켄그린(경제학) 미 UC버클리 교수가 말한 ‘안전 통화의 저주’였다. 요즘 엔화가 그 저주에서 풀리고 있는 셈이다.



 둘째는 사상 최대 무역적자였다. 올 1월 일본은 해외 무역에서1조3816억 엔(약 18조6600억원)을 손해 봤다. 월별 무역적자론 사상 최대였다. 연초면 수입이 늘어나는 계절적인 요인을 뛰어넘었다. 게다가 넉 달째 적자였다. 엔고의 결과였다. 그런데 그 결과가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기 시작한 셈이다.



 셋째는 일본은행(BOJ)의 물가상승 목표제다. 지난달 BOJ는 “물가가 1% 이상 오르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 가치가 어느 선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만큼이나 파격적인 조치였다. 또 2001년 처음 실시한 양적 완화(QE)만큼이나 낯선 실험이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엔화 약세 요인별로 따져보면 일본은행의 물가상승 목표제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일본 경제계는 엔화 약세를 반기는 분위기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수출 기업을 괴롭히던 엔고 현상이 누그러지면서 자동차와 반도체 등에서 한국에 밀렸던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기대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엔화 강세 때문에 고전한 자동차회사 도요타와 혼다 주가가 올 들어 10% 넘게 뛰었다. 정보기술(IT) 업체인 소니와 파나소닉, 철강회사인 신일본제철 등의 주가도 강세를 보였다.



 엔화 강세에 익숙해진 ‘와타나베 부인(일본 외환시장 개인투자자)’들은 적잖이 당황하고 있는 듯하다. WSJ는 “와타나베 부인들이 서둘러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포트폴리오 수정이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섣부른 2차 엔고시대 종료 선언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다. 런던 통화헤지펀드 매니저인 스티브 젠은 최근 투자서신에서 “87년 주요 7개국이 더 이상 엔화 강세를 유도하지 않기로 했다”며 “하지만 1차 엔고시대는 이후 95년까지 8년 정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사태 등에 따라 언제든지 엔화 약세 흐름이 뒤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플라자 합의



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주요 5개국(G5,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장관들이 비밀리에 모여 합의한 외환시장 개입. 다섯 나라는 달러를 풀어 엔화 가치를 석 달 만에 16% 이상 떨어뜨렸다. 엔화 강세 유도는 2년 뒤 공식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일본 엔화는 버블 붕괴에 따른 디플레이션 여파 때문에 95년까지 오름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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