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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 참패는 조조의 리스크 경영 실패

삼국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명장면 중에서도 적벽대전은 다양한 전략이 망라된 역동적인 스토리 구조와 일세를 풍미한 영웅들이 만들어내는 웅장한 스케일로 단연 백미로 꼽힌다. 전투에 동원된 군사력의 규모나 시기가 불분명하고, 심지어 지리적 배경이 적벽이 아니라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논란이 많지만 설혹 픽션이라 하더라도 음미해볼 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 특히 압도적 전력을 뽐낸 조조군이 열세의 동오에 대패한 것은 리스크 관리라는 측면에서 곱씹어볼 만하다.

딜로이트와 함께하는 위기관리 비법 ⑩ 리스크 인텔리전스 경영 (끝)

정보 원천 검증
삼국지에서 수전(水戰)이 등장하는 대목은 많지 않다. 욱일승천의 기세로 세를 넓혀가던 조조군 역시 육전(陸戰)에는 강했지만 수전 경험은 적었다. 반면 강남이 근거지인 동오군은 수전에 능했다. 동오의 최고지도자 손권이 군사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조조군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사결정을 한 배경이다.

적벽대전 직전, 수전에 능한 형주(荊州)의 군사를 흡수한 것은 조조에게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는 형주 출신의 장수들을 수군 대장으로 삼아 군사를 훈련시키게 하다가, 이들이 동오군과 내통했다는 허위 정보를 믿고 결국 이들을 참수하고 만다. 이른바 반간계(反奸計)다. 적벽 일대의 지형과 기후에 밝고 수전에 능한 이들이 살아 있었다면 전쟁의 향배가 어땠을지 모를 일이다.

실수를 깨달은 조조는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상대를 속이려 든다. 억울하게 참수 당한 장수들의 동생들을 적군에 거짓 투항케 해 첩자 노릇을 하게 한다. 하지만 동오군의 주유는 이들의 투항이 계략임을 간파하고 이를 역이용해 심복인 황개가 조조군에 투항할 것이라는 거짓 정보를 흘린다. 조조가 황개의 고육계(苦肉計)를 믿게 된 것은, 동오군 진영에서 주유가 황개를 엄벌하는 생생한 ‘연기’를 첩자들이 지켜보고 잘못된 보고를 올린 때문이다.

바야흐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필요한 정보를 제때 입수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와 그릇된 정보를 판별해 내는 능력이다. 더 나아가 축적된 내부 데이터(고객 판매 원가 정보 등)와 외부 데이터(경제지표, 상품가격의 변동,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한 비계량적 정보 등)를 분석해 경영에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안전 마진(Margin of Safety)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 누적과 새로운 지역에서의 풍토병, 뱃멀미에 시달린 조조군의 전투 수행능력은 갈수록 떨어져 갔다. 악재가 겹친 가운데 조조군은 쇠사슬과 밧줄로 수십 척의 배를 하나로 묶어 육지와 흡사한 전투환경을 만들자는 방통의 제안, 즉 연환계(連環計)를 받아들인다. 식량을 싣고 투항하겠다는 황개의 배가 가까이 접근했을 때 비로소 의심을 품어보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억새와 장작에 유황을 가득 싣고 기름 먹인 풀을 덮은 동오의 선단이 돌진해 오면서 조조 진영은 불길에 휩싸이게 된다.

연환계는 진퇴양난에 처한 조조군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고육계는 당사자인 주유와 황개만이 알 정도로 보안이 철저했던 데다 조조군에서 거짓 투항한 장수들의 잘못된 보고가 있었기 때문에 쉽사리 믿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대비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 건물 내 방화벽이나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한 방화선처럼 일부 구간에서 배와 배 사이의 연결고리를 쉽게 끊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해둘 수 있었다. 강 위의 수군과 육지의 영채 사이에 충분한 공간을 두거나 다가오는 황개의 선단을 서둘러 멈추게 하고 수색이라도 했다면 그처럼 큰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기업경영 현실에서 위험에 대비한 안전장치는 비용과 희생을 수반한다. 자금시장이 얼어붙을 것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거나, 공급망에 문제가 생길 것에 대비해 원재료나 제품의 재고보유량을 늘리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처럼 만일에 대비해 안전마진을 확보하면 자산운용의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부실채권 발생을 막으려고 고객 신용 매출한도를 줄이면 매출이 줄 수 있다.

그렇다고 안전장치 마련을 소홀히 하는 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안전마진을 유지하는 것은 언제 닥칠지 모를 리스크를 극복하고 위기가 닥쳤을 때 최단 기간에 경영정상화를 도모하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과의 조화다. 비용과 편익, 리스크와 보상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실제 경영환경에서 안전마진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안전마진의 수준이 적정한지 계속 검토하고 조정해야 한다.

기본 가정 재점검
순식간에 펼쳐진 황개의 기습 화공(火攻)에 거센 동남풍이 때마침 가세하면서 조조의 선단은 순식간에 불바다가 됐다. 불은 곧바로 뭍에 있는 진채에까지 옮겨갔고 조조군은 거의 궤멸 지경에 이르렀다. 수많은 군사가 지리멸렬한 가운데 조조 자신도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했다. 반간계와 고육계·연환계 등 동오군이 구사한 전략들이 모두 멋지게 맞아떨어졌지만 승리의 결정타가 된 화공은 동남풍 없이 성공할 수 없었다. 당초 전투 전에 조조군 안에서도 배를 묶어놓으면 화공에 속수무책이라는 간언이 있었으나 조조는 이를 무시했다. 한겨울이니 동남풍이 불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그 근거였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등장한 겨울 동남풍은 거대한 ‘블랙 스완(black swan)’이 돼 조조군을 궤멸시켰다.(블랙 스완=검은 백조처럼 도저히 일어날 듯싶지 않은 일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를 뜻한다.)

천하의 지략가였던 조조는 명운을 건 전투를 앞두고 ‘겨울에는 동남풍이 불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왜 재검토해 보지 않았을까.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지 모르는 위험 징후를 무시하고 긴장의 끈을 놓아버린 것은 화북 일대를 평정하고 손쉽게 형주 지방을 차지한 연이은 성공에 도취된 탓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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