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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온 日관광객 "이것만 40개 샀어요"

우리나라 화장품 시장은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다. ‘원브랜드숍’ 전략과 탄탄한 화장품 제조업 기반이 성장의 원동력이다. [사진=박종근 기자]


16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명동길 부근은 화장품 쇼핑을 하러 온 일본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모두 더페이스샵·미샤 같은 화장품 브랜드 로고가 적힌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일본인 관광객 사이에 ‘코스메로드(화장품 거리)’라 불리는 이곳 지도를 들고 화장품 가게를 들락거렸다. “친구 소개로 처음 한국 화장품을 접했다”는 야스코 오리가사(35·여)는 4개 화장품 가게를 돌며 5만원짜리 ‘달팽이 크림’ 6개, 수분팩 40개, 립스틱과 헤어 제품 등 총 60만원어치를 구입했다. 그는 “품질도 좋고 가격도 적당해 양껏 샀다”고 말했다. 일본뿐만이 아니다. 중국·동남아 관광객들도 한국 화장품의 주요 고객이 됐다. 국내 소비자에 외국인 고객까지 가세하면서 우리나라 화장품 시장은 매년 10%씩 고속성장하고 있다. 지난 9일 신세계그룹도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엔 롯데그룹과 KT&G도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다. 한 해 10조원 매출을 바라보는 한국 화장품 시장의 트렌드를 분석했다.

[트렌드] 또 다른 한류, 한국 화장품
10조원 시장 넘보는 한국 화장품 경쟁력 뭘까





최근 화장품 시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유통 경로로 떠오른 것은 ‘원브랜드숍’이다. ‘원브랜드숍’은 한 브랜드 제품만 모아 파는 화장품 가게를 말한다. 더페이스샵·미샤·바닐라 코·네이처 리퍼블릭·이니스프리 등이 대표적이다. 아모레퍼시픽 자료에 따르면 원브랜드숍은 지난해 전년 대비 32% 성장했다. 올해 성장 전망치도 15%로 추정된다.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10년 11% 정도에서 올해는 14%를 웃돌 전망이다. 화장품 유통에서 백화점과 방문판매에 이어 3대 유통 경로로 자리 잡았다. 2006년 10월 색조 화장을 주력 제품으로 하는 원브랜드숍 ‘바닐라 코’를 만든 홍원선 이사는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이 원브랜드숍으로 옮겨가고 수십 개 브랜드를 모아 팔던 화장품대리점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를 입증하듯 화장품대리점을 통한 판매는 여러 유통 경로 중 유일하게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2600억원 정도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올해 원브랜드숍 시장은 1조3500억원으로 전망된다.



 

16일 오전 서울 명동에서 화장품 쇼핑을 하고 있는 일본 관광객 기쿠코 미야치. [사진=박종근 기자]
◆성장의 중심축 ‘원브랜드숍’=원브랜드숍의 원조격 브랜드는 ‘미샤’다. 2002년 말 단 한 개의 매장을 연 이 브랜드는 14개월 만에 매장을 200개로 늘렸다. 후발주자였던 더페이스샵도 1호점 개설 7개월 만에 100호 매장을 여는 등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0년이 채 못 돼 화장품 유통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은 원브랜드숍의 위력은 명동상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명동예술극장 부근 ‘코스메로드’를 중심으로 한 명동상권은 원브랜드숍 천국이다. 원브랜드숍 매장수 1위(1000여 개) 더페이스샵은 명동에만 5개, 네이처 리퍼블릭은 6개 매장을 열고 영업 중이다. 아니 전쟁 중이라는 표현이 맞다.



 원브랜드숍 인기는 합리적 소비에서 비롯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국의 시장 조사기관 유러모니터가 분석한 ‘2011 한국 화장품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은 ‘특정 브랜드가 마음에 들면 거기서 풀세트로 구입’하는 행태에서 ‘어떤 브랜드건 자신에게 맞는 특정 제품만 골라 사는’ 것으로 바뀌었다. 화장품 홍보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는 윤지애 이사는 “원브랜드숍은 브랜드 컨셉트가 선명해 백화점 브랜드만큼 이미지가 잘 형성돼 있다”면서 “게다가 가격도 합리적이란 게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 유치를 위해 원브랜드숍에선 대표 상품, 히트 아이템을 만들어 손님을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닐라 코의 경우 ‘프라임 프라이머’ 한 상품으로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 이후 이 브랜드는 ‘리얼 페이스 비비 크림’과 ‘아이 러브 아이라이너’ 등 히트 상품을 추가하며 창업 6년 만에 연매출 435억원짜리 브랜드로 성장했다. 2006년 창업한 ‘토니모리’는 같은 해 출시한 ‘백스테이지 젤아이라이너’가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제품은 출시 6년차인 지난해에도 100만 개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명동길엔 화장품 ‘원브랜드숍’이 즐비하다. [사진=박종근 기자]
◆탄탄한 화장품 제조업 기반=국내 화장품 시장은 브랜드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 자체 브랜드를 보유하지 않고 제품 개발과 생산에만 역량을 집중하는 우수 중견기업들이 많은 덕분이다. 화장품 제조업체로 신고한 800여 회사 중 100여 개를 제외하곤 자체 브랜드가 아예 없는 순수 화장품 제조회사들이다.



 원브랜드숍은 자체 공장에서 화장품을 생산하지 않고 브랜드가 요청한 컨셉트에 맞춰 원료 개발과 제품 생산을 도맡아 하는 ODM(제조자개발생산)·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에서 제품을 공급받는다.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이 대표적인 전문 제조업체다. 두 회사의 지난해 연매출은 각각 3000억원을 넘는다. 코스맥스가 제품을 공급하는 국내 화장품 기업만 130여 개에 이른다. 이 회사는 세계 최대 화장품 그룹인 프랑스 로레알 제품도 생산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상하이와 광저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도 법인을 세울 만큼 탄탄한 중견 제조업체다. 연구 인력만 140여 명을 보유한 한국콜마도 국내 생산 기지뿐 아니라 베이징에도 제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들 회사 외에도 하나코스·서울화장품·나우코스 등 유수의 화장품 제조 전문 기업들이 국내 화장품 산업을 떠받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같은 대형 업체들도 전문 제조업체의 고객이다. 매니큐어나 립스틱, 아이섀도 같은 품목이 대표적인 예다. LG생활건강 홍보팀 성유진 차장은 “이런 유형의 제품은 색상별로 종류가 워낙 많고 품목도 다양해 생산 설비를 따로 마련하기보다 외부에서 공급받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탄탄한 제조업 기반은 원브랜드숍뿐만 아니라 최근 피부과 화장품이나 미용실 화장품 출시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달 초 탈모 관련 헤어용품을 출시한 라뷰티코아 정준 원장은 “제품 기획은 우리 같은 전문가들이 하고 원료 개발이나 제형에 관한 것은 제조업체와 협의해 생산한다”면서 “공장을 세우지 않고도 품질이 보증되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건 이런 업체들이 없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연매출 10조원을 바라보는 국내 화장품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는 세계적인 화장품 제조 기술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화장품은 제조업 중 역사가 꽤 깊은 편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 상업화된 가장 오래된 화장품은 두산그룹의 모태인 ‘박승직 상점’(1896년 개점)에서 팔던 ‘박가분’으로 알려져 있다. ‘박가분’은 1915년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국내 1위 화장품 회사 아모레퍼시픽은 1932년 창업주의 모친 윤독정 여사가 동백기름을 직접 만들면서 시작됐다.



 아모레퍼시픽 홍보팀 이윤아 부장은 “화장품 제조업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원조 제조업’이라 부를 만한 산업”이라며 “긴 역사만큼이나 우리나라 화장품 제조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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