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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부자 때문에 힘들다? 그런 구조 만든 진범은 정치

부자들은 왜 우리를 힘들게 하는가?

폴 피어슨·제이콥 해커 지음

조자현 옮김, 21세기북스 528쪽, 2만2000원




‘20대 80의 사회’란 통념을 뒤집는 게 이 신간이다. 상위 20%가 부(富)의 80%를 독점하며, 벌어지는 빈부격차란 결국 세계화 탓이라는 게 『세계화의 덫』(한스 페터 마르틴 지음)이후 우리의 상식이다. 하지만 그건 “기껏 미미한 공범” 한 명을 붙잡고 시비 붙는 꼴이라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진범을 찾아낼 순 없을까. 그래야 승자독식 사회(원제 Winner-Take-All Politics)를 고칠 수 있지 않을까. TV수사드라마를 보는 듯한 이 책의 묘미 역시 반전에 있다. 즉 20대 80 사회론 자체에 허점이 있다. 우린 보통 말한다. “연예인·스포츠스타를 보라. 어차피 극소수만 떼돈을 벌지 않던가?”



 그게 허점이다. 미국 최상위 0.1% 부자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그들 중 가수·배우·스포츠스타는 3.1%밖에 안 됐다. 그럼 나머지는 누구일까. 대다수(59.2%)는 대기업 CEO·임원, 혹은 월가 금융자본의 경영자·임원으로 드러났다. 최근 미국 납세 자료를 분석한 결과이니 물증은 확실하다. 더 살펴보자.



 상위 1%의 부자들을 보다 폭넓게 분석해봤다. 그들이 차지하는 소득은 미 전체 가구의 36%나 된다. 지난 30여 년(1979~2006년) 평균이 그런데, 최근 이게 53%로 치솟았다. 승자 독식 구조가 그만큼 심해졌다는 증거인데, 누구 책임일까. 진범은 뜻밖에 미국정치, 그 자체라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지난 30년 미 행정부와 의회는 중산층을 무시한 채 각종 감세와 규제 완화로 최상위층 이익을 대변해왔다. 오랜 누적효과로 지금 불공정 사회가 만들어졌음을 규명하는 게 이 책의 몸통이다. 권력과 월가의 탐욕은 샴쌍둥이인가. 공저자는 미 예일대·캘리포니아대 교수인데, 전공도 정치학이다.



 국민소득에서 상위 1%가 차지하는 비율은 영국(26%), 일본(19%), 프랑스(19%)에 비해 미국이 압도적으로 높다. 번영의 종말, 중산층 몰락은 그 때문이다. 2007년 금융시장 붕괴 이후에도 월가 돈 잔치는 계속됐다. 브라질·멕시코처럼 미국은 힘을 가진 극소수를 위한 과두(寡頭)자본주의로 바뀌었다.



 이 책은 미국정치 분석이지만, 우리에게 주는 암시는 없지 않다. 즉 좌·우 이념에 상관없는 냉정한 분석이 특징인데, “미 국민 99%의 들끓는 감정”을 전하면서도 쉽게 편승하진 않는다. 확실히 미국은 즉 반(反)기업심리 내지 부(富)에 대한 적대감이 우리보다는 약하다.



 단 미국과 우리의 목표는 같다. 중산층 민주주의 회복이 관건이다. 이념차이 극복도 숙제다. 남북전쟁 이래 민주·공화의 이념 차이는 지금이 가장 벌어졌다. 저자들의 분석으론 의회와 백악관을 쥔 미 민주당과 오바마 행정부가 사회양극화와 불공정사회 해결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즉 고삐 풀린 자본주의 힘을 어떻게 제어해 민주주의로 돌아오게 할 것인가. 큰 화두를 던진 이 책은 로버트 라이시의 『슈퍼 자본주의』와 닮은꼴이다. 최근 이 분야 저술 중 역작이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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