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시가 있는 아침] 겨울비

겨울비 - 황동규(1938~ )


두 번째 닭이 운다.

예수도 불타도 아르튀르 랭보도

사람들이 그냥 세상 사람처럼 사는 걸 못 참아 했는데

닭이 그냥 동네 닭처럼 우는 걸

바퀴벌레들이 바퀴벌레처럼 숨는 걸

사람들이 눈꺼풀 벗기며 잠자리에서 일어나

건강식 한 공기 삼키거나

빵 한 조각에 인스턴트커피 마시고 집을 나서는 걸

못 참아 했는데.

아파트 밖 겨울 초등학교 짐승 우리에서

못 견디겠다는 듯이

어눌한 어조로 닭이 세 번째 운다.

조금 후엔 사람들이 하나같이

엘리베이터에 몸을 한번 넣었다가 끄집어내어

말없이 건물을 빠져나가리라.

아파트 불빛에 잡히지 않는 겨울비가

나오는 사람마다 이건 누구지? 하나씩 냄새를 맡고 있다.

사람들은 그냥 세상 사람들처럼 사는 것을 못 견뎌 한다. 그러나 그만도 못하게 사는 것 또한 못 참아 한다. 다 불쌍하다. 예수도, 부처도, 시인 랭보도 모두 세상 사람들에게 연민을 가졌던 이들. 닭이 두 번 울어도, 닭이 세 번 울어도 불안하다. 내가 베드로처럼 무언가를 배반하고 내 발등을 내가 찍을지도 모른다. 나는 나를 믿을 수 없다. 엘리베이터에 기계처럼 들어갔다 나오는 사람들, 말 없는 사람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사람마다 이건 누구지? 묻는 겨울비에게 나도 잘 보이고 싶다. 좋은 냄새를 풍기고 싶다. <최정례·시인>

▶ [시가 있는 아침] 더 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