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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해외 교구·교재 활용 가이드

여섯 살 정민서양이 엄마 박연선씨와 일본 교구를 가지고 놀며 이닦기 연습을 하고 있다.
#박연선(36·여·서울 구로구)씨는 올해 여섯살 된 딸 정민서양의 창의성을 키워주려고 3년 째 교구가 함께 있는 교재를 구독 중이다. 공부를 시키기보다 교구로 놀이처럼 즐기면 창의성이 자연스럽게 개발된다고 들어와서다. “일본의 제품 안전 검증이 까다롭다고 해서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 신체·인지·정서 발달 수준에 잘 맞는지 살펴야

#6, 7살 연년생 자매를 올해 숲유치원에 보낸 고수미(34·여·서울 송파구)씨. 몇 해 전 독일 교육에 대한 책을 읽은 후 독일 교육법에 빠졌다. “책을 읽고 아이들이 이 시기에 유치원에서 영어나 수를 배우기보다 자연과 어울려 지내길 바래서 숲유치원에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교육환경이 다르지만 배울 점이 많다”며 “다른 나라의 교육서들도 읽고 또 다른 특색있는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이 해외 교구·교재·교육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에게 인기를 끄는 외국 프로그램들은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 들어온 것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가베·오르다·짐보리 같은 교구는 고가에도 불과하고 유아나 초등 저학년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하나쯤 장만하고 싶어한다. 서점가에는 핀란드·덴마크·독일 같은 나라의 교육방법을 소개하는 교육서가 줄지어 나오고 있다. 얼마 전 교육과학기술부가 수학교육선진화방안을 발표하자 창의사고력을 강조한 핀란드 수학 교과서가 번역·출간됐을 정도다.



 교육 선진국의 방법이라고 해서 무조건 받아들여야 할까. 미국과 유럽의 경우 일찌감치 유아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진행해 왔다. 베네세코리아 유아교육연구소 변혜원 소장은 “외국 교육 제품들이 각 나라에서 오랜 세월 동안 인정받았다는 점에 주목해 교육열이 강한 한국 엄마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소장은 “해외 고가의 교구라고 해서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요즘 해외교구들은 부모나 교사는 안내자의 역할만 하고 아이 스스로 중심이 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구를 사용할 땐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해야 교구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해외 교구·교재나 교육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는 프로그램의 내용만 살펴보지 말고 우리나라 아이들의 신체·인지·정서 같은 전반적인 발달 수준에 맞춰 판단해야 한다. 예컨대 서구아이들의 정서나 신체 발달을 고려해 만든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면 문화적 이질감이나 신체적 상해를 입을 수 있다.



 교재의 그림이나 사진, 번역된 자료가 우리나라 상황이나 사물과 너무 동떨어지지 않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아이가 교재나 프로그램을 경험한 후 바로 주위를 둘러봤을 때 프로그램과 환경이 동일해야 흥미가 생기고 지식으로 습득할 수 있다. 변 소장은 “교재를 수입했더라도 꼼꼼히 검수해 우리 실정에 맞게 재개발된 것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연령·발달 단계에 맞춰 선택도 달라야 한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신체활동 중심으로 교구를 고르고, 아이의 인지 발달을 고려해 한글·수학·영어 같은 학습 영역으로 점차 바꿔간다. 지속적인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지식의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다. 변 소장은 “특히 모든 발달 영역을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지를 점검해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적·사회적·정서적·신체적 발달이 균형 있게 학습 속에 통합돼 구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수학 교육의 변화를 추진하겠다며 수학교육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수학’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배우는 수학’을 목표로 내세웠다. 핀란드 수학 교과서의 국내 출간도 이런 변화와 맥을 같이 한다. 『핀란드 공부혁명』를 쓴 비상공부연구소 박재원 소장은 “교과부가 제시한 수학 교과서의 스토리텔링, 실생활과의 연계 등을 실현하는 데 있어 핀란드 수학 교과서가 부분적으로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핀란드와 우리나라 교육의 차이점으로 개개인의 성장을 돕는지 여부를 꼽았다. 우리는 경쟁으로 학습동기를 부여하지만 핀란드는 경쟁은 옳지 않다고 본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면에서 우리 교육계가 선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핀란드 교육의 장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엄마들이 꿈꾸는 덴마크식 교육법』을 쓴 전 덴마크 대사 부인 김영희씨는 “덴마크가 일등도 꼴등도 없는 나라”라며 “경쟁 보다 서로 돕고 협력하는 교육방식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4명씩 모둠을 만들어 과제를 수행할 때 잘하는 아이가 그렇지 못한 아이를 도와야 좋은 평가를 받는다. 김씨는 “덴마크 교육을 보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답을 찾을 수있다”고 말했다. 그 해결 열쇠 중 하나로 “개개인의 차별을 없애는 교육”을 꼽았다.



 독일에서 자녀를 키우며 『독일 교육 이야기』를 쓴 박성숙씨는 인성교육과 결합된 학과목 교육을 독일교육의 강점으로 꼽았다. 과목별 수업 진도도 개인의 정신적 발달단계에 따라 이뤄진다. 박씨는 “독일 시험에서는 교과 지식을 자신의 생각으로 녹여 올바른 가치관으로 나타내야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방식을 우리나라 교육에 적용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적 현실을 무시하고 선진교육이라는 이유만으로 제도 자체를 바꾼다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좋은 것은 받아들여 가진 것을 보완·개선해야 하지만 교육방식과 교육제도는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가 담긴 결정체라 쉽게 바꾸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외국의 교육법은 우리 현실을 제대로 보고, 방향을 잡는데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lena@joongang.co.kr/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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