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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홀리는 요망한 흑조 … 춤판의 ‘팜 파탈’

박수정은 “나만의 스타일로 작품을 해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평상시엔 털털했다. 하지만 카메라 셔터가 돌아가자 언제 그랬냐는 듯 특유의 야무진 표정이 살아났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도발적이다.

서울시 무용단 박수정



 한국무용에 또 한 명의 재목이 출현했다. 서울시무용단원 박수정(28)이다. 지난해 입단한 신인이다. 입단 전부터 대형 무용극 주인공에 잇따라 발탁되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강렬한 눈빛, 재빠른 몸놀림, ‘썩소’를 연상시키는 오묘한 표정 등 특유의 카리스마로 객석을 압도했다. 은근함과 절제를 미덕으로 하는 한국 무용의 일반적 풍경과는 영 딴판이었다. 과거 전통 춤판에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팜 파탈(femme fatale)의 등장이었다.





 #5초면 충분하다



 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 인민대극장. 서울시무용단의 ‘백조의 호수’가 공연됐다. 한국 전통 춤과 서양 클래식 음악의 융합이었다. 주인공은 백조. 반면 흑조는 악역이었고, 출연 분량도 짧았다. 하지만 공연 뒤 관객 사이에선 “흑조 멋있다”란 얘기가 끊이질 않았다. “저렇게 요망한 애가 나오면 누가 홀리지 않겠어요”라고 했다. 흑조는 박수정이 연기했다.



 어찌 이런 기운이 나올까.



 박수정은 “5초 안에 승부를 걸어야 해요”라고 운을 뗐다. “무대 앞으로 걸어 나오는 순간, 이미 관객과의 승부는 결정 난 셈”이라고도 했다.



 “저라고 왜 예쁘고 사랑스럽게 보이고 싶은 욕심이 없겠어요. 하지만 안전한 길만 걸어가면 과연 발전이 있을까요? 모험은 때론 피할 수 없는 선택인 거 같아요. 저는 찰나의 임팩트를 위해 모든 걸 걸어요.”



 #품위 있는 섹시함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춤을 배웠다. 재주도, 끼도 많았다. 하지만 우물 안 개구리였다. 중3 때 예고에 진학하기 위해 입시학원을 찾아갔다. 그의 춤을 본 강사는 어머니에게 “몇 년 배운 거 맞아요?”라고 반문했다. 기본기가 약했다.



 가까스로 국립국악고에 진학하고도 성적은 하위권이었다. 수업을 빼먹는 등 농땡이도 툭하면 쳤다. 변화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 진학하면서다. 부채춤·장구춤·태평무 등 다양한 춤사위를 하나씩 배워갔다.



 2007년 국립무용단 입단 시험에 응했지만 떨어졌다. 기회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당시 시험 감독관이었던 안무가 국수호씨가 낙방한 그에게 대형 무용극 ‘이화’의 주인공을 제안했다. 국씨는 “표현이 다소 거칠었지만 누구도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품위’를 지니고 있었다”고 전했다.



 박수정은 “무언가 ‘섬광’이 지나가는 느낌이었어요. 하루에 세 번 런 스루(run through·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연습하는 것)를 해도 이를 악물고 버텼죠”라고 했다. 서열을 중시하는 전통 춤판에서 20대 초반에 혜성같이 등장한, 젊은 피의 반란이었다.



 이후는 탄탄대로였다. 온나라 전통춤 경연대회 대통령상, 서울무용제 여자연기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성기숙 교수는 “단순한 화려함이 아니다. 교방(敎坊·고려시대 이후 기녀들을 중심으로 한 가무를 관장하던 기관)춤·궁중 무용·민속 무용 등 기본기가 단단하다. 그 위에 빼어난 표현력이 더해져 빛을 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수정은 다음 달 서울시무용단의 ‘황진이’(4월12·1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란 작품에 출연한다. “누군가를 파괴시키려는 악마성과 흠모하는 애틋함을 하나의 몸짓에 다 담아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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