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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네타냐후의 선택

오영환
국제부장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은 세계관의 한 원점이다. 역대 어느 지도자보다 강하게 각인돼 있다. “홀로코스트가 없었다면 이스라엘 건국이 없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스라엘이 일찍 세워졌다면 홀로코스트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2009년 6월 발언). 시오니스트(유대민족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인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건국 후 첫 이스라엘둥이 총리, 군 정예 특공대장 출신으로서의 조국 수호 소명의식 때문일지도 모른다. 네타냐후는 곧잘 현재의 이란을 나치 독일에 견준다. 이란의 핵개발이 유대인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다. 이것이 네타냐후의 대이란 전쟁 캠페인의 모태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우라늄 농축 가속화, 홀로코스트 부정, 이스라엘 종말론은 네타냐후의 위기의식을 증폭시켰을 것이다.



 전쟁 캠페인의 다른 축은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이다. 총리·군 참모총장 출신으로 네타냐후의 특공대 시절 상사다. 바라크는 이란 핵시설이 ‘면역지대(zone of immunity)’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란이 산속 지하로 우라늄 농축시설을 옮기고 있는 것을 빗댄 말이다. 공중 폭격을 해도 소용이 없는 상황을 맞기 전에 이란 핵시설을 쳐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나중에는 너무 늦다(later is too late)”고 말한다. 1981년 이라크의 오시리크 원자로를 공폭했던 메나헴 베긴 총리가 내건 명분 그대로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치는가, 마는가. 친다면 언제일까. 이를 가늠할 네타냐후-오바마 미 대통령 간 워싱턴 정상회담이 지난주 끝났다. 공격을 재촉해 온 네타냐후와 외교·제재의 시기로 때가 아니라고 맞서온 오바마. 협력 수준에서 세계 최고 동맹의 정상 간 만남은 차라리 ‘전쟁’이었다. 둘은 통일전선을 이루지 못했다. 오바마는 외교 해결의 창(窓)을, 네타냐후는 독자적 결정을 내릴 주권을 강조했다. 오바마가 2월 29일 북한의 핵 동결과 미국의 영양지원을 골자로 하는 합의를 발표한 것은 네타냐후 견제를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네타냐후의 워싱턴 행보는 2003년 이라크전 직전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오버랩된다.



 네타냐후 방미 후 이스라엘의 이란 공폭론은 외신에서 잦아드는 분위기다. 미국 월간지 애틀랜틱(the Atlantic)이 전문가 2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1년 내에 이란을 공격할 확률은 48%였다. 이스라엘의 선제 타격을 제약하는 요인은 적잖다. 단독 공격엔 한계가 있다. 지하 80m의 핵시설을 파괴할 벙커버스터가 없다. 미국만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이란의 핵 시설은 흩어져 있다. 이스라엘 내부의 여론도 갈려 있다. 전직 모사드 수장조차 이란 공격이 “가장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한다(포린폴리시). 이란의 보복도 뻔하다.



 미국 내엔 회의론으로 가득 차 있다. 이스라엘의 ‘일국 평화주의’와 차원이 다르다. 첫째는 경제다. 이란은 석유 수송 요충지인 호르무즈해협 봉쇄 카드를 쥐고 있다. 세계 경제엔 핵폭탄이다. 고유가와 경기 악화는 오바마 재선의 걸림돌이다. 오바마가 네타냐후의 소매를 잡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외정은 내치의 연장이기도 하다.



 둘째는 분쟁의 확대다. 친이란 세력인 하마스와 헤즈볼라까지 가세하면 지역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 ‘중동의 봄’ 물줄기가 반미주의로 돌아설지 모른다. 셋째는 비확산 문제다. 이란 공격은 이란 지도부와 국민에게 핵무기가 없어 당했다는 인식을 심어줄지 모른다. 이란의 핵개발 노하우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핵개발에 나설 수 있다. 비확산 체제의 또 다른 패배다. 이란 공격은 날이 설 대로 선 양날의 칼이다.



 그렇다고 묘책도 보이지 않는다. 서방의 고강도 대이란 금융제재와 금수(禁輸) 조치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란이 여기에 굴복해 전면적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허용할지가 쟁점이다. 그럴 땐 원자력과 핵무기를 둘 다 가질 수 없는 틀의 확립이 필요하다. 비확산-에너지의 딜이다. 동시에 중동 문제의 핵인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통한 이스라엘과 이슬람 세계의 화해와 공존 정책이 굴러가야 한다. 정치적 환경 조성이다. 그래도 성공할까 말까다. 이것이 지난 20년간의 북핵 문제 교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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